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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못 믿겠네"…배민, '맛집 리뷰'의 비밀

  • 2025.02.17(월) 07:10

'리뷰 블라인드 정책', 객관성 저하 지적
업주 요청 시 임시로 30일간 게시 중단
전체 평점서 제외…재노출 이후 반영돼

/그래픽=비즈워치

# 서울 마포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배달의민족을 통해 주문한 음식이 누락된 채 배달됐다. A씨는 "그동안 요청사항을 불이행해도 고생하신다는 마음에서 여러 번 넘겼다"며 "그러나 구매한 음식마저도 제대로 보내주지 않는 건 고객을 무시하겠다는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리뷰를 작성했다.

다만 해당 업체에 남긴 후기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업주 측이 "누락된 부분에 대해 환불 및 보상 처리하겠다"며 배달의민족에 삭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A씨는 "게시자의 사전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리뷰부터 없애고 보는 게 맞나 싶다"면서 "이젠 평점이 아무리 높아도 믿지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의 리뷰 운영 정책을 두고 곳곳에서 소비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게시한 리뷰에 비판 의도가 담겼다는 이유로 영업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한 자영업자가 리뷰를 임의로 차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신고된 글은 소비자 동의와는 무관하게 30일간 게시가 중단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 선택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치는 리뷰가 신뢰는커녕 되려 더 많은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뷰도 입맛대로

배달의민족은 현재 '리뷰 블라인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는 욕설·비방 등의 표현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근거한 임시조치 처리의 일환이기도 하다. 배달의민족은 업주와 고객을 포함해 게시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게시중단을 신청할 경우 블라인드 처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A씨가 배달의민족으로부터 리뷰 블라인드 조치를 받은 내용

배달의민족은 리뷰 블라인드 조치와 동시에 게시자에게 업체로부터 리뷰 중단 요청이 접수됐다고 안내한다. 이후 안내를 받은 게시자의 권리 침해 동의 여부에 따라 삭제나 복원을 결정한다. 게시자가 동의하거나 30일간 응답을 하지 않을 경우 리뷰는 영구적으로 게시가 중단되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블라인드 기간이 종료된 후 자동으로 재업로드 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1개월이 지난 뒤 복원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최근 배달 플랫폼에선 리뷰를 작성하기로 한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 상품을 제공하는 이벤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재가 종료된 이후 노출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어 추가 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재자가 삭제에 동의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빠른 복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 입점 외식업주를 위한 '배민사장님페스타 2023'./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뿐만이 아니다. '게시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라는 배달의민족의 문구가 고객이 아닌 자영업자에 초점이 맞춰진 시스템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소비자가 긍정적인 후기들을 믿고 주문했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그 리뷰를 삭제하진 않는다는 게 대표적인 이유다. 결국 입점 업체들에게 불리한 리뷰를 자체적으로 검열할 수 있는 당근책을 쥐어준거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B씨는 "항상 문제의 소지는 부정적인 리뷰"라며 "이 말은 곧 게시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건 소비자가 아니라 업주라는 이야기다. 소비자들의 정보 교환도 리뷰의 취지 중 하나인데, 이를 차단한다는 건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고 업주가 받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냐"고 꼬집었다.커지는 불신

리뷰가 블라인드될 경우 전체 평점에 반영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배달의민족은 리뷰운영정책 제16조를 통해 '삭제 또는 차단된 리뷰는 총점 산정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업주의 삭제 요청이 이뤄지면 재노출 이전까지 리뷰 총점에 가산되지 않아 객관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배달의민족 리뷰운영정책./사진=윤서영 기자 sy@

업계에선 이 같은 리뷰가 소비자와 업주 모두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고객의 긍정적인 글들로 가게를 홍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는 반면, 허위·악성 리뷰로 피해를 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소비자 역시 리뷰를 참고해 음식점을 골라서 선택할 수 있는 대신 그럴싸한 바이럴 광고에 잘못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리뷰를 둘러싼 소비자와 업주 간 갈등이 불거진지도 오래다.

배달의민족은 양측 입장을 고려해 최선의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리뷰 블라인드는 임의로 실시하는 게 아니라, 관련 법률에 따라 적용하고 있다"며 "주문과 관련이 없는데 자칫 업주에게 피해가 갈 수 있을 만한 리뷰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블라인드 처리하고 있다. 정당하게 작성된 리뷰가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거나 삭제되는 부분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밝혔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다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배달앱 약관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리뷰 작성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임시로 차단될 수 있다'는 원칙을 사전에 정확히 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업주가 배달 플랫폼에 블라인드를 요청했을 때 소비자의 알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이유와 근거를 명확히 들고, 이를 바탕으로 제재 여부가 판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배달앱이 약관을 통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표현이나 특정 단어의 금지 등 리뷰의 작성 원칙을 밝히고 있다"면서 "그러나 모든 소비자가 약관을 확인하고 리뷰를 작성하지 않는 만큼 리뷰 작성 전에 화면 상단에서 주의사항을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배달을 시키지 않으면 업주도 배달 플랫폼을 이용할 필요가 없고, 배달앱도 입점 업체가 빠지면 돈을 벌기 힘든 구조"라며 "소비자 권리를 1차적으로 존중해야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블라인드는 리뷰를 게시한 고객이나 이를 보고 싶어하는 고객 모두의 권리가 모두 침해된 운영 방식"이라면서 "타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30일은 과하게 길다. 배달앱이 14일 범위 내에서 해당 리뷰를 며칠간 블라인드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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