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와인에 진심' 하이트진로, '화이트와인'으로 불황 뚫는다

  • 2025.05.21(수) 07:00

와인 매출 연간 400억 수준 ‘알짜’ 사업 정착
와인 시장 정체…'화이트와인'으로 차별화

그래픽=비즈워치

하이트진로의 대표 제품은 '진로'와 '참이슬'과 같은 소주, 그리고 '하이트'와 '테라' 등의 맥주다. 그런데 하이트진로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와인'이다.

하이트진로가 와인 수입 사업에 진출한 것은 벌써 28년 전이다. 1997년 프랑스와 독일 와인 5종을 한국으로 들여온 것이 시작이었다. 현재 하이트진로가 현재 수입 중인 와인은 프랑스산 샴페인 '떼땅져(Taittinger)', 뉴질랜드산 와인 '머드하우스(Mud House)' 등 12개국 140여개 브랜드, 1000여 종에 달한다.

최근 국내 와인 시장은 침체에 빠져 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고객의 니즈가 더 명확해지고 있는 만큼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올해 주목하는 와인은 '화이트와인'이다. 권광조 하이트진로 와인지점장과 만나 하이트진로 와인 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소주·맥주 말고 와인

'와인지점'은 하이트진로에서 와인을 수입, 브랜딩, 판매 업무 전체를 담당하고 있다. 원래 하이트진로는 '프리미엄 브랜드팀'을 통해 '일품진로'와 같은 증류주 사업과 함께 위스키와 와인, RTD 등의 수입 사업을 벌여왔다.

이후 하이트진로는 와인IB(인터내셔널 브랜드)지점을 만들어 와인과 위스키 수입 사업을 맡겼다. 최근에는 아예 와인만 별도로 독립시킨 와인지점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하이트진로가 와인 사업에 대해 거는 기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이트진로 와인지점에는 프랑스에서 공부한 브랜드 매니저(BM) 등 다수의 와인 전문가들이 소속돼 있다. 권광조 지점장 역시 유럽에서 와인 양조를 전공했다. 권 지점장은 "직원들 모두 와인에 진심"이라며 "하이트진로 소주와 맥주에 대한 인식이 크지만 와인 사업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처음으로 수입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와인인 '스와틀랜드 와인' 3종. /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와인 수입 사업은 '본업'인 맥주와 소주에 가려 크게 주목 받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하이트진로의 와인 매출은 2017년 100억원을 넘어섰고 2019년에는 200억원을 넘어섰다. 이어 코로나19 시기인 2022년 442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냈다.

하이트진로는 브랜드 매니저가 해외에서 시음회나 와이너리 방문을 통해 와인을 시음한 후 내부 샘플 시음까지 거쳐 수입 여부를 결정한다. 이를 통해 하이트진로는 현재 1만원대부터 1000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권 지점장은 "하이트진로 와인은 '모든 가격대에서 프리미엄한 와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은 저렴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와인에 기대하는 프리미엄함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또 고가의 와인이라면 소비자가 쓴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와인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품질과 가격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와인을 찾는 데 집중한다는 의미다.

이런 와인을 찾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권 지점장은 "2023년과 2024년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와인·스피릿 박람회 '프로바인'에서 소싱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면서 "품질은 좋지만 원하는 가격대가 아니거나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이 애매한 경우가 있어 고르기가 무척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독일 VDP(독일 우수 와인 생산자 협회) 부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부스 전체를 시음하고 나서 '그란 파시안(Gran Fassian)'과 '스와틀랜드(Swartland)'를 소싱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양해지는 니즈

물론 와인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폭발적으로 늘던 와인 소비가 최근에는 줄어드는 추세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와인 수입 중량은 2021년 7만6575톤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5만2036톤을 기록하면서 3년 연속 감소했다. 권 지점장은 "코로나19 이후 와인 수입은 크게 늘었는데 최근 불황의 영향으로 수요가 줄면서 재고가 많다보니 수입량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와인 수입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올 1~4월 와인 수입 중량은 1만8423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15.6% 늘었다. 다만 수입액은 여전히 감소 중이다. 올 1~4월 와인 수입액은 1억411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6.4% 감소했다. 권 지점장은 "수입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도 "최근 경기가 어렵다 보니 가성비 높은 와인을 찾아가는 추세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와인 수입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화이트와인'의 성장이다. 화이트와인은 지난해 와인 수입 감소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레드와인의 수입 중량과 수입액은 각각 전년보다 9.8%, 13.3%씩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화이트와인(스파클링 와인 제외)의 수입 중량은 전년보다 2.0% 줄어든 상황에서도 수입액은 8.4% 성장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올해도 화이트와인은 레드와인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화이트와인의 올 1~4월 수입 중량은 전년보다 37.6% 늘었다. 레드와인의 수입 물량이 같은 기간 2.7% 성장률을 보인 것보다 높다. 같은 기간 화이트와인 수입액도 15.4% 성장했다.

권 지점장은 "이전에는 '와인' 하면 레드와인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였으나 최근 소비자들은 자신이 어떤 맛을 선호하는지 알고 그와 어울리는 음식 페어링도 하면서 화이트와인을 찾고 있다"며 "더 가볍게 즐길 수 있고 한식과도 잘 어울리는 화이트와인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화이트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이 다양하다. 권 지점장은 "화이트와인은 상큼한 맛이 나기 때문에 참치회나 삼겹살 같은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린다"며 "시저 샐러드, 닭고기를 사용한 냉채 요리 등 산뜻한 음식과도 즐기기 좋다"고 소개했다.

'화이트와인' 띄우기

하이트진로는 최근 화이트와인을 더 알리기 위한 B2B(기업간거래) 행사도 열었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탭샵바'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와인 전시회 겸 시음회다. 이 행사는 하이트진로가 2023년 이후 2년여 만에 연 와인 전시회였다.

하이트진로는 그간 도매상, 보틀샵, 레스토랑, 호텔 등 B2B 고객에게 자사 유통 와인을 소개하기 위한 전시회를 열어왔다. 행사장 내에서 하이트진로 유통 와인을 자유롭게 맛보고 브랜드 매니저에게 와인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는 행사다.

올해 행사가 독특했던 건 화이트와인에 집중한 행사였다는 점이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전시회에서 58종의 화이트와인을 선보였다. 레드와인은 1종류 뿐이었다. 그만큼 하이트진로가  화이트와인 시장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탭샵바'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B2B 와인 전시회 모습. / 사진=정혜인 기자 hij@

권 지점장은 "올해 전시회는 원래 유통하던 브랜드 외에 신상 화이트와인 브랜드로 거의 다 채웠다"며 "화이트와인과 로제와인처럼 시원하고 청량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을 주로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서 B2B 관계자들에게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와인은 남아공 와인인 '스와틀랜드 부쉬바인 슈냉 블랑'이었다. 권 지점장은 "이 상품은 하이트진로가 처음으로 론칭한 남아공 와인으로 남아공에서도 와인 생산 지역으로 가장 유명한 스와틀랜드의 대표 와이너리에서 들여온 것"이라면서 "포도를 손으로만 수확해 과실의 농축미를 느낄 수 있고 프렌치오크에서 6개월 숙성해 복합미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소비자 대상의 바이럴 마케팅과 SNS 마케팅에 집중하며 수입 와인에 대해 더 알린다는 목표다. 다만 올해 우려되는 것은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권 지점장은 "고환율 탓에 원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이를 판매 가격에 반영하기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며 "시장이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