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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메추'도 척척…CJ제일제당의 AI 사용법

  • 2025.07.22(화) 10:00

연중기획 [AX 인사이트 2.0]
'파이' 서비스, 짧은 대화로 '맞춤형' 제품 추천
생성형 AI 기반…DB 내에서 스스로 판단·처리
'초개인화' 목표…고객 취향 반영한 검색 노출

이동현 CJ제일제당 플랫폼 서비스 개발팀 프로페셔널(왼쪽)과 김새롬 서비스 플래닝 프로페셔널(오른쪽)./사진=CJ제일제당 제공

'오늘 뭐 먹지'는 누구나 하루에 한 번쯤은 떠올리는 고민이다. 하지만 매 끼니를 정하는 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끼니를 챙기는 것이 의무감처럼 느껴지면서 종종 '대충 때우고 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기도 한다. 이른바 '점메추(점심 메뉴 추천)', '저메추(저녁 메뉴 추천)' 등의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메뉴 결정에 대한 피로도가 쌓이고 있다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음식 룰렛', '식사 월드컵' 등 다양한 콘텐츠도 생겨났다. 그러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선택지를 제공해 개인의 입맛을 맞추기에는 한계가 있다거나, 오히려 선택의 부담을 키우기도 해서다. 그저 재미 요소를 가미한 '임시 방편용'에 불과한 셈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식품업계 맏형인 CJ제일제당이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간단한 대화만으로 개개인의 취향을 고려한 메뉴를 추천해주는 인공지능(AI) 서비스 '파이(Fai)'가 그 주인공이다. 파이 서비스를 기획한 김새롬 CJ제일제당 서비스 플래닝 프로페셔널, 개발을 담당한 이동현 CJ제일제당 플랫폼 서비스 개발팀 프로페셔널을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맞춤 해결사

통상 소비자들의 쇼핑 행태는 '목적형'과 '발견형'으로 나뉜다. 뚜렷한 목적성을 가지고 특정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목적형 쇼핑이라면, 발견형 쇼핑은 특별한 목적 없이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다. CJ제일제당은 그동안 고객들이 상품명을 검색해야만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있는 목적형에 초점을 맞춰왔다.

다만 최근 '로우 슈거(저당)', '슬로우 에이징(저속 노화)'을 비롯한 건강 중시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CJ제일제당도 변화가 필요했다. 공식 온라인몰인 'CJ더마켓' 내에서 판매하는 자사 제품의 영양과 알레르기 성분, 원재료 함량 등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CJ제일제당은 키워드 중심 검색을 넘어 건강한 식품을 직관적이고 간결하게 탐색할 수 있는 기능을 AI로 구현하기로 했다.

김새롬 프로페셔널(왼쪽)과 이동현 프로페셔널(오른쪽)이 '파이' 서비스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은 가장 먼저 AI를 통해 관련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 형태로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프로페셔널은 "소비자들이 흔히 상품을 구매할 때 보는 '상품 정보 고시' 항목은 내부 시스템상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나 다름 없었다"면서 "원재료, 원산지, 영양 정보가 하나하나 들어가있기보다 한 문장으로 구성돼 있어 이를 나눈 다음 하나의 테이블 형식으로 만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추출된 정보를 활용한 서비스가 바로 지난달 론칭한 파이다. 식품과 인공지능의 합성어인 이 서비스는 식품 트렌드와 최신 기술을 접목해 개인화, 차별화된 고객 가치 경험을 강화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김 프로페셔널은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더 스마트하면서도 디테일한 정보들을 제공할 수 있을지 생각한 결과물"이라며 "이번 서비스가 자사 제품의 접근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빠르고 정확하게

서비스 출시 한달이 지난 현재 성과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통합 검색으로 유입해 파이 서비스로 전환된 고객은 하루 평균 약 26.4%다. 5명 중 1명은 단순 검색 기능이 아닌 파이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파이 서비스가 추천한 상품을 클릭한 고객 수(CTR)는 28.7%, 구매 전환율(CVI)은 28.5% 수준이다. 아직 운영 초기 단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수치다.

CJ제일제당은 파이 서비스의 성공 요인을 '퀄리티'와 '속도'에서 찾는다. 파이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가장 공을 들였던 두 가지다. 이 프로페셔널은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 구현은 사전에 많은 데이터를 준비해 충분히 커버가 가능했다"면서 "문제는 속도였는데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AI 모델이 없어 오픈 AI, AWS(아마존웹서비스) 등 상용 AI와의 외부 통신에 의존해야 하는 탓에 초기에는 총 응답까지 30초가 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공식 온라인몰 '더마켓' 내 파이 서비스./사진=윤서영 기자 sy@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 입장에서 '30초'라는 시간은 길다. AI가 추천 제품을 도출해 낼 때까지 기다려줄 사람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CJ제일제당은 각각의 AI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작업에 집중했다. 하나의 AI가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도록 하는 '모노태스킹' 방식을 적용했다. '프롬프트 캐싱'과 같은 기술을 통해 지연시간도 최소화했다. 이를 통해 파이 서비스의 최종 응답시간을 10초로 단축했다.

이 프로페셔널은 "파이를 개발하면서 떠올렸던 모습이 에이전틱 AI였다"며 "에이전틱 AI는 사람의 개입 없이도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파이도 이와 유사하게 사용자가 질의한 내용을 자사의 정보 내에서 찾아낼 수 있게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AI 마음=내 마음

CJ제일제당의 넥스트 스텝은 '초개인화'다.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이 새로 출시되거나 할인할 때 자동화 방식을 통해 추천해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 프로페셔널은 "고객 취향을 해결해줄 수 있는 서비스들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간다면 내부적인 운영 효율화는 물론 서비스적으로도 여러 아이디어를 도출해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초개인화를 놓치지 않을 계획이다. 파이 서비스 내에 검색 역할을 넘어 향후에는 상품과 장바구니, 주문·결제 등 각각의 도메인을 서포트할 수 있는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CJ제일제당은 더마켓의 모든 서비스를 파이가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를 끌어올려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CJ제일제당 더마켓./사진=윤서영 기자 sy@

검색 기능을 활용할 시 취향에 맞는 제품을 최상단에 노출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이 프로페셔널은 "파이는 결국 AI 서비스다 보니, 서술형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면서 "한 고객이 더마켓에서 고기 만두를 자주 구매한 이력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런 고객 취향을 반영해 앞으로는 만두를 검색하면 고기 만두부터 추천하는 등 개인화된 모습으로 변화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 서비스는 현대인의 반복되는 메뉴 선택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동시에 일상의 작지만 중요한 선택에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끝으로 두 사람은 "여타 플랫폼의 AI 서비스가 대부분 오랜 기간 베타로 선보이고 있듯이 파이 역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단계"라며 "현재 파이는 당초 계획한 것들의 일부분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 정교하면서도 고도화된 서비스로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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