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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유니클로에 도전장…'초저가' NC베이직 출격

  • 2025.03.03(월) 11:00

자체 디자인·생산·유통 역량으로 가격 경쟁력
이랜드글로벌 브랜드와 함께 '복합 매장' 구성

그래픽=비즈워치

이랜드리테일이 초저가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NC베이직'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NC베이직은 이랜드리테일이 지난 2023년 9월 선보인 자체 패션 브랜드(PB)다. 고물가 시대에 1만9900원 데님 등 초저가 패션 상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도 냈다.

이랜드리테일은 약 1년 6개월여 간의 테스트를 마치고 NC베이직의 상품 카테고리와 매장 규모를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1일에는 NC 송파점 1층에 NC베이직의 첫 모델 매장을 공식 오픈했다. 달라진 NC베이직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달 27일 NC 송파점을 방문했다.

SPA보다 저렴한 SPA

NC베이직 모델 매장은 NC 송파점 1층에 198㎡(60평) 규모로 마련됐다. 이랜드글로벌의 애슬레저 브랜드 '신디'와 라이프스타일웨어 '애니바디' 매장과 바로 붙어있다. 세 개 브랜드의 매장을 합치면 약 330㎡(100평)에 달한다. 일종의 '이랜드존'이 생긴 셈이다.

사실 이 매장이 NC베이직의 첫 매장은 아니다. 이랜드리테일은 이미 NC, 뉴코아아울렛, 2001아울렛 등 자사 유통점 30여 개에서 NC베이직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30여 개의 매장에서 이랜드리테일은 여러 가능성을 검토해 왔다. 타사 브랜드와의 협업 라인을 출시하기도 하고 팝업스토어 형태의 매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런 긴 테스트 결과 이랜드리테일이 내린 결론은 '유통형 SPA'였다.

SPA는 하나의 패션 회사가 제품의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맡는 패션 브랜드를 말한다. 유니클로와 자라같은 글로벌 브랜드, 이랜드글로벌의 스파오를 비롯해 탑텐 등 국내 브랜드가 대표적인 SPA 브랜드다. 이랜드리테일이 내세우는 유통형 SPA는 유통사가 운영하는 SPA를 뜻한다. 유통사가 자체 기획·생산한 패션 브랜드 상품을 자사 유통망에 입점시켜 판매하는 형태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NC 송파점 내 NC베이직 첫 모델 매장. / 사진=정혜인 기자 hij@

국내에서는 사실 이 같은 모델을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유통사들이 저렴한 PB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지만 기획, 생산은 외주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SPA 모델을 적용한 자체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유통사들이 꽤 많다. 영국 테스코의 'F&F', 미국 메이시스의 '모드 오브 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랜드리테일이 유통형 SPA를 할 수 있는 이유는 패션기업 이랜드글로벌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그룹은 아동복을 시작으로 여성복, 남성복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를 운영한 경험도 갖추고 있다.

NC베이직 관계자는 "이랜드 내부에서 직접 디자인 하고 이랜드의 직영 공장에서 생산해 이랜드의 채널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중간 단계 수수료를 모두 없애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전에 잘 팔렸던 아이템의 원단을 미리 선점해 갖고 있다가 베트남, 인도, 중국, 스리랑카 등의 직영 공장에서 가장 비수기인 시기에 생산을 맡겨 원가를 낮춘다"고 설명했다.

품질과 디자인

실제로 NC베이직의 가격은 상당히 낮다. 대표 상품인 1만9900원 데님 외에도 셔츠와 스웨터는 1만9900원, 후드티셔츠는 1만2900원에 판매하는 식이다. 가격이 워낙 저렴하다보니 소프트오픈 한 NC 송파점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매장 오픈 할인 행사는 언제까지냐"라고 물을 정도다.

단순히 낮은 가격만이 NC베이직의 차별점은 아니다. 일반 유통사 PB의 경우 꾸준한 판매가 이뤄지는 캐주얼 상품이 주를 이룬다. 반면 NC베이직은 이랜드글로벌을 통해 일반 SPA처럼 보다 다양한 복종(服種)을 선보일 수 있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NC 송파점 내 NC베이직 첫 모델 매장. / 사진=정혜인 기자 hij@

NC베이직도 기존에는 기본 아이템에 충실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출근복, 운동할 때 입는 액티브웨어, 집에서 입는 라운지웨어, 가방과 양말 같은 잡화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하기로 했다. 제품의 컬러도 기존보다 더욱 폭넓게 선보일 예정이다.

디자인 면에서도 변화를 준다. 스웨터, 셔츠 하면 떠올리는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였다면 앞으로는 크롭과 같이 트렌디한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도 내놓을 생각이다. 같은 스웨터도 캐주얼한 제품, 여성스러운 제품 등으로 디자인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NC베이직은 가격을 낮추면서도 좋은 품질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NC베이직 관계자는 "가격이 낮은 화학 섬유를 사용하면서 가격을 낮추기 보다는 울과 같은 천연 소재, 기능성 소재 등을 활용해 좋은 품질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이랜드글로벌이 운영하는 브랜드들을 통해 소재를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NC베이직은 앞으로 더 많은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선 아동 라인으로 브랜드를 확장한다. 이미 일부 아동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다음달 중 정식 키즈라인 론칭을 준비 중이다. NC베이직 제품처럼 저렴한 가격의 아동 제품을 판매해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잡화 라인도 확대할 예정이다. 캐리어와 같은 여행용 제품 등을 선보이면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그랜드 SPA

이랜드리테일이 구상하는 NC베이직의 다음 목표는 '그랜드 SPA'다. 이랜드글로벌의 신디, 애니바디와 함께 복합 SPA 매장을 구성하는 전략이다. K팝 아이돌들이 그룹 활동을 하면서도 개인 활동, 유닛 활동을 하듯 NC베이직을 기본 그릇으로 해 다양한 브랜드들이 복합 매장을 구성한다.

이랜드리테일은 유니클로의 일본 신주쿠 혼텐점을 모델로 삼았다. 이곳에서는 유니클로 외에도 PLST, 꼼뜨와 데 꼬또니에, 프린세스 탐탐과 같은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산하 브랜드의 매장이 숍인숍 형태로 입점해 있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NC 송파점 내 NC베이직 첫 모델 매장의 남성 린넨 셔츠 매대. / 사진=정혜인 기자 hij@

NC베이직 역시 이랜드글로벌의 다른 브랜드들과 함께 복합 매장을 구성하되 각 상권별 성격에 맞춰 각 브랜드 매장의 비율에 변주를 준다는 계획이다. NC송파점의 모델 매장이 신디, 애니바디와 함께 위치한 것 역시 이런 이런 이유때문이다.

이랜드리테일은 NC베이직의 다음 정규 매장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신구로점, 야탑점, 분당점 등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 NC베이직과 다른 자사 브랜드를 합쳐 약 100평이 필요한 만큼 대형 점포를 우선 검토할 예정이다.

NC베이직 관계자는 "NC 베이직이 큰 틀에서 여성과 남성 등을 담고 있으면서 전문화된 의류로는 애니바디나 신디를 붙여서 확장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 예정"이라며 "추후 아동 라인까지 확장해 온 가족이 쇼핑할 수 있는 그랜드 SPA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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