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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영화관 만년 2등' 롯데, 합병 '승부수' 통할까

  • 2025.05.12(월) 07:00

2위 롯데시네마, 3위 메가박스와 합병 추진
2006년 2위 오른 후 1위 CJ 벽 못 넘어
합병시 극장 수 1위로…관객 수는 CJ에 밀려

그래픽=비즈워치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2위 멀티플렉스 영화관 롯데시네마가 3위 메가박스와 '한식구'가 됩니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를 운영하는 메가박스중앙이 합병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그룹은 재계 5위, 유통업계 1위지만 영화관 시장에서만큼은 늘 CJ그룹에 밀려 만년 2등에 머물러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국내 영화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롯데의 영화관 사업도 흔들리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이번 메가박스와의 합병은 국내 영화산업 판도를 바꿀 '빅딜'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후발주자서 2위로

롯데그룹이 영화관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9년입니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당시 롯데백화점) 산하에 시네마사업본부를 만들었는데요. 1999년 10월 일산에 롯데시네마 1호점을 열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사실 롯데시네마는 후발주자였습니다. CJ그룹은 영화관 사업을 위해 1996년 홍콩 투자사 골든하베스트(Golden Harvest), 호주의 빌리지 로드쇼(Village Roadshow)와 합작해 'CJ골든빌리지'(CGV)를 설립했습니다. 현재 CJ CGV의 전신이죠.

CJ골든빌리지는 1998년 4월 강변 테크노마트 개관 당시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극장 'CGV강변11'을 오픈했습니다. 이름에 11이 붙은 건 11개 스크린을 보유했다는 의미였습니다. 여러 스크린(상영관)과 외식, 쇼핑, 오락시설을 합쳐놓은 '복합 영화관'인 멀티플렉스는 지금이야 흔한 개념이지만 당시만 해도 새로운 모델이었습니다. 이후 CJ CGV는 현재까지 영화관 시장 1위 지위를 내려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메가박스의 출범은 롯데시네마와 비슷했습니다. 오리온그룹의 '친척' 동양그룹은 1999년 4월 대우그룹으로부터 '대우시네마네트워크(DCN)'를 인수했는데요. DCN은 삼성동 코엑스에 멀티플렉스를 열기로 이미 계약이 돼있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대우그룹이 IMF 외환위기를 맞으며 매물로 나왔죠. 동양그룹은 이 코엑스 영화관 임대 계약을 포함해 DCN을 인수했고요. 그리고 2000년 5월 메가박스 코엑스점의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메가박스 코엑스점은 17개 스크린을 보유한 아시아 최대 극장이었습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은 현재도 '국내 3대 영화관'으로 꼽힐 정도로 관객이 몰리는 곳입니다. 이 때문에 롯데시네마는 사업 초기에는 메가박스에 밀려 업계 3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전방위적 투자 덕분에 롯데시네마는 점차 시장점유율을 키워가기 시작했습니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점포에 입점하는 식으로 빠르게 지점을 늘리면서 2006년에는 메가박스를 제치고 업계 2위에 올랐습니다. 당시 롯데그룹은 2009년까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CJ를 제치고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내걸기도 했습니다.

사드에 코로나19까지

CJ그룹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CJ그룹은 더 빠르게 지점 수를 늘리며 롯데시네마의 추격을 물리쳤습니다. 롯데시네마는 한국 영화 시장 성장과 함께 꾸준히 성장하긴 했지만 CGV를 넘어서기는 역부족이었죠.

게다가 롯데시네마는 2010년대 들어서부터 여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2013년 오너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롯데시네마는 팝콘과 음료수 등을 파는 영화관 매점 사업운영권을 수년간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에 맡기고 있었는데요.

이 중 유원실업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서미경 씨 모녀가 소유한 회사였고요.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가족이 소유한 회사입니다.

롯데시네마는 매점 운영권을 롯데그룹 오너 가족회사에 내줬다는 이유로 2007년에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받았는데요. 이 논란은 2017년 롯데그룹 오너들의 경영 비리 재판에서도 다시 거론될 정도였죠.

그래픽=비즈워치

그래도 롯데그룹은 롯데시네마를 계속 키우기 위해 2018년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부를 별도법인 롯데컬처웍스로 분할시켰습니다. 추후에는 기업공개(IPO)까지 나선다는 구상이었죠. 문제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다는 점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영화관을 찾는 발길이 끊기면서 롯데시네마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롯데시네마가 2020년과 2021년 기록한 영업손실만 각각 1064억원, 1323억원에 달합니다. 결손금 누적으로 심각한 자본유출을 겪으면서 롯데시네마는 2023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까지 했죠.

롯데시네마는 야심차게 추진한 해외사업에서도 계속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롯데시네마는 2008년 베트남, 2010년 중국, 2016년 홍콩, 2017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는데요. 베트남의 경우 CGV보다도 빠른 진출이었습니다. 하지만 CGV가 2011년 7월 베트남 현지 1위 극장사업자 메가스타(Megastar Media)를 인수하면서 단숨에 롯데시네마를 넘어섰습니다.

현재도 베트남에서 롯데시네마는 CGV에 밀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사드 보복으로 롯데그룹이 철수를 결정하면서 롯데시네마도 사업을 정리한 상황입니다. 인도네시아 역시 손실이 지속되면서 2021년 법인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위 될 '신의 한 수'

현재도 롯데시네마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의 매출액은 2022년 4973억원, 2023년 5621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4517억원으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습니다. 올 1분기 매출도 863억원에 그치면서 전년 동기보다 24.9% 줄었고요. 10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까지 했습니다.

이는 현재 국내 영화 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팬데믹으로 영화 제작 시장 자체가 움츠러들었고 예전처럼 흥행작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OTT 시장이 성장하면서 관객 수도 줄어들고 있죠. 영화관 자체가 이미 사양산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이런 상황인 만큼 롯데그룹 입장에서 더 쉬운 선택은 아마도 영화관 사업을 정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정리 대신 메가박스와의 합병 카드를 꺼냈습니다. 영화관 시장 자체가 어려우니 외부 매각도 어렵다는 게 이유 중 하나였을 겁니다. 그렇다고 2위 극장 체인이 아예 문을 닫아버릴 경우 한국 영화 시장이 입을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컸다고 하네요.

롯데시네마는 메가박스와의 합병을 통해 중복 투자와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마케팅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두 회사가 합병한다면 영화관 시장은 CGV와 롯데시네마·메가박스 '양강' 구도로 재편됩니다. 극장 수만 봐도 롯데시네마(133개)와 메가박스(115개)를 더하면 CGV(192개)를 넘어서게 됩니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수퍼플렉스. / 사진=롯데컬처웍스

다만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을 방문하는 국내 관객 수를 합쳐도 CGV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각 회사의 별도 기준 매출액을 봐도 알 수 있는데요. CGV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7588억원은 롯데시네마(3948억원), 메가박스(2912억원)를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매출이 곧 관객 수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티켓판매액이 이들 기업의 매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요. 식음(F&B), 광고 등의 매출은 관객 수에 따라오기 때문에 관객 수와 회계상 매출이 상관관계가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지점 수로는 밀리지만 관객 수가 더 많다는 건 CGV가 특별관 등의 높은 경쟁력을 갖췄거나, 충성고객이 많거나 아니면 좋은 상권에 출점해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롯데시네마가 메가박스와의 합병만으로 CGV의 아성을 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거죠.

올해는 롯데시네마가 출범한지 26년이 되는 해입니다. '만년 2등' 롯데시네마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CGV를 넘어설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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