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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56.1%'…현대백화점, 한무쇼핑에 그려둔 밑그림은

  • 2025.01.08(수) 07:40

무역센터점 등 운영하는 알짜 자회사
아세아·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 넘겨 받아
백화점 2개 법인 체제 해소 중장기적 과제

/그래픽=비즈워치

지분율 10%포인트 늘려

현대백화점이 최근 '알짜 계열사' 한무쇼핑의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늘렸습니다.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의 주요 지점들을 운영하는 계열사인데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목동점·킨텍스점·충청점 그리고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스페이스원이 한무쇼핑 운영 점포들입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9월 100% 자회사 현대쇼핑을 흡수합병하면서 현대쇼핑이 보유하던 한무쇼핑 지분 52만주(8.5%)를 갖게 됐습니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현대백화점그룹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와 아세아로부터 각각 2만2000주(0.4%), 5만주(0.8%)의 현대쇼핑 지분도 넘겨 받았습니다. 그 결과 약 세 달 사이 한무쇼핑에 대한 현대백화점의 지분율은 46.3%에서 56.1%로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죠.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이 한무쇼핑 지분을 늘리면서 배당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의 주요 점포들을 운영하고 있어 탄탄한 매출과 재무구조를 자랑합니다. 덕분에 배당도 쏠쏠한데요. 한무쇼핑의 주당 배당금은 2017년 1000원에서 2019년 2000원, 그리고 지난해 3015원으로 꾸준히 올랐습니다.

현대백화점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간 전년도 회계기간에 대해 받은 배당금 총액도 356억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이 10%포인트 가까이 늘었으니 배당금도 약 10% 더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외에 현대백화점은 배당수익에 대한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분율이 50%를 넘으면서 익금불산입률 100% 구간을 넘겼기 때문입니다. 익금불산입이란 회계상 이익이지만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이익을 말합니다. 현행 세법에서는 지분율 50% 이상인 자회사의 배당에 대해 익금불산입률 100%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한무쇼핑으로부터 받는 배당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지배력↑

현대백화점은 오랜 시간동안 한무쇼핑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한무쇼핑은 원래 1987년 한국무역협회가 무역센터에 백화점을 짓기 위해 현대그룹과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입니다. 설립 이듬해인 1988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열며 본격적으로 백화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현대백화점이 아직 현대그룹 소속이었습니다. 현대그룹은 1971년 현대건설 공사 현장에 식품, 의복 등을 공급하기 위해 1971년 금강개발산업을 세웠는데요. 이 금강개발산업이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을 열며 본격적인 백화점 사업에 뛰어들었고 현재의 현대백화점이 됐습니다. 금강개발산업은 여러 자회사를 통해 백화점 사업을 확대했는데 그 중 하나가 무역협회와의 합작법인인 한무쇼핑이었죠.

/그래픽=비즈워치

한무쇼핑 설립 당시에는 한국무역협회의 지분이 45.9%로 가장 많았습니다. 2대 주주는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당시 금강개발산업 회장)이었죠. 그런데 현대그룹이 1998년 LG그룹과 지분 맞교환을 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당시 한무쇼핑 지분 19.7%를 보유하고 있던 LG엔지니어링이 이를 금강개발산업에 넘긴 건데요. 이를 통해 금강산업개발과 정몽근 명예회장이 지분 합계가 50%가 넘으며 한무쇼핑의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무역협회는 두 그룹의 거래가 계약 위반이라며 반발했지만 어쩔 수 없었죠.

정 명예회장은 1999년 금강산업개발을 들고 현대그룹에서 독립했습니다. 2000년에는 금강산업개발의 법인명이 현재의 현대백화점으로 바뀌었죠. 이후 현대백화점은 꾸준히 한무쇼핑의 지분율을 끌어올렸습니다. 정몽근 명예회장과 그 아들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으로부터 2003년, 2005년, 2007년, 2011년 계속 한무쇼핑 지분을 넘겨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현대백화점은 한무쇼핑 1대 주주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합병 가능성?

현대백화점이 한무쇼핑 지분율을 계속 끌어올리면서 시장에서는 현대백화점이 한무쇼핑 합병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왔습니다. 특히 2010년대 초반에 이런 이야기가 꾸준히 거론됐는데요. 당시 현대백화점이 일부 점포를 나눠 운영하던 법인들을 합병했기 때문입니다. 현대백화점은 효율성 제고를 위해 2011년 울산점을 운영하던 현대DSF를, 2012년에는 신촌점을 운영하는 현대쇼핑의 백화점 사업 부문을 흡수합병 했습니다. 한무쇼핑의 합병설이 피어난 것도 이 시기입니다.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은 동일한 백화점 사업을 하고 있으니 사업구조도 같습니다. 게다가 한무쇼핑이 운영하는 점포들은 백화점 시장 매출 상위권에 포진해 있습니다. 이런 알짜 점포들을 자회사를 통해 경영하는 건 효율성이 떨어지죠. 현대백화점도 한무쇼핑의 합병 또는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거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무역협회의 지분이 30%가 넘는 만큼 현대백화점 마음대로 합병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미 무역협회와 현대백화점은 지분과 경영권을 두고 몇 차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으니까요.

이후 다시 한무쇼핑이 주목받은 것은 지난 2022년 현대백화점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추진할 때였습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당시 현대백화점을 인적분할 해 지주사, 사업회사를 만들고 현대그린푸드 역시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기로 했습니다. 두 개의 지주사를 만들어 장기적으로는 계열분리까지 하기 위해서였죠.

/그래픽=비즈워치

그런데 일부 주주들이 현대백화점의 분할에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한무쇼핑을 사업회사인 현대백화점의 자회사로 남기지 않고 지주사의 자회사로 편입시키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무쇼핑을 신사업 전초기지로 활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한무쇼핑이 현대백화점 자회사로 남는다면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되기 때문에 M&A를 할 때 지분 100%를 취득해야 하는 규제를 받습니다.

이때문에 그룹 입장에서는 지주사 아래에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을 모두 자회사로 두는 것이 유리했죠. 사실상 지주사 아래에 두 개의 백화점 법인을 두겠다는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주주 입장에서는 알짜 자회사를 잃어버리는 셈이었죠.

결국 주주들의 거센 반대로 현대백화점 분할은 무산됐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여전히 한무쇼핑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사업을 나누어 벌이고 있습니다. 한무쇼핑은 현재 아울렛 매장까지 운영 중이고요. 부산 에코델타시티 내 신규 아울렛 오픈도 추진 중입니다.

현재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이 점포들을 나눠 운영하는 구조는 사실 기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효율성도 떨어지니 장기적으로는 이같은 구조를 해소하는 것이 현대백화점그룹의 과제입니다. 올해 현대백화점이 다시 한무쇼핑에 대한 지배력을 소폭 끌어올린 만큼 한무쇼핑을 둘러싼 지배구조에도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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