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당류와 칼로리를 뺀 '제로(0)' 음료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확산하면서다. 그러나 대표 이온음료인 동아오츠카의 '포카리스웨트'는 설탕과 기타과당(액상과당)을 포함한 기존 제조법을 고수하고 있다. 포카리스웨트의 후속 브랜드인 '이온워터'가 유일한 저당·저칼로리 이온음료다. 포카리스웨트가 40년 가까이 제로화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수분 보충=이온음료
포카리스웨트는 1980년 일본 제약사인 오츠카 제약에서 개발된 이온음료다. 생리 식염수를 물처럼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제품을 통해 체내 수분과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등 전해질을 빠르게 보충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이 덕분에 포카리스웨트는 탈수를 예방하거나 운동 이후 손실된 수분을 채우는 데 도움을 주는 제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포카리스웨트는 7년 뒤인 1987년 동아오츠카를 통해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됐다. 동아오츠카는 파란색 병과 '몸에 흡수되는 수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차별화를 꾀했다. 당시 포카리스웨트는 탄산음료와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덕분에 포카리스웨트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포카리스웨트는 출시 후 작년까지 240㎖ 캔 기준으로 총 133억개가 팔렸다. 성과도 좋다. 2004년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메가 브랜드로 거듭난 포카리스웨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2000억원을 넘어섰다. 포카리스웨트의 판매량 증가에 따라 동아오츠카 매출도 우상향을 그리는 추세다.
동아오츠카는 오랜 기간 탄탄히 쌓아온 신뢰가 이같은 호실적의 비결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오츠카 측은 "포카리스웨트를 직접 마셔본 소비자가 이에 대한 필요성을 체감하면서 다시 찾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며 "경험을 기반으로 한 신뢰가 오랜 시간 축적된 덕분에 유행을 넘어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카리의 핵심
하지만 동아오츠카는 포카리스웨트 만큼은 최근 시장 트렌드인 제로 음료로 만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포카리스웨트를 제외한 여타 이온음료는 제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례로 파워에이드는 지난 2023년 '파워에이드 제로'를 출시한 이후 제로 라인업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게토레이 역시 지난해 제로를 시장에 내놨다.

동아오츠카가 이처럼 고집을 부리는 것은 이온음료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포카리스웨트는 체액과 유사한 삼투질 농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체내에서 삼투압 현상이 일어나는 동안 나트륨과 포도당이 수분의 흡수를 더욱 빠르게 도와준다는 게 동아오츠카의 설명이다. 한 마디로 포카리스웨트의 핵심 효능인 빠른 수분 보충에 당 성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2018년 출시한 이온워터 역시 당분을 빼지 않았다. 일반 생수를 대신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지만, 체내 수분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완전한 제로 제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동아오츠카에 따르면 포카리스웨트와 이온워터에 들어간 포도당(100㎖ 기준)은 각각 5.8g, 2.4g다.

대신 동아오츠카는 제로 열풍에 '나랑드 사이다'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당초 설탕을 함유한 탄산음료로 선보인 이 제품은 한 차례 단종됐다. 하지만 2010년 재출시와 함께 제로 칼로리 제품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꾸준한 인기를 얻은 나랑드 사이다는 지난해 500억원에 가까운 역대 최대 매출을 거두기도 했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물은 섭취하고 난 뒤 2시간이 지나면 체내 보존 비율이 38% 수준에 그치지만, 이온음료를 마시면 이 비율은 57%로 뛴다"며 "이 때문에 사람의 몸이 변하지 않는 한 포카리스웨트의 성분도 변하지 않고 기존 그대로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