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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오고 팔고…롯데의 곳간 채우기는 '진행형'

  • 2025.02.18(화) 16:37

회사채·CP 발행에 자산 매각까지
비핵심 사업 접고 사업구조 재조정
바이오·AI 등 신사업 투자 지속

/그래픽=비즈워치

지난해 '위기설'에 휩싸였던 롯데그룹이 연초부터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회사채, 어음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해외 법인, 공장, 호텔까지 자산 전방위로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사업 구조도 재편하겠다는 생각이다.

분주한 자금 조달

호텔롯데는 오는 20일 회사채(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를 발행해 총 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호텔롯데는 당초 2년물 600억원, 3년물 400억원 등 총 1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12일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9000억원 이상의 주문이 들어오면서 2년물 1300억원, 3년물 700억원으로 증액했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모두 채무 상환 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롯데웰푸드도 이달 초 회사채를 통해 2500억원을 조달했다. 올해 롯데그룹의 첫 회사채 발행이었다. 롯데웰푸드 역시 당초 이번 회사채로 3년물 1500억원, 5년물 500억원 등 총 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목표였지만 2조원이 넘는 청약이 몰리며 발행액을 늘릴 수 있었다.

롯데그룹 연간 매출 / 그래픽=비즈워치

롯데지주는 이달 초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총 6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롯데지주는 통상 연초 새로운 회사채 발행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차환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올해는 회사채 대신 CP를 택했다. CP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등 공모 과정이 없어 상대적으로 회사채보다 발행하기가 쉽다.

롯데지주가 종전과 달리 회사채 대신 CP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난 2023년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이 AA-로 낮아진 데다, 지난해에는 등급전망마저 '부정적'으로 조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호텔롯데와 롯데웰푸드의 회사채 수요예측이 흥행에 성공한만큼 롯데그룹에 대한 시장의 투자심리가 일정 부분 안정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이들 계열사 외에도 추가적으로 공모시장에 뛰어들 계열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 롯데칠성음료가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또 최근 자산 재평가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한 롯데쇼핑 역시 회사채 발행 가능성이 거론된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분기 15년만에 자산 재평가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토지 장부가가 기존보다 9조5000억원 늘어난 17조7000억원이 되면서 부채비율도 190.4%에서 128.6%로 크게 낮아졌다. 부채비율이 낮아진 만큼 신용등급 평가와 투자 재원 조달에 유리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호텔 팔고 지분 팔고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비핵심 사업∙자산 매각도 광범위하게 진행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경우 4성급 호텔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호텔롯데가 운영 중인 L7 홍대·명동·강남·해운대 중 한 곳이 될 전망이다. 호텔롯데는 L7 중 한 곳을 매각해 약 2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호텔 매각 후에는 위탁 운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또 호텔롯데는 글로벌 면세 기업 아볼타(옛 듀프리)의 지분도 올해 안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호텔롯데는 지난 2021년 11월 단순 투자 목적으로 아볼타의 지분 271만444주(1.78%)를 1570억원에 사들인 바 있다. 호텔롯데는 올해 이 지분을 전량 매각해 약 1576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롯데호텔 L7 홍대. / 사진=롯데호텔

호텔롯데는 롯데렌탈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2월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바인딩 MOU)를 맺고 호텔롯데(2039만6594주)와 부산롯데호텔(768만1511주)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총 56.2%를 1조5729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달부터 진행된 실사를 올 상반기 안에 종료한 후 최종 주식 매매 계약에 나설 예정이다. 호텔롯데는 매각 대금 중 관련 비용을 제외한 9790억원을 현금으로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4성급 호텔 매각, 아볼타 지분 매각, 롯데렌탈 매각을 통해 올해 안에 총 1조3866억원의 현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중 7000억원은 국내외의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쓰고 나머지 6866억원은 신규사업 투자 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호텔롯데는 이 차입금 상환을 통해 부채비율을 약 154.5% 수준으로 끌어내린다는 목표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165.0%)보다 10.5%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사업 재조정

이밖에도 롯데웰푸드는 지난 7일 신라명과에 충북 증평군 도안면에 위치한 제빵사업부 증평공장을 매각하기로 했다. 당초 롯데웰푸드는 제빵사업부 전체를 통매각하는 안건을 검토했으나 이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대신 현재 운영하지 않고 있는 증평공장을 매각해 수익성을 개선하기로 했다.

롯데웰푸드는 매각 자금을 인도 통합법인 설립, 빼빼로 라인 설비 투자 등 해외 사업 확장에 활용할 예정이다. 국내 유휴 자산을 매각하는 대신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 식으로 사업 구조를 재조정 하겠다는 생각이다.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초 무산됐던 파키스탄 법인(LCPL)의 매각을 재추진하고 있다.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LCPL을 비핵심 사업으로 분류하고 고부가 사업 확대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지난 13일 파키스탄 투자사와 아랍에미리트(UAE) 석유화학업체가 LCPL이 상장된 파키스탄 증권거래소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조만간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CPL 매각이 성사될 경우 지난해 5월 롯데케미칼이 자산 경량화 전략을 공식화한 이후 첫 사업 매각 사례가 된다. 

롯데는 6일 인도 푸네시에서 하브모어 신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신공장은 롯데웰푸드가 2017년 하브모어를 인수한 이후 처음 증설한 생산시설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이 신공장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롯데그룹

이와 함께 롯데케미칼은 해외 자회사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확보에도 나섰다. 이미 미국 법인 주식으로 66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마쳤고,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PT LOTTE Chemical Indonesia)을 활용한 PRS(주가수익스와프)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올해 연결 기준 차입금은 지난해와 유사한 10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실차입금은 2000억원 가량 축소한다는 목표다.

롯데그룹은 자산 유동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신사업 투자는 지속할 계획이다. 롯데 화학군은 배터리 소재와 수소 사업 등 고부가 중심 사업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 신설과 함께 미국 시러큐스 공장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시설을 증설 중이다. 또 롯데이노베이트는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플랫폼 '아이멤버'의 대외 사업을 본격화하는 등 신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는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신사업 투자는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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