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랜드그룹 유통사업을 총괄하는 중간 지주사 이랜드리테일이 핵심 사업인 '유통업'을 재정비 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주요 점포 일부를 매각, 폐점하는 한편 신사업으로 테스트 하던 편의점은 순차적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대신 쇼핑몰 위탁 운영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고 노후화 한 점포의 리뉴얼을 단행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도 나선다.
폐점·매각·중단
이랜드리테일은 다음달 말 인천시 논현동에 위치한 뉴코아 인천논현점의 문을 닫는다. 이랜드리테일은 2010년 논현동의 푸르지오시티 내 1~3층을 임대해 15년간 뉴코아로 운영해왔다. 다음달 임대 계약이 종료되지만 이를 연장하지 않고 점포를 폐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랜드리테일은 대구·경남권의 동아 수성점과 강북점, NC 경산점 등 3곳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부터 자산매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자산 유동화 대상 점포를 검토해왔다. 이랜드리테일은 이들 3개 점포를 매각한 후에 재임대 해 계속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점포 구조조정을 지속해왔다. 2020년에만 대구 동아아울렛과 NC백화점 커넬워크점, 2001아울렛 수원점, 뉴코아아울렛 안산점, 뉴코아아울렛 모란점을 폐점했고 2021년 2001아울렛 철산점의 문도 닫았다. 엔데믹 이후 점포 폐점 속도는 줄어들었지만 2023년 NC백화점 이천점, 지난해 NC백화점 서면점을 닫으며 꾸준히 점포 수를 줄이는 중이다. 한때 전국 50곳이 넘었던 이랜드리테일의 점포 수는 지난달 기준 43개까지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편의점 사업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기로 했다. 이랜드리테일은 100% 자회사 이랜드킴스클럽을 통해 2023년 6월부터 5개 직영점을 통해 편의점 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하고 올해 가맹사업에도 뛰어들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업성 검토 끝에 편의점 사업 확대를 중단하기로 했다. 1호점인 봉천점은 2년의 임대 계약이 종료되는 이달 말 운영을 종료한다. 나머지 4개 점포는 임대 계약이 남아있어 운영을 지속하지만 계약 종료 후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
흔들리는 재무 건전성
이랜드리테일의 구조조정 목표는 재무구조 개선이다. 이랜드리테일은 NC, 뉴코아, 2001 등의 도심형 아울렛, 킴스클럽, 패션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2조원이 넘는 매출을 내며 2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둬들이는 그룹 내 핵심 계열사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이랜드리테일은 직격탄을 맞았다. 사업이 오프라인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시기 유통 시장의 중심은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랜드리테일이 특히 강점을 보이는 패션 유통업에서 이커머스의 침투는 더 빨랐다. 엔데믹 이후에도 이랜드리테일은 고객들을 유인할 만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경쟁 오프라인 채널들이 쇼핑몰로 대형화 하거나 체류형 매장으로 변화를 시도하며 고객을 끌어들인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 때문에 이랜드리테일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의 매출액은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 2조원 선이 무너진 데 이어 5년 연속 뒷걸음질 치며 지난해 1조5649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300억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2022년 이후 마곡사옥에 대한 대규모 투자, 이랜드파크 유상증자 지원, 노후 점포 리뉴얼 투자 등으로 이랜드리테일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조원이 훌쩍 넘는 상태다. 차입 탓에 금융비용이 상승하면서 순손실도 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2020년 2257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데 이어 △2021년 229억원 △2022년 875억원 △2023년 940억원 △2024년 1679억원으로 5년 연속 순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랜드리테일의 신용등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말 한국기업평가는 이랜드리테일의 기업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26일에는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이랜드리테일 기업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내렸다.
새로워지는 이랜드
이랜드리테일은 사업구조 재편을 지속하면서 경쟁력이 확인된 핵심 점포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위기를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우선 오는 30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인근 복합시설 '이스트폴' 내에 복합쇼핑몰 'NC이스트폴'을 프리 오픈한다. 이랜드리테일이 신규 점포를 오픈하는 것은 2022년 6월 대전유성점 개점 이후 약 3년 만이다.
특히 이랜드리테일은 NC이스트폴을 통해 처음으로 쇼핑몰 위탁운영 사업을 시작한다. 이를 위해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KT에스테이트와 위탁 운영 계약을 맺었다. 이랜드리테일은 쇼핑몰 MD 구성과 운영을 맡고 KT에스테이트가 입점업체와의 임대 계약을 맡는 구조다. 자사 보유 부동산에 점포를 열거나 건물을 임대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이와 함께 이랜드리테일은 기존 점포의 리뉴얼 및 MD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점포에서 가장 중요한 곳인 1층에 이랜드리테일의 강점을 활용한 초저가 유통형 SPA 'NC베이직', OPR(해외 의류 할인점) 'NC픽스', 자체 F&B 브랜드 프랑제리 베이커리를 배치해 2030 소비자층과 가성비 높은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공략한다. 이 같은 전략으로 지난해 리뉴얼 오픈한 NC부산대점, 올해 초 리뉴얼 오픈한 NC송파점의 경우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20%, 10%씩 증가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이달 중 리뉴얼 오픈하는 뉴코아아울렛 평촌점을 포함해 올해 10여개 점포를 새롭게 단장할 예정이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지난해 손실 증가는 회계적으로 대손상각비 손상이나 유형자산처분 손실 등 일시적 비용이 반영 된 숫자로 올해 개선될 예정"이라면서 "핵심 점포 1층에 NC베이직, NC 픽스와 함께 A급 브랜드를 집중 배치해 체험형·큐레이션형 콘텐츠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점포들을 리뉴얼해 실적 상향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