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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선' 중고나라…'지켜보는' 롯데

  • 2025.04.15(화) 07:00

2021년 300억 투자한 중고나라 또 적자
4년간 롯데쇼핑과의 시너지도 부족
그룹 사업재편 속 경영권 인수 가능성 촉각

그래픽=비즈워치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가 지난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 성장세는 예년보다 둔화했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다. 전략적 투자자(SI)인 롯데쇼핑의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 행사 기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롯데쇼핑의 경영권 인수가 불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쟁사는 잘 나가는데

중고나라는 지난해 매출액 11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6.1% 성장했다. 중고나라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1억원으로 전년(38억원)보다 46.0% 축소됐다. 외형 성장을 하면서도 손실을 줄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최근 중고 거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서도 중고나라의 성장세가 둔화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실제로 중고나라 매출액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2022년 16.7%, 2023년 10.3%에서 지난해 6.1%로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그래픽=비즈워치

반면 경쟁사의 경우 두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당근'을 운영하는 당근마켓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892억원으로 전년보다 48.1%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번개장터 역시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31.5% 성장한 44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도 전년보다 9.6% 줄였다.

중고나라 측은 "지난해 지속 가능한 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단순 외형(매출) 성장보다는 수익·내실 위주의 경영 전략에 집중했다"며 "이를 위해 지난해 4월 신규 취임한 최인욱 대표 체제 아래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수익성 위주의 사업 개편을 단행하며 비용 효율성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시너지

중고나라의 실적 부진이 길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오는 7월 롯데쇼핑이 중고나라의 경영권을 인수할지 여부에 대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2021년 유진자산운용과 사모펀드 운용사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중고나라 지분 93.9%를 인수할 때 SI로 참여했다. 롯데쇼핑은 300억원을 투자하고 3년 이내에 나머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지분 69.9%에 대한 콜옵션을 받았다. 이는 롯데쇼핑이 향후 중고나라의 최대주주가 돼 경영권을 인수할 권리를 얻었다는 의미다.

그래픽=비즈워치

롯데쇼핑이 중고나라에 투자할 당시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와 중고 거래가 급성장 하던 시기였다. 롯데쇼핑은 당시 비대면 C2C(개인간 거래) 시장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중고나라에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0년 20조원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관련업계에서는 롯데쇼핑과 중고나라의 시너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양사의 사업 영역이 그다지 겹치지 않는데다 중고나라가 네이버 카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롯데쇼핑의 중고나라 투자 이후 이뤄진 협업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중고나라와 함께 비대면 직거래 픽업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 전부였다.

이 때문에 롯데쇼핑은 지난해 중고나라 지분에 대한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롯데쇼핑의 콜옵션 행사 기한은 원래 지난해 7월까지였으나 다른 투자자들과 합의해 콜옵션 행사 기한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그룹 위기

관련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올 7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고나라의 지난해 실적이 2023년과 비교해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롯데쇼핑과의 시너지 여부 역시 여전히 불명확해서다. 특히 롯데그룹이 최근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중고나라를 인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유동성 위기설을 진화하기 위해 대규모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일본 소재기업 레조낙 지분 4.9%를 2750억원에, 지난 2월 파키스탄 법인을 979억원에 매각했다.

또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최근 롯데렌탈 지분 56.2%을 매각해 1조5800억원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롯데웰푸드 증평공장, 코리아세븐 ATM 사업, 롯데호텔 'L7 강남 바이 롯데' 등을 처분해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2022년 3월 당시 최경호 세븐일레븐 대표(사진 왼쪽), 홍준 중고나라 대표이사는 '자원 선순환 및 개인간 안전거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 사진=세븐일레븐

특히 롯데지주는 중고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투자했던 펀딩 플랫폼 와디즈의 지분도 지난해 정리했다. 롯데지주는 지난 2021년 와디즈 보통주와 전환우선주 800억원 어치를 사들여 2대 주주에 올랐다. 하지만 와디즈의 실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데다 그룹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말 와디즈 지분 전량을 한국투자증권에 넘기는 주식수익스와프(PRS) 계약을 체결했다. 추후 롯데지주가 이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 조항이 포함되긴 했으나 사실상 펀딩 시장에서 롯데가 철수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고나라는 롯데쇼핑의 콜옵션 행사 여부와 상관 없이 올해 본격적인 매출 확대와 흑자 전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고 거래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는 한편 거래 활성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중고나라는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블라인드 출신의 플랫폼 사업 전문가 이승준 최고사업책임자(CBO)를 영입했다. 또 플랫폼 내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서비스를 확장하고 안전결제 및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수익모델 다각화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중고나라는 콜옵션 여부와 상관없이 기존 계획대로 사업 방향과 전략을 지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중고나라 콜옵션 행사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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