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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크림·마스크팩'이 '콩글리시'라고?

  • 2025.04.20(일) 13:00

[생활의 발견]한국 화장품의 다양한 '영어' 용어
한국서만 쓰는 표현도…원어민 표현과 달라

그래픽=비즈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영어 단어가 흔히, 자연스럽게 사용됩니다. 음식, 패션, 노래 가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영어 단어가 쓰이죠. 특히 영어 단어가 자주 활용되는 분야로는 '화장품'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화장품을 보면 '에센스', '세럼', '톤업 크림'처럼 영어 표현이 많이 들어가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제품명 전체가 영어로만 이루어져 있는 경우도 있죠.

우리는 왜 화장품에 영어 단어를 자주 사용할까요. 아마도 같은 의미의 한국어보다 영어 표현이 더 프리미엄한 인상을 준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또 이미 해외에서 널리 사용되는 단어들을 한국어로 풀어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거고요. 

때로는 한국어로 풀어쓰는 것보다 영어가 더 간결하게 표현되기도 합니다. 눈과 입술 화장을 지우는 제품보다는 '립앤아이리무버'가 더 짧고 기억하기 쉬운 것처럼요. 이렇게 영어로 된 많은 화장품 용어들이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지고 널리 사용되다보니 아예 하나의 용어로 자리잡기도 하죠.

그런데 어떤 화장품 용어들은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소위 '콩글리시'인 경우도 많습니다. 영어 원어민들에게는 부자연스럽게 들린다고 하는데요. 대표적인 것으로 '선크림(sun cream)'이 있습니다. 피부를 햇볕의 자외선(UV)으로부터 보호해주는 화장품이라 '자외선 차단제'로도 불리지만 우리는 제형에 더 집중한 용어인 선크림을 흔히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선크림은 완전히 틀린 용어일까요?

선크림이냐 선블락이냐

보다 원어민에게 친숙한 용어는 '선스크린(sunscreen)' 또는 '선블락(sunblock)'입니다. 둘 다 햇빛을 '차단한다'는 의미의 용어인데요. '스크린(screen)'은 필터를 씌우듯 부드럽게 일부만 막는다는 뜻인 반면 '블락(block)'은 아예 지나가지 못하게 완벽하게 막았다는 뉘앙스가 들어있습니다. 영어 원어민들은 보통 이 두 단어를 자외선 차단제라는 뜻으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영어 원어민들이 선스크린 또는 선블락을 쓰기 때문에 선크림이라는 단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사실 선크림이 완전히 틀린 영어 표현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선크림이라는 단어가 꽤 어색하게 들리는 게 사실이지만 영국식 영어에서는 선크림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BBC, 가디언과 같은 영국 언론사나 영국 패션 잡지 등을 보면 자외선 차단제라는 의미로 선크림이라는 단어를 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선크림 외에도 자외선 차단 지수가 낮아 태닝할 때 주로 쓰는 '선 탠 로션(sun tan lotion)'도 자외선 차단제라는 의미로 쓰기도 합니다. 물론 영국에서도 자외선 차단제는 선스크린이 더 많이 통용됩니다.

그런데 선블락이라는 용어는 영어권에서도 점점 더 잘 사용하지 않는 추세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1년부터 자외선 차단제 제조사들이 선블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자외선을 완벽하게 차단한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유럽연합(EU) 역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2007년부터 자외선 차단제 제품에 선블락이라는 레이블을 다는 걸 금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영어권 국가에 여행을 갔다가 자외선 차단제를 구매하고 싶다면 '선스크린'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좋겠네요.

자외선 차단제도 'K'

재미있는 건 한국산 자외선 차단제 제품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선크림이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온라인 검색 트렌드에서 선스크린, 선블록과 함께 선크림의 검색량이 최근 5년 새 50%포인트 가량 늘어났다고 하네요.

실제로 한국산 자외선 차단제는 최근 해외, 특히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 1위 자외선 차단제 시장입니다. 미국에서는 자외선 차단제를 'OTC(Over The Counter)', 즉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FDA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자외선을 차단해 피부암 등을 예방하는 의학적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제품들이니 의약품으로 분류하는 건데요.

올리브영 글로벌몰에서 판매되는 선케어 제품들. / 사진=올리브영 글로벌몰 캡처

이때문에 미국에서는 새로운 자외선 차단제 원료나 성분들이 인정받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쓰이는 자외선 차단제 성분이 미국에서는 불법인 경우도 있죠. 일부 한국산 제품은 미국 내 소매점에서 판매되지 못합니다. 

이렇게 미국에서는 FDA 규제 탓에 더 좋은 기능의 새로운 자외선 차단제가 출시되기 어려운 반면 한국산 제품들은 질감도, 기능도, 발림성도 훨씬 뛰어나다는 인식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제품들이 모두 불법인 건 아닙니다. 국내 중소형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하는 ODM 기업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모두 FDA의 OTC 제조소 인증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산 자외선 차단제들은 FDA의 의약품 규정을 충족하면서도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용어의 진화

선크림 외의 콩글리시 화장품 용어를 더 살펴볼까요? 우선 '스킨(skin)'이 있을 텐데요. 영어로는 '피부'라는 뜻이기 때문에 영어 사용자들에게는 어색하게 들린다고 하죠. 그래서인지 요즈음은 올바른 영어 표현인 '토너(toner)'가 더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로션(lotion)'의 경우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보다 자연스러운 영어 표현은 '모이스처라이저(moisturizer)'나 '페이셜 로션(facial lotion)'이라고 합니다.

또 샴푸 후에 사용하는 '린스(rinse)'는 일반 동사로 '헹구다'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헤어케어에 쓰이는 제품은 '컨디셔너(conditioner)'가 맞는 표현이라고 하고요. 인기 K뷰티 제품인 마스크팩 역시 영어로는 '시트 마스크(sheet mask)'나 '페이스 마스크(face mask)'가 맞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매니큐어(manicure)의 경우 영어권에서는 손톱과 손에 받는 미용 관리 서비스를 뜻하는 말로 씁니다. 손톱에 바르는 색깔이 있는 액체 제품을 말하고 싶다면 '네일 폴리시(nail polish)'가 맞는 표현이죠.

마지막으로 '화이트닝(whitening) 크림'이라는 표현도 일종의 콩글리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용어 자체는 하얗게 만드는 크림이라는 의미의 정확한 영어 표현인데요. 해외에서는 인종차별적인 표현이 될 수 있어서 현재는 지양하는 추세입니다. 요즈음은 '브라이트닝(brightening)'이나 '래디언스(radiance)', 글로우(glow)' 등의 단어를 더 쓴다고 하네요.

K뷰티 제품들 역시 최근에는 이런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요. 품질뿐만 아니라 이런 문화적 맥락과 언어적 민감성까지 고려해 점점 진화하는 K뷰티 산업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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