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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추격에 수익성은 줄고…'무료배달'에 헛심 쓴 배민

  • 2025.04.07(월) 14:40

지난해 영업이익 8% 감소
배달비 부담 1조 넘게 늘어

그래픽=비즈워치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매출은 20% 넘게 늘어나며 4조원대를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쿠팡이츠와의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전년 대비 역성장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무료배달 서비스에 대한 비용 부담이 컸다는 분석이다.

성장은 했는데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은 호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대비 26.6% 늘어난 4조3226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4조원대 벽을 단숨에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6408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6000억원대 이익을 냈다. 3년 전인 2021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배 이상 늘었고 영업이익은 757억원 적자에서 6000억원대 흑자로 돌아섰다. 

이는 전체 배달 시장 성장세를 크게 앞지르는 규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36조9891억원으로 2023년 대비 14.2% 늘었다. 이는 여전히 배달의민족이 배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만하면 만족해도 될 성과다. 

우아한형제들 연간 실적./그래픽=비즈워치

하지만 업계에선 우아한형제들의 성적표가 '이미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수익성 악화가 일시적인 부진이 아니라는 우려 때문이다. 매출이 20% 넘게 늘어나는 동안 영업이익은 8.4%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20.5%에서 14.8%로 5%포인트 가까이 내려앉았다. 첫 흑자를 냈던 2022년 수준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영업이익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무료배달'이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 업계는 지난해 4월부터 여러 집에 배달할 경우 배달비를 받지 않는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달의민족은 이와 함께 유료배달 시에도 주문 금액의 10%를 할인해 주는 정책을 함께 공개했다.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 추이/그래픽=비즈워치

무료배달 서비스라 해도 배달 기사들이 받는 배달요금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결국 부담금은 기업에게 돌아온다. 실제로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의 외주용역비는 2023년 1조2902억원 대비 73.4% 늘어난 2조2369억원으로 급증했다. 배달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비용이 1년 새 1조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같은 이유로 쿠팡이츠 역시 지난해 인건비가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문제는 올해에도 이같은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무료배달 비중이 지난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배달업계가 협의한 차등수수료 제도도 이달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익을 보는 입점업체도, 손해를 보는 업체도 있다고 하지만 배달앱 입장에서는 거둬들이는 전체 수수료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출구는 어디에

배달의민족은 배달앱 초창기부터 1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지배력이 공고한 건 아니다. 쿠팡이츠가 빠르게 점유율 격차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흐름을 보면 이같은 '추격세'는 더 분명해진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사용자 수(MAU)는 각각 2221만1870명, 1037만6135명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6대 1 수준이던 양 사의 MAU 격차가 어느새 2대 1 안팎까지 줄었다. 특히 수도권만 놓고 보면 양 사의 점유율이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장수수료 도입은 쿠팡이츠의 추격세에 불을 붙일 전망이다. 당장 수수료를 부담하게 된 점주부터 신규 수수료 도입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소비자까지 모두 반발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포장수수료 도입 이유로 포장주문 서비스 고도화 등을 들고 있지만 업계에선 수수료 인하와 무료배달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포장수수료로 보전하려는 속셈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반면 경쟁사인 쿠팡이츠는 선(先) 점유율, 후(後) 수익성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쿠팡이츠뿐만 아니라 '모체'인 쿠팡 역시 영업이익률 1%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익성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의 포장주문 수수료 도입 결정 직후 포장주문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힌 게 좋은 예다.  우아한형제들이 섣불리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으면 쿠팡이츠에 바로 점유율을 내줄 수 있어서다. 

외부 요인도 있다. 대선을 앞두고 서민 경제 살리기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배달앱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미 외국계 자본이 지배하는 기업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2023년 5000억원이 넘는 배당을 모기업에 실시하며 정치권의 '눈 밖'에 났다. 특히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는 수차례 배민과 각을 세워 왔다. 을지로위원회는 지난달에도 배민에 '포장주문 수수료 도입 취소'를 요구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다소 악화했다 해도 여전히 10% 중반대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어 '그만한 역할을 했느냐'는 지적은 계속 나올 것"이라며 "업계 1위 기업인 만큼 눈 앞의 수익성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배달업계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한 계획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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