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지주사 요건 충족을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초에만 대원강업, 한무쇼핑, 비노에이치 등의 계열사 지분 정리를 마치며 지주사 요건 충족의 9부 능선을 넘어섰다.
현대백화점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은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증손회사 현대바이오랜드다. 증손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을 충족하기 위해 현대바이오랜드의 매각이나 현대퓨처넷 합병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배구조 개편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오는 24일 시간외대량매매를 통해 대원강업의 지분 10.1%를 현대홈쇼핑과 현대백화점으로부터 사들인다. 지주사 행위 제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2023년 3월 현대그린푸드에서 인적분할 돼 출범한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사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지주사가 출범 후 2년 안에 상장사인 자회사의 지분 30% 이상, 비상장사인 자회사의 지분 50% 이상을 소유하도록 하고 있다.
대원강업은 자동차 부품 전문업체로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자회사다. 당초 현대지에프홀딩스는 대원강업의 지분율이 22.7%에 불과해 추가 지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현대지에프홀딩스는 대원강업의 지분율을 32.8%로 끌어올리며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이와 함께 현대지에프홀딩스는 같은날 손자회사인 현대퓨처넷의 지분도 현대홈쇼핑에 넘기기로 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현대퓨처넷의 지분을 현대홈쇼핑에 매각한다. 현대퓨처넷의 지분은 현재 현대지에프홀딩스(5.9%), 현대백화점(22.6%), 현대홈쇼핑(50.0%)이 나눠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는 자회사가 아닌 계열사의 지분을 가지지 못한다. 지주사의 자회사 역시 손자회사가 아닌 계열사의 지분을 가질 수 없다. 이 거래를 통해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현대백화점은 현대퓨처넷 지분이 '0'이 되면서 행위 제한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난해 말에도 여러 차례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며 행위 제한 요건을 충족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을 운영하는 한무쇼핑의 지분 0.4%을 현대백화점에 넘겼다. 현대백화점은 이 거래와 지난해 9월 현대쇼핑 흡수합병으로 한무쇼핑의 지분율을 46.3%에서 56.1%로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지주사의 자회사가 비상장사인 손자회사의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규정을 맞췄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또 지난해 12월 와인 수입·유통회사 비노에이치의 지분 47.0%도 정리했다. 비노에이치는 현대지에프홀딩스, 현대이지웰(43.0%), 현대드림투어(10.0%)가 지분을 나누어 보유 중이었다. 현대지에프홀딩스 비상장사인 비노에이치의 의무 보유율 충족을 위해 지분을 추가 취득하는 대신 보유 지분 전량을 현대그린푸드에 넘겼다.
이외에도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난해 9월 현대에이앤아이 지분 10.4%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에게 전량 매도해 현대에이앤아이를 계열사에서 제외시켰다.
'매각'이냐 '합병'이냐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사 관련 위반 행위 해소는 이제 현대바이오랜드 하나만 남게 됐다. 현대바이오랜드는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증손회사다.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손자회사인 현대퓨처넷이 현대바이오랜드의 최대주주다.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현대퓨처넷의 현대바이오랜드 지분율은 35%에 불과하다. 의무 보유율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현대퓨처넷이 현대바이오랜드의 지분 65%(1950만주)를 매입해야 한다. 이 지분의 가격은 지난 3일 종가 기준 약 900억원에 달한다. 현대퓨처넷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36억원으로 당장 지분을 매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현대바이오랜드를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이 뷰티·헬스케어 부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만큼 현대바이오랜드의 매각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0년 8월 화장품원료 1위 기업이었던 현대바이오랜드(당시 SK바이오랜드) 지분 27.9%를 1200억원에 인수한 후 건강기능식품 등 헬스케어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현대바이오랜드를 손자회사로 격상시키는 방안이 더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바이오랜드가 손자회사가 된다면 현대홈쇼핑이 현대바이오랜드 지분 30%만 확보해도 지주사 행위 제한 요건을 충족할 수 있어서다.
현대홈쇼핑이 현대퓨처넷을 자진 상장폐지 후 흡수합병 한다면 현대바이오랜드를 손자회사로 격상시킬 수 있다. 최근 현대홈쇼핑이 현대퓨처넷 지분을 현대지에프홀딩스, 현대백화점으로부터 사들인 것도 이 가능성을 뒷받침 한다. 현대홈쇼핑은 이달 중 거래가 종결되면 현대퓨처넷 지분율을 78.6%까지 끌어올리게 된다. 현대홈쇼핑이 현대퓨처넷 지분 16.4%만 더 확보하면 자진 상장폐지 요건인 지분율 95%를 충족할 수 있다.
현대바이오랜드 문제를 해결할 시간은 충분하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사 행위 제한 요건 해소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했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퓨처넷 공개매수를 통한 합병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총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