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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CJ제일제당, '바이오 매각 무산'에도 웃는 이유

  • 2025.05.08(목) 07:30

바이오사업부·CJ셀렉타 매각 무산
식품·신약개발 중심 '사업 재편' 연기
'관세 전쟁' 등 시장 환경 우호적 변화

그래픽=비즈워치

CJ제일제당이 바이오사업부와 브라질 자회사 CJ셀렉타의 매각을 모두 철회했습니다. 당초 CJ제일제당은 이들 매각을 통해 5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설 계획이었습니다. 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이 다시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컸습니다. 하지만 매각이 무산되면서 모든 기대는 물거품이 됐습니다. CJ제일제당은 정리하려했던 그린바이오 사업을 다시 육성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됐습니다.

'홈플러스'에 발목

CJ제일제당은 지난달 30일 "바이오사업부 매각 추진 보도와 관련해 당사는 바이오사업부 매각 계획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시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 매체에서는 CJ제일제당이 바이오사업부 매각을 추진한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요. 이후 CJ제일제당은 이 사업부를 매각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바이오사업에 대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거나 "MBK파트너스 등으로부터 매각 제안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에둘러 인정했습니다.

'바이오' 하면 제약 사업을 떠올리기 쉽지만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은 '그린바이오'에 집중돼 있습니다. 그린바이오는 식물, 미생물 등 생물 자원을 활용해 생명공학 기술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소재나 제품을 개발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는 사료용 아미노산, 식품 조미소재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사료용 아미노산의 경우 시장 점유율 세계 1위입니다. 현재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에서 11개의 생산기지를 운영 중입니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말 바이오사업부 매각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글로벌 시장 변화 때문이었습니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는 원래 '라이신(Lysine)' 비중이 큰 회사입니다. 라이신은 동물 사료에서 첨가되는 필수 아미노산으로 글로벌 아미노산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하지만 값싼 중국산 라이신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수익성이 점차 떨어졌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 때문에 CJ제일제당은  고수익 스페셜티 품목을 확대하면서 라이신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습니다. CJ제일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 내 라이신 비중은 2017년 38%에서 2023년 18%로 줄었습니다. 문제는 고수익 제품으로 꼽히는 '트립토판(Tryptophan)' 역시 경쟁 심화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CJ제일제당은 바이오 사업 중심을 '레드바이오'로 재편하기로 하고 바이오사업부 매각에 착수했습니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부 몸값으로 5조~6조원 가량을 희망했는데요. 입찰 초기에는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다수가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 중 MBK파트너스가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가 지난 3월 기습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홈플러스 논란으로 MBK파트너스가 금융권으로부터 인수금융을 끌어오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협상이 결렬됐습니다. 다른 PEF의 경우 MBK처럼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결국 가장 강력한 원매자가 사라지면서 CJ제일제당도 바이오사업부 매각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또 불발

CJ셀렉타 역시 CJ제일제당이 자발적으로 매각을 철회한 게 아니었습니다. CJ셀렉타는 CJ제일제당이 2017년 36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브라질의 농축대두단백(SPC) 기업입니다. 농축대두단백은 대두를 가공할 때 대두유(콩기름)와 함께 생산되는 대두박을 원재료로 한 고단백 사료 원료입니다. 2017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 일선에 복귀하자마자 단행한 첫 투자였죠.

CJ제일제당은 2023년 10월 바이오사업을 스페셜티 소재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CJ셀렉타를 매각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매각 상대방은 미국 곡물기업 번지(Bunge)의 자회사인 번지알리멘토스 S.A.였는데요. CJ제일제당은 이 회사에 CJ셀렉타의 지분 66%를 약 4805억원에 매각할 계획이었습니다.

CJ제일제당의 브라질 농축대두단백 생산기업 CJ셀렉타 전경. / 사진=CJ제일제당

하지만 이 매각도 지지부진했습니다. 결국 1년이 넘는 협상 끝에 CJ제일제당은 최근 번지 자회사와 체결했던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번지가 거래 선행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CJ제일제당의 CJ셀렉타 매각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CJ제일제당은 2021년과 2022년에도 CJ셀렉타 매각설에 휩싸였는데요. 당시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를 추진하면서 이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CJ셀렉타를 매각한다는 설이었죠.

외신들은 2022년 미국 카길(Cargill) 등이 CJ셀렉타 매각 자문사에 관련 정보를 요청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도 CJ제일제당은 2021년~2022년 세 차례에 걸쳐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거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식으로 '미확정' 상태라고 공시했는데요. 이후 2022년 7월 공식적으로 매각을 부인했습니다.

매각 대신 육성

이처럼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와 CJ셀렉타가 지속적으로 매물로 거론돼 온 것은 CJ제일제당이 이들 그린바이오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비주력' 사업으로 분류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CJ제일제당은 그린바이오 사업의 비중을 점차 줄이는 대신 현재 '주력' 사업인 식품 사업과 함께 성장성이 높은 레드바이오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바이오사업부와 CJ셀렉타 매각이 성사됐다면 '슈완스'와 같은 대규모 M&A도 가능했겠죠.

특히 레드바이오 사업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도 늘릴 수 있었을 겁니다. 레드바이오는 의약품 등을 개발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인수한 CJ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신약 개발을 하고 있는데요. CJ바이오사이언스는 그룹 편입 이후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신약개발은 이익을 낼 때까지 장기적으로 연구개발이 필요한 만큼 대규모 자금 투자가 필수입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달 2일 CJ 일본지역본부를 찾아 주요 경영진들과 사업 성과를 점검했다. / 사진=CJ그룹

이번에 바이오사업부와 CJ셀렉타 매각이 모두 무산되자 CJ제일제당은 자금 조달 방식을 변경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16일 6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는데요. 모두 기존 채무 상환에 사용했다고 합니다. CJ제일제당은 재무구조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 필요성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51.3%에서 지난해 말 146.3%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CJ제일제당은 내부적으로 이번 매각 무산이 오히려 '호재'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린바이오 시장에 CJ제일제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인데요.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CJ제일제당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과 중국의 '톱티어' 사료용 아미노산 경쟁사들과 달리, CJ제일제당은 미국에 생산거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일하게 미국 공장을 가지고 있다보니 경쟁사와 달리 관세 정책에 자유롭죠.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는 중국 생산기지도 갖고 있는데요. 이곳은 중국 내수에만 대응하고 있어 미국 수출 관세와는 무관하다고 하네요.

CJ제일제당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공장. / 사진=CJ제일제당

이와 함께 최근 CJ제일제당의 라이신 가격 경쟁력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유럽연합(EU)이 중국산 라이신 수입분에 대해 58.3%~84.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EU는 연간 라이신 소비량의 약 6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EU 내 라이신 수요가 중국 외 국가로 옮겨가고 있어 인도네시아에서 라이신을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CJ제일제당에게 유리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시장 상황이 CJ제일제당에게 더 나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CJ제일제당은 그린바이오 사업을 다시 육성한 후 더 높은 값으로 재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몇년 후 그린바이오 사업이 현재보다 더 커져 더 비싼 값에 팔릴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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