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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지누스, 3년 만에 '백조'로 변신하나

  • 2025.05.23(금) 07:00

지누스, 올 1분기 매출 64% 늘며 깜짝 실적
2022년 현대백화점 편입 후 실적 내리막길
미국 주문 정상화에 작년 하반기부터 실적 회복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그래픽=비즈워치

현대백화점그룹 매트리스·가구 전문기업 지누스가 급격한 실적 개선을 이루며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지누스는 2022년 5월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된 이래 계속된 실적 악화로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 등 해외 수출이 정상화하면서 '효자'로 거듭나는 모양새다.

가파른 실적 개선

지누스는 지난 1분기 매출액이 25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64.2%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75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실적이다.

지누스의 호실적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이 이끌었다. 지누스의 올 1분기 미국 매출은 200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3.4% 증가했다. 제품 카테고리별로 살펴보면 지누스의 대표 제품인 매트리스의 성장세가 특히 높았다. 지누스의 1분기 매트리스 매출은 1996억원으로 109.5% 성장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지누스의 실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다. 지누스의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272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2%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277.1% 증가한 119억원을 달성했다. 4분기 역시 매출은 2890억원, 영업이익은 161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동기보다 2.4%, 852.5%씩 증가했다.

지누스의 실적이 하반기부터 개선되기 시작한 것은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지난해 5월부터 주문이 정상화됐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부터 부피를 줄인 포장 박스 '스몰박스'를 도입하면서 물류비용을 크게 감축한 것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됐다. 스몰박스는 지난해 지누스가  새로운 압축 포장 기술을 적용해 선보인 포장 박스다. 기존 '빅박스'보다 제품 압축률을 최대 60% 이상 늘렸다.

눈길을 끄는 건 지난해 3분기 이후 지누스의 매출, 영업이익 증가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기저가 되는 전년도 실적이 그만큼 좋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누스는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된 이래 2년이 넘도록 실적이 악화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창립 이래 최대 '빅딜'이었는데

지누스는 1979년 3월 설립된 캠핑용품 전문기업 진웅기업으로 출발했다. 1988년 현재의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는 캠핑용품을 주력으로 했다. 캠핑사업을 영위할 당시 월마트, 케이마트와 같은 대형 소매상과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해외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지누스는 2000년 중반부터 주력 사업을 매트리스와 가구 사업으로 바꿨다. 2005년 세계 최초로 매트리스 소형 박스 포장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온라인 판매 경로를 개척할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침대나 가구 유통은 오프라인 전문점이 독점하던 시기였다. 지누스는 빠르게 온라인 유통 시장에 뛰어들며 이 시장을 선점했다.

지누스가 기존 포장 박스보다 부피를 최대 60% 줄여 선보인 2세대 압축 포장 패키지 ‘뉴원더박스’. /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누스를 인수하기로 한 2022년 당시 지누스는 아마존 내 매트리스 판매 1위 기업이었다. 전체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에서도 30%대의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었다. 미국 외에도 캐나다·호주·일본·영국·독일 등 유럽에서도 사업을 확장 중이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1년 발표한 '비전2030'을 달성하기 위해 지누스 인수를 결정했다. 이 비전에는 오는 2030년까지 현대리바트·현대L&C 등 리빙 사업부문의 매출 규모를 5조원대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가 포함돼 있다.

현대백화점이 지누스 인수에 쏟아부은 금액은 8790억원에 달한다. 지누스 구주 30% 인수와 1200억원대의 유상증자를 하는 데 사용한 금액이다. 이는 현대백화점그룹 창립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이었다.

지누스 저상형 프레임 제품 '퍼프'. /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하지만 현대백화점에 인수된 이후 지누스의 실적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누스의 매출액은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된 2022년 1조1596억원에 달했으나 2023년 9523억원으로 17.9%나 줄어들며 1조원 선이 무너졌다. 영업이익도 2022년 656억원에서 2023년 183억원으로 72.0%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023년보다 더 줄어든 9204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 54억원을 기록하며 아예 적자 전환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된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미국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태로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판매가 줄었다. 이 때문에 재고가 쌓이면서 고객사 발주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 탓에 지누스의 공장 가동률도 크게 떨어졌다. 지누스의 인도네시아·중국·미국 매트리스 생산법인의 가동률은 2021년까지만 해도 80%에 육박했으나 2024년 1분기 기준 70.3%까지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최대 '빅딜'이 실패작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까지 했다.

1조 회복할까

다행히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미국 주문이 정상화를 시작하면서 지누스는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공장 가동률도 올 1분기 인도네시아·중국·미국 매트리스 생산법인 기준 97.8%까지 개선됐다. 

지누스는 주문량 회복에만 기대지 않고 사업을 확대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세계 가구 시장 2위인 중국 현지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며 미국 의존도 낮추기에 나섰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대규모 총판업체와 계약했다.

지누스는 지난 1월 중 토퍼와 매트리스를 생산하던 중국 장포 공장을 매각하는 등 효율화 작업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지누스가 올해 다시 1조원대 매출액을 회복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누스의 중국 상하이 플래그십 스토어. /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하지만 여전히 우려가 남아있다. 바로 미국 관세다. 미국은 지누스 매출의 약 80%를 차지한다. 지누스는 미국 수출 물량 대부분을 인도네시아와 멕시코에서 생산한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4월 인도네시아산 매트리스에 32%의 관세를 부과했다. 기존 4% 관세를 포함하면 관세율은 36%에 달한다.

또 멕시코산 매트리스의 경우 반덤핑 관세 50%가 부과돼 있다. 다만 지누스와 경쟁하는 저가 매트리스 대부분이 중국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누스는 인도네시아 생산 제품에 대해서는 판가를 인상하고 중국 생산 제품은 글로벌향 제품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지누스 관계자는 "매트리스를 필두로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기조를 유지하면서 중동 등 새로운 지역에서의 매출 확장 전략을 이어가며 글로벌 매출 성장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라며 "이익 극대화를 위한 사업구조개편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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