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오뚜기로부터 제품을 제공받아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복날
세시풍속이라는 말이 조선시대에나 있었던 표현인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아직도 우리의 삶은 옛 풍속을 잊지 않고 있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보양식' 시즌도 그 중 하나다. 초복과 중복, 말복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홀린 듯 삼계탕과 치킨, 곰탕 등 이른바 보양식을 찾는다.
올해엔 이미 초복이 지나갔고 중복(7월25일)이 곧이다. 늦은 장마로 그리 덥지 않은 복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보양식의 인기는 여전하다. 유명 삼계탕 집들은 식사 시간마다 손님이 그득하고 대형마트도 삼계탕용 닭과 장어, 오리 등 보양식 재료를 쌓아 놓고 판매하고 있다.
보양식 중 가장 선호도가 높은 건 두 말 할 것 없이 삼계탕이다. 삼계탕 가격이 치솟고 있다지만 다른 식재료 역시 가격이 오르긴 마찬가지. 하지만 가격을 제쳐둔다면 어떨까. 아마 장어가 순위를 끌어올릴 것이다. 여러 설문조사에서 장어는 삼계탕에 이은 선호 보양식으로 손꼽히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웬만한 장어 전문점에 가면 4인 가족 기준 20만원 이상은 나오는 게 장어다. 장어 덮밥 역시 유명 맛집에 가면 3만~4만원을 훌쩍 넘긴다. 아무리 몸 보신을 해야 한다지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삼계탕 등 집에서도 만들어 먹기가 어렵지 않은 다른 보양식에 비해 장어는 원물을 사서 집에서 구워 먹기도 만만치 않다.
오뚜기가 장어 간편식을 내놓은 것 역시 이런 니즈를 파악해서다. 수요는 있지만 가격·조리 부담이 있는 장어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렇게 먹는 장어가 과연 맛있을까. 고급 음식을 대중 지향적으로 저렴하게 만들어 내놨다가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제품이 나오는 일도 잦다.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 판별해 보기로 했다.
가성비의 왕
오뚜기는 식품업계 굴지의 '가성비' 기업이다. 일부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제품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많은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지향한다. '오뚜기 간편식은 실패하지는 않는다'는 평가가 따라오는 이유다. 이 가성비 신념이 프리미엄 보양식인 장어에서도 지켜졌을까.
오뚜기의 '저온숙성 자연산 장어구이'는 140g 안팎의 자연산 붕장어 3마리로 구성돼 있다. 흔히 바닷장어나 일본어 표기인 '아나고'라고 불리는 종류다. 성인 남성 2명이나 3인 가족이 즐기기에 충분한 양이다. 가격은 오뚜기몰 기준 1만9880원이지만 쿠팡 등 할인이 적용되는 온라인몰에서는 1만5000원대부터 구매가 가능하다. 마리당 5000~6000원 꼴인 셈이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붕장어 구이가 1만원 이상임을 고려하면 말 그대로 '가성비의 왕'이다. 냉동 제품인 만큼 냉동실에 보관하면 꽤 오래 보관해 둘 수 있어 간편하다. 조리 역시 어렵지 않다. 마리당 낱개 포장이 돼 있어 끝을 살짝 연 뒤 전자레인지에 3분 돌리면 포실·쫄깃한 장어구이 한 마리가 완성된다.
바삭한 숯불구이 느낌을 내고 싶다면 에어프라이어 조리도 가능하다. 다만 장어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 있는 만큼 작은 사이즈의 에어프라이어에는 사용이 불편하다. '가성비'와 '간편함'에 주력한 만큼 조리 역시 간편하게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는 게 본연의 의도에 맞다. 오뚜기 역시 전자레인지 조리를 앞세우고 있다. 실제로 두 가지 방식으로 모두 조리해 본 결과, 전자레인지 조리의 만족도가 더 높았다.
편의점보다 낫네
오뚜기 장어구이의 대항마는 역시 편의점이다. 주요 편의점들은 여름 보양식 시즌에 맞춰 프리미엄 도시락으로 장어 덮밥을 내놓곤 한다. GS25는 올해 한마리민물장어덮밥(8900원)을 내놨고 이마트24도 장어 지라시스시 도시락(9900원)을 선보였다.
이들과 비교할 때 오뚜기 장어구이의 가성비는 돋보인다. 즉석밥 하나를 곁들이더라도 20% 가까이 저렴하다. 장어의 양도 오뚜기 제품이 많다. 그 와중에 장어가 '국내산'이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통영시 근해통발수협과 업무 협약을 맺고 자연산 장어를 공급받고 있다.
붕장어의 경우 잔가시가 많고 지느러미가 억세 잘못 손질하면 먹기 어렵다. 하지만 오뚜기는 이 부분도 깔끔하게 해결했다. 가시나 지느러미가 거슬려 먹기 불편한 일이 없었다. 어린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중요한 포인트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붕장어 특유의 비린 맛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10여 곳 이상의 장어구이 맛집의 소스를 참고해 0~4℃에서 24시간 숙성, 비린내는 잡고 감칠맛은 높였다는 설명이다.
맛은 어땠을까. 장어구이의 왕도인 데리야끼 맛과 매콤한 맛 두 가지로 출시됐다. 매콤한 맛의 경우 고추장 베이스의 매콤달콤한 맛이 장어의 느끼함을 잡아 준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정도의 맵기다. 데리야끼 맛은 오뚜기가 가장 잘 하는, 실패 없는 '달착지근'한 맛이다. 두 가지 맛 모두 밥과 함께 하면 궁합이 딱 맞는다.
장어가 두툼하다거나 유명 장어구이 맛집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다. 붕장어 본연의 맛은 있지만 또 어느 정도는 양념 맛으로 먹는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다. 장어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소금구이로 출시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은 결국 가격과 편의성 앞에 가려진다. 5000원으로 숯불에 구운 민물장어를 바랄 수는 없는 법. 그래도 즉석밥 한 개에 냉동 붕장어 2마리면 1만1000원으로 '프리미엄 보양식'을 누릴 수 있으니 어찌 좋지 아니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