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연말을 앞두고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장기화하는 내수 침체와 소비 둔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의 일환이다. 다만 비용 절감의 최종 수단이 인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이번 구조조정은 단기 대응을 넘어 유통 산업 전반의 체질 변화와 위기 의식을 반영한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이렇게라도
편의점 이마트24는 오는 19일까지 부장급 이상 직원(밴드1~2)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이마트24가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올해 편의점 업계에서는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를 제외한 GS25·이마트24·세븐일레븐 3사가 모두 희망퇴직을 진행하게 됐다.
이마트24가 인력 감축 카드를 꺼내든 것은 실적 부진 때문이다. 이마트24는 올해 3분기 기준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8% 감소한 5521억원을 거뒀다. 출점 경쟁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비용 절감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는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업계뿐만 아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역시 현재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던 지난 2020년 12월 이후 5년 만이다. 이번 희망퇴직 대상자는 전사 지원 조직과 오프라인 영업 조직 내 15년 이상 근무자, 45세 이상의 경력 입사자다.
통상 희망퇴직은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이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고정비 성격이 강한 인건비를 줄여 단기적인 재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지난달 뷰티 사업부 내 면세점·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 판매 판촉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LG생활건강의 뷰티 사업부는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이 588억원으로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번 희망퇴직은 기존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3분기까지 누적 매출 3조3680억원, 영업이익 3132억원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9.3%, 영업이익은 84% 증가한 수치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개선이 전체 성장을 이끌었다. 단기 실적만 놓고 본다면 위기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변해야 산다
일각에선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구조조정에 나선 배경에는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 화장품 시장은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내수 중심의 사업 구조만으로는 중장기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기업 전략에 반영됐다는 뜻이다.
여기에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 화장품은 온라인·디지털은 물론 인공지능(AI) 전환 등 산업 구조가 변화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의 역할과 역량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조직을 확장해 온 과거 방식이 아닌, 디지털 경쟁력을 중심으로 한 조직 재설계가 불가피해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이커머스를 통해 디지털 전환을 꾀하고, 오프라인에선 멀티 브랜드숍(MBS) 등 대형 유통 채널로 재편한 상태다. 오프라인의 역할을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브랜드 자체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정의하기 위한 행보다. 이를 위해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등 단일 브랜드숍(로드숍) 형태로 운영해온 매장도 대폭 축소했다.
편의점 업계 역시 비슷한 변화의 흐름에 놓여있다. 편의점은 한때 점포 수 확대를 통한 외형 성장이 핵심 전략으로 꼽혔다. 그러나 지금은 오프라인 매장의 기능 자체를 재설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퀵커머스, 물류 효율화, 데이터 기반 상품 운영이 중요해지면서 본사 조직 역시 근본적인 운영 체계를 재편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형 성장에 의존하던 기존 전략이 더는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비용 절감을 넘어 사업 구조 전환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다"며 "유통 산업 전반의 재편이 진행되는 만큼 당분간 이러한 인력 감축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