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쇼핑의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이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며 사업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우선 뷰티·패션을 핵심 카테고리로 집중 육성하는 중이다. 더불어 롯데그룹 계열사 혜택을 통합 제공하는 '엘타운' 서비스를 통해 그룹의 '디지털 관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익성 개선…외형은 뒷걸음질
롯데온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685억원이었다. 지난 2022년 영업손실 1559억원에 비하면 절반 이상의 적자 폭 개선이다. 이는 2023년 6월 단행한 희망퇴직 등 강도 높은 비용 절감 조치의 결과다. 같은 해 7월에는 본사를 송파 롯데월드타워에서 강남 위워크로 이전하며 고정비 절감에 나섰다. 이러한 비용 효율화 노력 덕분에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외형 성장은 주춤했다. 롯데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1.4% 감소한 1198억원을 기록했다. 여전히 수백억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롯데온은 2020년 론칭 당시, 롯데 유통 계열사 7곳을 통합한 만큼 롯데가 던진 이커머스 승부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앱 구동 불편, 재고 연동 오류, 낮은 사용자 만족도 등의 문제로 론칭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이후에도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며 단 한 번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신선식품 접고 뷰티·패션 집중
이에 따라 롯데온은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뷰티·패션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붙잡고 있었던 신선식품 사업은 롯데마트로 이관했다. 영국 온라인 슈퍼마켓 '오카도'와의 협업 역시 마트·슈퍼 사업부로 넘겼다. 최근에는 오카도와의 협업의 결과인 '롯데마트 제타' 앱이 출시됐지만 실질적인 운영 주체는 롯데마트다.
그 대신 롯데온은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해 영업조직을 개편하며 '뷰티실'과 '패션실'을 신설했다. 각 카테고리의 상품 기획력과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뷰티와 패션을 '버티컬 서비스'로 육성해 롯데온만의 주력 콘텐츠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롯데온은 올해부터 연간 최대 규모의 뷰티 행사인 '뷰세라'를 신설하고, 연 4회로 정례화했다. 롯데온에 따르면 지난 3월 열린 첫 행사에서는 5일 간(3월 3~7일) 뷰티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고 구매자 수는 40% 이상 늘었다. 유명 브랜드 상품에 특가 판매, 2+1 증정, 사은품 제공 등의 프로모션을 전개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업계 1위인 CJ올리브영은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를 구축하고 있다. 컬리와 무신사도 '뷰티 페스타' 등 오프라인 접점을 강화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다이소까지 저가 공세로 뷰티 시장에 가세하며 경쟁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
결국 뷰세라를 통해 유입된 고객을 얼마나 재구매로 전환시키느냐가 핵심 과제다. 단기적인 고객 유입은 가능하지만 이를 지속 가능한 성과로 연결하려면 고객 충성도 확보, 브랜드 차별화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생각이다.
이에 롯데온은 뷰티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 투자를 병행했다. 이달 공개한 '뷰티 AI' 서비스는 고객의 피부 고민에 따라 적절한 상품을 추천하고, 유사 제품 간 가격 비교도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1년 간 축적한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AI 추천으로, 단순 큐레이션을 넘어 개인화된 소비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그룹을 등에 업었다
이와 함께 롯데온은 그룹 계열사들의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지난달 롯데온은 롯데 계열사 12곳의 혜택을 한 곳에 모은 '엘타운'을 론칭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신설한 '시너지마케팅팀'과 '게이트웨이 TFT'가 준비한 통합 플랫폼이다. 다양한 계열사의 혜택을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롯데온은 지난해 1월부터 '월간롯데'라는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매달 주요 계열사의 프로모션을 연계했다. 월간롯데에 참여한 8개 계열사의 롯데온 매출은 일반 상품보다 50% 이상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상시 운영 가능한 엘타운으로 확장한 셈이다.
롯데온 관계자는 "엘타운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을 계열사 사업장으로 유인하고, 동시에 롯데온의 신규 방문자와 구매자 확대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