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면세점들이 올해 1분기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은 수익성을 개선한 반면,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적자로 돌아섰다. 그동안 단행해온 체질개선 성과와 인천공항 임대료 등이 실적이 엇갈린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들 업체는 하반기 '중국 단체 관광객(游客·유커)'이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웃고 울고
롯데면세점의 1분기 매출은 636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2.3%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줄어든 외형과 달리 영업이익은 15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 2023년 2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이자, 면세점 4사 중 유일한 흑자다.
올해 초부터 거래를 끊은 '중국 보따리상(代工·다이궁)'의 영향이 컸다. 다이궁은 사드 사태 이후 발길이 끊긴 유커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면세점의 큰 손'으로 불렸다. 그러나 각종 할인·환급 혜택과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송객수수료에 따라 면세점은 그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다이궁과의 거래 중단을 통해 매출 공백을 감수하는 대신 판관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현대면세점은 외형 성장을 이루면서도 적자 폭을 축소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현대면세점의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2935억원, 19억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22.1%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3분의 1가량 줄었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공항점 내 시계와 주얼리 등 럭셔리 상품군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라면세점은 매출과 영업손실이 동반 하락했다. 1분기 기준 신라면세점의 매출은 지난해 8307억원에서 올해 8271억원으로 0.4% 소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고환율이 발목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신세계면세점의 영업손실은 23억원이다. 그나마 위안거리인 건 매출을 방어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분기 4867억원이었던 매출은 올해 5618억원으로 15.4% 증가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시내면세점과 인천공항점 매출은 성장했지만, 인천공항의 정상 매장 전환으로 임차료가 증가한 탓에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말했다.이 순간만 기다렸는데
면세업계는 하반기에 들어서면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3분기 중 유커를 대상으로 한시적 비자 면제를 시행하기로 해서다. 무엇보다 업황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유커의 귀환은 면세업계 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다.
하지만 이에 따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라 예전과 같은 유커의 구매력이 뒷받침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환율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면세업은 업의 특성상 환율 변동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자칫 중국인들의 구매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면세업계는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먼저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은 '경영 효율화'를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어려운 업황이 이어지는 만큼 몸집을 줄이고, 잘 되는 곳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달 말 베트남 다낭 시내점, 호주 다윈 공항점의 계약 만기에 따라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주류·담배 사업권 계약기간을 기존 2026년에서 2029년으로 3년 연장한 것과 다른 분위기다. 현대면세점은 시내면세점을 재정비한다. 오는 7월 시내면세점인 동대문점 폐점과 함께 무역센터점을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차별화 전략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외국인 방한객 증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영업 마케팅 강화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신세계면세점은 빠르게 변화하는 관광객 쇼핑 트렌드에 발맞춰 단독 입점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등 MD 강화 전략을 펼칠 생각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대규모의 일반 관광객보다는 비즈니스 출장이나 의료·뷰티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며 "객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단체 관광객의 방문이 예상돼 업계의 기대감이 여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