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랜차이즈 업계를 중심으로 배달앱 주문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는 '이중가격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음식값을 올려 배달 운영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이중가격제에 따른 체감 물가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배달앱 이용객들이 줄줄이 이탈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이렇게라도 해야"
최근 이중가격제 카드를 꺼내 드는 업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KFC, 파파이스, 버거킹 등 주요 버거 브랜드들은 지난해부터 이중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작년 말부터 블라스트와 쉐이크 등 음료 제품에 한해 이중가격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배스킨라빈스의 '엄마는 외계인 블라스트'는 매장에선 5800원이지만, 배달앱에서는 이보다 500원 비싼 6300원에 판매 중이다.
올해도 이런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본죽&비빔밥은 지난달 배달앱에서 판매하는 가격을 조정했다. 맘스터치는 1450개의 가맹점 중 48곳이 이중가격제를 도입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18일부터 판매량이 높은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전 제품의 가격을 별도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배달플랫폼을 통해 주문하는 제조 음료는 300원, 베이커리류와 스틱 커피 등은 500원 올랐다.

이처럼 업체들이 속속 이중가격제를 도입하는 것은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달부터 9.8%였던 중개 수수료를 매출 규모에 따라 2.0~7.8% 차등 적용하는 상생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배달로 벌어들이는 매출이 적은 업체일수록 수수료를 덜 내는 구조를 만들어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쿠팡이츠는 다음 달 이 같은 상생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체계가 오히려 수익성 악화를 부추긴다고 분석한다. 상생안의 본래 취지와 달리 이전보다 손해를 보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이유다.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 대부분은 매출 상위 35%에 해당하는데, 이번 상생 요금제 시행에 따라 중개 수수료가 줄어든 대신 배달비는 기존보다 500원을 더 지불하게 됐다.더 거세진다
문제는 중개 수수료에 오른 배달비를 더하면 이들이 상생 요금제 시행 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주문 객단가의 기준을 2만5000원에 맞추고 있다. 소비자들이 2만5000원 이상을 시켜야 비용에 대한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구조다. 지금처럼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주문 금액이 2만5000원을 넘지 않는 일은 빈번하다.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남는 장사를 하기 위해선 이중가격제를 도입해서라도 객단가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격 인상 릴레이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가맹거래법상 본사가 판매 가격을 강제로 결정할 수 없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운영 부담을 이유로 가격 인상에 나서겠다는 가맹점주의 의견을 가맹본부가 막아설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맘스터치는 그간 본사에서 이중가격제 도입을 자제하도록 권고했음에도 일부 점주들이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중가격제가 지금보다 더 확산할 경우 배달앱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배달 물가에 대한 체감도가 높아지면 수요가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수익성 방어를 위해 도입한 이중가격제가 오히려 배달 시장 자체를 위축시키며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배달 거래액은 올해 들어 한풀 꺾인 상태다. 고물가로 성장세가 주춤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음식 서비스 온라인 거래액은 3조443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말보다 1.9%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음식점들이 배달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는 사 먹지 않게 되고, 소비자가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으면 배달앱은 성장할 수 없다"며 "이는 곧 배달앱과 음식점 모두 매출 하락을 초래하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