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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는 왜 네이버에 가게를 차렸을까

  • 2025.04.19(토) 13:00

[주간유통]컬리·네이버 협업 발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입점 예정
이밖에도 다양한 협업 계획 중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네이버, 구멍을 메웠다

지난 18일 컬리와 네이버는 동시에 보도자료 하나를 배포했습니다. 컬리와 네이버가 '전략적 업무 제휴'에 나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업무 제휴의 요지는 컬리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입점하는 데 있습니다. 컬리의 식품과 생필품 등의 상품들을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서 선보인다는 겁니다.

아마도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내에 '컬리 스토어' 같은 걸 만들겠죠. 국내 최대 플랫폼인 네이버와 식품 새벽배송 시장의 큰 손인 컬리가 만나는 만큼 그 시너지도 엄청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네이버 쇼핑이 얻게 되는 이익을 볼까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장점이라면 접근성일 겁니다. 네이버는 유튜브, 카카오톡과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을 지배하는 '3대 앱'입니다. 최근 별도 앱으로 독립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도 출시되자마자 월간 활성사용자(MAU) 300만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진제공=네이버

이런 네이버 쇼핑이지만 유독 신선식품 등 장보기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자입니다. 신선식품은 주문 후 얼마나 빠르게 소비자가 받아볼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이 때문에 쿠팡이나 컬리는 직매입을 통해 상품을 보관하다가 주문 직후 배송하는 방식을 택했죠. 

하지만 네이버는 사업 구조상 이런 방식을 택하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제품이 여전히 판매자가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입니다. 언제 받아도 상관없는 공산품이야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하다면 하루이틀 더 기다려도 되지만 신선식품의 경우 그렇지 않습니다. 네이버에서 '장을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신선식품 새벽배송이 핵심 서비스인 컬리가 입점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간 여러 이유로 컬리를 사용하지 않던 고객들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네이버플러스의 높은 적립률을 누리면서 컬리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건 꽤 큰 메리트가 될 겁니다. 네이버쇼핑이 추구하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내 생태계 구축에도 좋은 일이고요. 네이버쇼핑으로서는 약점을 보완할 '최적의 파트너'를 구한 셈입니다. 

컬리의 도전

컬리 입장에서도 직관적인 이익이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그간 컬리를 사용하지 않던 소비자들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통해 컬리를 접하게 될 겁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컬리의 월간 MAU는 300만명 안팎입니다. 다루는 상품 카테고리가 제한적이다보니 다른 이커머스 앱들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800만대의 11번가나 600만대의 G마켓 등의 입지를 생각하면 아쉬운 건 사실입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은 출시 첫 달부터 300만대 MAU를 기록하며 컬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 대신 네이버 앱을 이용해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도 상당합니다. 컬리를 이용하는 고객이 젊은 층에 집중돼 있는 것과 달리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이용자층도 폭이 넓습니다. 컬리로서는 잠재 고객이 몇 배로 늘어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죠.

사진제공=컬리

네이버플러스에 입점한다고 해서 컬리의 장점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내 컬리 스토어에서 주문한 상품은 컬리 앱에서 주문한 것과 똑같이 컬리가 직접 새벽배송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적립, 할인 쿠폰 등의 혜택이 더해지겠죠. 이거야말로 '시너지'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이 장점이 오히려 우려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자칫하면 기존에 컬리를 이용하던 충성 고객들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외에도 넷플릭스, 네이버웹툰용 쿠키 등의 추가 혜택이 쏠쏠하기로 유명합니다.

물론 컬리에서 판매하지 않는 다른 상품들도 함께 구매할 수 있죠. 그러나 우려대로라면 열심히 장사를 했는데 우리 집 손님은 사라지고 남의 집만 붐비는 남 좋은 일만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고민의 시간

하지만 컬리가 그렇게 일을 대충 하지는 않을 겁니다. 컬리 앱을 이용해 구매하는 충성 고객들은 그대로 발을 묶어 놓고 신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겁니다. 다만 아직까지 양 사는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고 있지는 않습니다. 일단 서비스는 '연내 제공'이 목표라고 하니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겠죠.

다만 어느 정도 예상은 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우선 양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죄다 겹치면 곤란해질 테니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서는 상품 종류를 다르게 가져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전용 제품들을 내놓거나, 구성을 달리하는 거죠. 

컬리 이용자들은 다른 플랫폼 이용자보다 객단가가 높은 편이라는 점을 감안해 컬리에서는 기존의 고순도 큐레이션 상품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서는 대기업 제품이나 객단가가 낮은 편인 제품들을 주로 취급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아니면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해 그간 컬리가 자체적으로 소화하기 어려웠던 물량을 소화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컬리의 바잉 파워 상승으로도 이어지겠죠. 뷰티컬리의 뷰티 제품들이나 컬리가 판매 중인 주방용품 등의 상품군은 오히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서 더 잘 팔릴 수도 있는 제품군이기도 합니다.

물론 컬리와 네이버는 아마도 예상보다 더 뛰어난 협업 방안을 들고 올 겁니다. 컬리 관계자는 "현재 개발이 진행 중으로 최종 서비스의 모습은 가변적"이라며 "단순 입점보다는 양 사가 협업해 좀 더 발전된 형태로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단순히 컬리에서 팔던 걸 그대로 들고 와 팔지는 않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업계의 경쟁자와 손을 잡는 건 보통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집니다. 컬리가 다른 플랫폼에서 제품을 판매하기로 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컬리로서는 승부수를 던진 셈입니다. 플랫포머로서의 자존심 대신 실익을 택한 김슬아 대표의 용단은 과연 성공할까요. '연내' 공개될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안의 '컬리 스토어'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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