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내 한화오션 지분 거래…1.3조 어디로
지난 2월 1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에너지·한화에너지싱가포르·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보유한 한화오션 2237만5216주(7.3%)를 1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 김동관 50% △차남 김동원 25% △3남 김동선 25% 등이 지분을 가진 개인회사다. 한화임팩트파트너스는 한화에너지의 손자회사고, 한화에너지싱가포르는 한화에너지의 해외법인이다.
한화에너지·한화에너지싱가포르·한화임팩트파트너스(이하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2023년 한화오션 증자를 통해 이 지분을 취득했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오션 투자 2년 만에 3배의 투자 수익을 거둔 것이다.
지난달 1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실제로 한화에너지로부터 한화오션 주식을 1조3000억원에 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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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실적 역대 최대 증자
지난달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국내 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 자금은 △폴란드·루마니아·호주·미국·사우디 등 생산거점 확보 및 합작법인(JV) 설립 1조6000억원 △추진장약(MCS) 스마트팩토리 설립 9000억원 △해외 조선소 확보 8000억원 △무인기 엔진·체계 양산 3000억원 등에 쓰일 계획이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증자 발표 직후 주가는 급락했다. 대규모 신주가 풀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지난달 21일 13% 떨어졌고, 그룹주식도 동반하락했다.
논란도 일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인수하는데 1조3000억원을 쓴 지 일주일만에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다. 한화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작업이었다고 설명했지만 논란은 커졌다.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영업으로 번 돈이 투자재원이 아닌 한화에너지로 흘러가면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 매입이 급한 상황도 아니었다. 한화그룹은 한화오션 지분 46.28%를 보유,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을 사지 않았다면, 이번 증자 규모도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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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 나섰지만 금감원 제동
지난달 2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최고 경영진은 48억원 규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자사주)을 산다고 발표했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김동관 전략부문 대표이사 30억원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이사 9억원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 8억원 등이었다.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유상증자 당위성, 주주소통 절차, 자금사용 목적 등에서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의 기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승계 완료까지 선언했지만 정치권도 가세
지난달 31일 한화그룹은 전격적으로 "경영권 승계가 완료됐다"고 선언했다. 김 회장은 보유중인 ㈜한화 지분 22.65% 중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김동관 부회장 4.86%, 김동원 사장 3.23%, 김동선 부사장 3.23% 등이다. 증여 후 ㈜한화 지분구조는 한화에너지 22.16%, 김승연 회장 11.33%, 김동관 부회장 9.77%, 김동원 사장 5.37%, 김동선 부사장 5.37% 등이다.
그룹 측은 "이번 지분 증여로 세 아들의 ㈜한화 지분율은 42.67%가 돼 경영권 승계가 완료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조3000억원이 한화에너지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온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한화가 승계 완료를 선언한 날 정치권으로 논란이 확산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주가가 급락한 날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한 총수"라며 김 회장을 거론했다. 이 대표는 "주가 하락이 증여세를 절감하고 자녀 소유 회사로 흘러간 자금이 증여 재원이 되는 구조"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두 차례 긴급 이사 설명회…1.3조 제자리로
이번달 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사들을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를 열고 한화오션 지분 매입과 유상증자, 승계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이사들은 시장의 오해를 풀기 위해 유상증자 규모를 줄일 것을 요청했다.
4월 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사를 대상으로 한 사전 설명회가 한 번 더 열렸다. 이 자리에서 회사 측은 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부족한 1조3000억원은 한화에너지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하는 방안 등이 나왔다.
4월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사회를 열고 증자규모를 1조3000억원 줄인 2조3000억원으로 정정했다. 두 차례 사전 설명회를 통해 나온 결과를 실제로 옮긴 것이다.
이날 한화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화에너지는 한화에어로의 1조3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할인 없이 참여하게 된다"며 "4월 내에 시가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에어로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소액주주들은 15% 할인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