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북미 인수·합병(M&A) 성과에 희비가 교차했다. 아모레퍼시픽이 M&A에 대한 효과를 톡톡히 볼 동안 LG생활건강은 지지부진했다.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뷰티 트렌드에 얼마나 선제적으로 대응했는지가 희비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공 들였더니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북미 매출은 저자극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가 견인했다. 작년 기준 아모레퍼시픽은 북미에서 525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76.6% 증가했다. 여기서 코스알엑스의 매출은 3894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북미 매출 중 74.1%를 코스알엑스로부터 거둬들인 셈이다.
그야말로 '효자' 브랜드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북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지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코스알엑스의 지분 38.4%를 9351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지난해에는 잔여 지분(54.8%)을 확보하며 자회사로 편입했다. 업계에선 코스알엑스가 아모레퍼시픽의 또 다른 M&A 결과물인 럭셔리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하퍼'의 부진까지도 상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타타하퍼의 작년 매출은 3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 줄었다.

아모레퍼시픽이 북미에서 유의미한 성장세를 만들어 낼 동안 LG생활건강은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더 에이본' 인수를 시작으로 '피지오겔' 아시아·북미 사업권, 미국 하이앤드 패션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 폭스를 보유한 '보인카', '더크렘샵'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북미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수년간 M&A에 투자한 금액만 600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공격적인 인수합병은 기대와 달리 부진하기만 했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북미 매출은 5662억원으로 전년보다 700억원 이상 줄었다. 2023년부터 진행한 '더 에이본 컴퍼니'의 구조조정 여파는 물론 보인카와 더크렘샵이 매출을 끌어내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더크렘샵의 남은 지분 35%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과 지분 가치에 이견을 보이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기도 했다. '빌리프', '더페이스샵(TFS)' 등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뷰티앤퍼스널케어(BPC) 브랜드들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젊어져야 산다"
성적표는 엇갈렸지만 양 사 모두 향후 북미에 초점을 맞춘 M&A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은 같다. 최근 K뷰티 지형도는 대기업 브랜드에서 중소기업이 전개하는 인디 브랜드로 옮겨가고 있다. 인디 브랜드는 트렌디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를 갖췄다는 점에서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다.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인디 브랜드를 사들이는 게 중요해졌다.

LG생활건강이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영 제너레이션'이다. MZ세대와 알파세대를 핵심 고객층으로 삼고 있는 브랜드들과 M&A를 추진하는 게 골자다. 다시 말해 '젊은 세대 사이에서 검증이 된 브랜드'를 사들이겠다는 의미다. LG생활건강은 '후'와 '오휘', '숨37도' 등 중고가 브랜드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저가형 시장에선 경쟁력이 약하다. 이 때문에 지난 2023년 K뷰티 신흥 강자로 떠오른 '힌스'를 보유한 비바웨이브를 인수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추가적인 M&A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LG생활건강과 비교하면 M&A에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코스알엑스로 큰 재미를 본 만큼 올해 새로운 브랜드와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글로벌 리밸런싱(재조정)'에 집중하고 있어 주요 육성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라도 M&A를 진행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들 업체가 M&A에 섣불리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상호관세' 때문이다. 그간 K뷰티는 무관세 혜택을 누려왔다. 하지만 오는 9일부터는 25%의 상호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관세를 부담해야 할 경우 인디 브랜드들의 강력한 무기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시간 문제다. 그런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미국에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는 탓에 관세에 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다행인 건 관세 정책으로 제품 판매 가격이 소폭 오르게 되더라도 한류 열풍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어 K뷰티 수요가 크게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