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의 자본관리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그간에는 자본성증권 발행으로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을 관리했다면, 이제는 기본자본 중심으로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을 평가하게 돼 보완자본 확충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탓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자본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기본자본 킥스 비율 규제 강화를 예고한 상태다. 현재는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기본자본+보완자본) 비율만 규제했다면 앞으로는 기본자본만을 따로 떼서 감독기준을 합리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올 상반기에 밑그림이 나올 예정으로 해외 기준 등을 감안할 때 한화생명, 현대해상 등 대형 보험사들마저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본자본 킥스'가 뭐길래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보험사 중 지난해 말 기준 경과조치 후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50%를 넘지 않는 곳은 6곳(흥국화재·하나손해보험·푸본현대생명·KDB생명·롯데손해보험·MG손해보험)으로 나타났다.
킥스 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자본 건전성 지표로 가용자본(자본)을 요구자본(부채)으로 나눠 백분율로 나타낸 값이다. 모든 보험사는 킥스 비율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등으로 조달하는 자본을 제하고 산정한다. 캐나다와 유럽은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50%를 규제 수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중 캐나다는 권고치를 70%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킥스 비율은 경영실태평가(RAAS) 평가항목으로만 활용된다.
아직 금융당국은 규제 수준을 확정하진 않은 상태다. 다만 실무 태스크포스(TF)에서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상반기 내 감독 기준 변경을 확정하고 연말 결산 시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는 해외 사례를 감안했을 때 기본자본 킥스 비율 규제가 50~70% 수준에서 결정되는게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마이너스(-)인 곳은 △푸본현대생명(-61.5%) △KDB생명(-31%) △MG손보(-7.4%) △롯데손보(-1.6%) 등 4곳으로 나타났다.
대형 보험사 중에서도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곳이 있다. 현대해상이 57.5%로 70%를 밑돌았고 한화생명은 73.8%로 간신히 70%를 넘겼다. 이들 회사는 총 자본 킥스 비율 자체가 경쟁사보다 낮고 자본성증권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생명의 총 자본 킥스 비율은 163.7%로 경쟁사인 삼성생명(193.5%), 교보생명(220.76%)보다 낮았다. 현대해상 역시 총 자본 킥스 비율이 157%로, 삼성화재(264.96%)나 DB손보(208.7%) 대비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밸류업 역행 우려에 '진퇴양난'
문제는 기본자본은 보완자본에 비해 확충 난이도가 높다는 데 있다. 기본자본은 △보통주 △자본항목 중 보통주 이외의 자본증권 △이익잉여금 △자본조정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조정준비금 등이다. 보험사의 순이익 성장을 통한 이익잉여금 증대와 유상증자 등이 대표적인 기본자본 확충 방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유상증자는 주식 지분이 신주 발행을 통해 희석돼 기존 주주들에게 단기적으로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기업의 부담이 적지 않다.
또 다른 방법은 배당을 축소하는 방안이 있다. 이익잉여금이 기본자본금으로 포함되기 때문에 이를 많이 쌓을수록 기본자본 킥스 비율에 유리하다. 그런데 배당 재원은 이익잉여금에서 나온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위해 이익잉여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다 보면 배당여력이 축소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관련기사: 보험사 킥스 부담 낮아지나 했더니…배당은 어쩌나(3월17일).
특히 한화생명은 3년 만에 재개했던 배당을 중단했고 현대해상도 23년 동안 이어온 배당을 하지 못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자본 비율 규제까지 강화되면 향후 배당 여부도 불투명할 것이란 게 보험업계 시각이다.
이처럼 기본자본을 단기간에 확충하긴 어려운 만큼 요구자본 관리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동재보험 활용을 통한 리스크 분산이나, 파생상품 활용 등이 대표적인 방안으로 거론된다. ▷관련기사: '더 까다로운' 보험사 기본자본 킥스…비율 관리 '킥'은(3월18일).
공동재보험은 원보험사가 위험보험료, 저축보험료 등 영업보험료 전체를 재보험사에 출재해 보험 위험뿐만 아니라 금리위험 등 다른 위험도 재보험사에게 이전하는 재보험으로 요구자본을 축소할 수 있다. 파생상품도 금리위험관리 수단으로 요구자본을 덜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위험 전가를 위한 공동재보험 활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시장위험액 경감을 위한 파생상품 활용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본변동성을 완화하고 금리위험액을 줄이기 위해 자산부채관리(ALM)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 규제 도입이 예상되며 총 자본 킥스 비율과 함께 '투트랙'으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졌다"며 "이익을 많이 내고 배당을 적게 가져가는 방법이 있지만 밸류업에도 역행하니 진퇴양난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