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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유커'의 귀환…웃지 못하는 면세점

  • 2025.03.31(월) 07:00

중국, 3분기 유커 대상 '한시 무비자' 추진
단체 관광 활성화…면세점 실적 반등 기회
중국 경기 침체로 씀씀이 줄어 낮은 기대감

그래픽=비즈워치

정부가 3분기 중국 단체관광객(游客·유커)에 대한 한시 비자 면제를 추진하면서 면세업계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유커가 복귀하면 매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기 침체, 고환율 등으로 중국인들의 씀씀이가 줄어든 탓에 실제 유커 복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커의 귀환

정부는 지난 20일 경주에서 민생경제점검회의를 갖고 오는 3분기 중 전담여행사가 모집한 유커에 대한 한시 비자 면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민 의견을 수렴한 후 다음달 중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비자 면제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인은 국내 관광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고객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469만명으로 전체 방한 관광객 중 28.2%를 차지하며 1위를 차지했다.

그래픽=비즈워치

면세업계에서는 유커의 한시적 비자 면제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비자가 면제되면 한국을 찾는 유커가 늘어나면서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커는 과거 국내 면세시장을 성장시킨 중요한 축이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유커가 국내로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국내 면세시장도 호황을 누렸다. 특히 유커의 관광 코스에 포함된 시내 면세점들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유커가 시내 면세점에서 명품을 싹쓸이 하는 식으로 쇼핑을 하면서 면세점 매출도 크게 늘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면세시장 전체 매출액은 24조8586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2017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이 중단됐다. 여기에 2020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유커의 빈자리는 다이궁(代工·보따리상)이 채웠지만 다이궁 유치를 위한 송객수수료가 치솟으면서 면세점들은 적자 수렁에 빠졌다. 상황이 이런 만큼 유커의 복귀는 국내 면세점들의 매출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유커 잡아라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커가 다시 한국을 찾는다 해도 면세점의 매출 증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중국인들의 씀씀이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이어지는 고환율 역시 중국인들의 구매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중국인 개별 관광객, 다이궁, 유커까지 모두 씀씀이가 줄고 있다"며 "면세점에 와서도 쇼핑을 하지 않는 관광객들이 다수"라고 말했다. 다른 면세점 관계자 역시 "몇천명 수준으로 들어오는 단순 관광 목적의 단체관광객의 객단가는 매우 낮은 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면세점 내 외국인 1인당 평균 구매액은 2023년 184만원에서 2024년 119만원으로 감소했다. 면세업계에서는 이 금액의 대부분을 다이궁이 쓴 것으로 추정한다. 다이궁은 한번에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구매하는 중국인 보따리상이다. 이들이 쓴 금액을 제외한다면 실제로 일반 관광객이 쓴 금액은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0일에는 중국 의료뷰티 기업 단체관광객이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방문했다. / 사진=신세계면세점

그래도 면세업계는 유커 귀환이 매출을 늘릴 기회로 보고 이들을 겨냥한 전략 수립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월 초 고객 유형에 맞춘 타깃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마케팅 부문을 신설하고 이 부문에 GT팀(Group Tour팀)을 배치했다. GT팀은 중국 내 사무소 및 현지 여행사와 함께 중국인을 겨냥한 여행 패키지 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알리페이, 위챗페이와 같은 중국 간편결제사와의 제휴도 강화할 준비도 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객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고부가가치 외국인 비즈니스 단체(MICE)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럭셔리부터 화장품, 패션, 잡화 등 다양하고 차별화한 상품을 선보여 만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업 방문단과 비즈니스 관광객에게 시내면세점 중 최대 규모의 명동점 미디어파사드 웰컴보드를 노출하는 식의 VIP 경험도 제공한다.

현대면세점은 외국인 고객의 쇼핑 편의를 위해 단체관광객 전용데스크와 외국인 VIP 전용 라운지를 설치했다. 또 아쿠아리움 등 주요 관광시설과 연계한 단체관광 관계상품 개발도 검토 중이다.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중국 간편결제 등급별로 현대면세점 멤버십 등급을 매칭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유커의 쇼핑 편의를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동남아 중심으로 단체관광객이 들어오고 있고 중국 역시 소규모 단체관광객이 들어오는 중"이라며 "앞으로 무비자가 시행되면 단체관광객 입국이 더 활성화 될 것이기 때문에 관련 마케팅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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