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힘들다"며 가격 올린 오비맥주…실적은 '사상 최대'

  • 2025.04.10(목) 07:20

오비맥주,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원재료 가격 부담"에 3월 가격 인상
실제 매출원가율은 크게 낮아져

그래픽=비즈워치

지난달 카스 등 대표 맥주 제품 가격을 인상한 오비맥주가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으로 뛴 건 물론 배당도 다시 3000억대로 늘렸다. 원가 압박 때문에 가격을 올렸다고 밝힌 것과 달리, 지난해엔 원가율도 최근 5년 새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맥주의 왕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오비맥주는 매출 1조7438억원, 영업이익 366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5% 늘었고 영업이익은 50% 넘게 급증했다. 오비맥주가 매출 1조7000억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영업이익 역시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다. 

영업이익 규모가 큰 폭으로 뛰면서 이익률도 2023년 15.1%에서 지난해 21%로 크게 개선됐다. 흠잡을 데 없는 실적이다. 지난해 '2024 파리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며 여름 성수기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게 주효했고 저칼로리 맥주인 카스 라이트 역시 점유율을 늘리며 성장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오비맥주 연간 실적./그래픽=비즈워치

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지난해 맥주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경우 지난해 맥주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불과 3억원 늘어난 8236억원에 그쳤다. 기대했던 '켈리 효과'가 1년 단발성에 그쳤다는 의미다. 

지난 2023년 말 '크러시'를 내놨던 롯데칠성음료도 지난해 맥주 부문 매출이 806억원에서 825억원으로 2%대 증가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오비맥주는 매출이 2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2023년 경쟁사들의 신제품 출시 탓에 잃었던 점유율을 지난해에 전부 회복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오비맥주는 2023년 40%대로 떨어졌던 가정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다시 50%대로 복구했다. 

남들 올리니까 우리도?

문제는 지난 3월의 가격 인상이다. 당시 오비맥주는 "고환율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각종 원부자재의 비용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이달부터 카스와 한맥 등 주요 제품 출고가를 평균 2.9% 인상한다"고 밝혔다. 형편이 어려워 가격을 올린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보기 드문 호실적이었다. 

고환율과 고유가에 따른 원부자재 비용 압박을 이유로 든 것 역시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비맥주 측의 주장과 달리 지난해 오비맥주의 매출원가율은 39.5%에 불과했다. 2023년 46.2%보다 6%포인트 이상 낮추는데 성공했다. 원가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오비맥주의 원가율이 40% 밑으로 떨어진 것 또한 코로나19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오비맥주 원가율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일각에서는 오비맥주가 올해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선반영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까지 1300원대 초중반을 오갔던 원·달러 환율은 4분기 들어 치솟기 시작하다가 연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1400원대를 뚫었다. 9일 기준으로는 1480원대를 오가고 있다. 대규모 물량을 선계약하는 대기업의 특성상 연말의 고환율 영향은 올해 2분기 이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대비해 수익성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미리 가격을 올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오비맥주의 실적 개선 효과를 가장 크게 본 곳은 다름아닌 오비맥주의 모기업인 AB인베브다. 2020년까지 매년 4000억원대 배당을 이어왔던 오비맥주는 매출이 역신장했던 2021년 배당을 3000억원대로 줄였다. 이후 2년간은 1000억원대로 배당을 더 줄였다. 

오비맥주 배당 추이./그래픽=비즈워치

하지만 지난해 호실적을 내면서 지난해엔 지난 2년간의 배당금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3328억원을 배당했다. 오비맥주의 배당금은 전액 AB인베브의 아시아 법인인 버드와이저 브루잉으로 들어간다. 지난 5년간 오비맥주가 AB인베브에 배당한 금액은 총 1조3938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오비맥주의 영업이익은 1조5192억원이다. 영업이익의 91.7%를 배당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원재료 공급가 문제로 가격 인상에 나서는 기업들은 대부분 영업이익이나 원가율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확인된다"며 "원가율이 이렇게 크게 떨어졌는데 가격 인상에 나서는 건 드문 상황"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