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AMG 스피드웨이'. 차고의 문이 열리며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55 4MATIC+' 3대가 등장했다. 차 한 대를 사이에 두고, 두 대의 차량이 드리프트를 이어가자 바닥에선 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강렬한 음악과 차량 굉음이 계속되니 시각, 청각이 모두 압도당하며 심장이 쿵쿵 뛰었다.

'시선강탈' 2억원대 스포츠카
이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고성능 2-도어 쿠페 '메르세데스-AMG GT' 2세대 완전변경 모델의 첫 시승 행사를 열었다. AMG GT 55는 지난 4월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최초 공개한 이후 이달 출시했다. 본격적인 고객 인도는 내달 중 시작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AMG GT의 성능을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16개의 코너를 갖춘 4.3km 길이의 트랙을 달려봤다. 메르세데스-AMG는 다이내믹한 운전을 위한 벤츠의 고성능 브랜드로, GT는 AMG 스포츠카 모델이다.
AMG GT는 차량 외관에서부터 2억원대의 가격대가 물씬 풍기는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고전적인 AMG 스포츠카의 비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측면에서 봤을 때 긴 형태의 보닛이 날렵한 인상을 줬다. 21인치 휠 안쪽 AMG 레터링이 새겨진 노란색 브레이크 캘리퍼도 디자인 포인트가 됐다.

이전 세대 대비 공간 활용성도 좋아졌다. 트렁크 공간은 1세대보다 두 배가량 넓어진 최대 675리터까지 확장할 수 있다. 2-도어 쿠페에 접이식 2+2 시트를 제공하기 때문에 뒷자리에도 탑승이 가능하지만, 실제 사람이 타기는 다소 어려워 보였다. 다만 이 부분은 AMG GT를 구매하려는 이들에게는 중요하지는 않은 요소일 터다.
제로백 3.9초…'밟는 맛' 제대로
운전석에 앉아 벨트를 매니 바짝 조여져 레이서가 된 기분이었다. 안전을 위해 헬멧까지 착용한 상태라 더욱 그랬다. 스포츠카를 운전해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묵직했다. 차체를 조작했을 때 반응은 빨랐지만 결코 가벼운 느낌은 아니었다. 무게중심이 안정적이라 묵직하면서도 민첩했다.
서킷에서는 일반 도로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주행이 가능했기 때문에 코너링을 할 때 속도를 많이 줄이지 않았는데, 좌우 롤링(차량 흔들림) 현상은 있었지만 안정적이었다. 노면에서 들뜨는 느낌도 전혀 없었다. 안정성과 민첩성을 강화한 'AMG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을 적용한 덕인 듯 했다.

이날 주행은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플러스) 순으로 주행 모드를 바꿔가며 진행했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 하단에 위치한 다이얼 버튼을 돌리면 드라이빙 모드를 바꿀 수 있었다. 스포츠플러스 모드로 바꾸니 주행 감각이 더 단단해지면서 엔진 소리가 거세졌다. 배기음이 헬멧을 뚫고 들어올 정도였다. 평소 길거리에서 배기음을 내는 차량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날만큼은 배기음이 감미롭게 들렸다.
스포츠플러스 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밟자 굉음과 함께 차량이 앞으로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순식간에 시속 160km에 도달했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3.9초에 불과하다. 신형 AMG GT 엔진은 4.0리터 V8 바이터보 엔진(M177)과 AMG 스피드시프트 MCT 9단 변속기의 조합으로 최고 출력 476마력, 최대 토크 71.4kgfm를 발휘한다. 최대 토크는 1세대 GT 라인업 중 가장 성능이 좋았던 GT R 모델과 동일한 수준이다.

특히 AMG 차량은 '원 맨 원 엔진(One Man, One Engine)' 원칙에 따라 제작된다. 최고 수준의 기술과 실력을 갖춘 엔지니어 한 명이 AMG 엔진 하나의 조립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담해 제작하는 것을 뜻한다. 해당 엔진에는 담당 엔지니어의 이름이 새겨져 특별함을 더한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아쉬운 건 이날 인스트럭터(주행 코치)의 지시에 따라 주행하다보니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보지는 못했다. 앞차와 차량 2~3대 간격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했는데, 차간거리를 유지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퍼포먼스 럭셔리' 시장 장악 시동
이날 행사에서는 AMG GT가 아닌 △AMG E 53 하이브리드 △AMG CLE 53 4MATIC+ 카브리올레 △AMG SL 43 등 올해 출시된 다른 AMG 차량을 탑승해 보기도 했다. 벤츠의 '퍼포먼스 럭셔리' 제품 라인업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올해 벤츠는 2015년 1세대 GT 국내 출시 이후 10년만에 AMG GT 55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고성능 부문, 즉 AMG 브랜드의 다양한 신규 트림을 출시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럭셔리 시장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제품 라인업을 세분화해 고객 니즈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AMG GT 2세대 모델은 올 상반기를 책임질 최상위 드림카다. 고성능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인 'GT 63 S E 퍼포먼스'도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마이바흐 브랜드 역사상 가장 스포티한 모델인 '디 올-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L'도 출시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