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관계없이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하겠다"
지난 1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이 같이 경고했다. 지난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이며 소액주주 부담을 줄이는 정정 신고고서를 제출한 직후 금감원장이 횟수 제한 없는 퇴짜를 예고한 것이다. 금감원의 깐깐한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선 소액주주들이 가진 의혹부터 풀어야 한다.

"완벽히 지배력 가지려면 지분 40% 확보"
가장 큰 궁금점은 대규모 증자에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왜 샀느냐는 점이다. 한화오션 지분을 인수하지 않았더라면 유상증자 규모를 그 만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 지분을 기존 23.14%에서 30.44%로 늘려 방산 수주에서 두 회사의 영업적 시너지를 노렸다는 입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정 증권신고서를 통해 "한화오션은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단순 제품 경쟁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종합 패키지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지난해 호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함정 도입 프로젝트인 신형 호위함 11척, 약 10조원에 달하는 수주전의 실패사례는 이러한 전략적 접근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으로 금융당국과 소액주주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작년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 지분 23.14%를 확보했고,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 한화시스템이 가진 한화오션 지분 11.57%까지 더하면 총 지분은 34.71%에 이른다.
작년 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의 회계장부가 하나로 합쳐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회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굳이 1조3000억원을 주고 한화오션 지분 더 살 필요가 있느냐는 궁금점은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은 유튜브 언더스탠딩에 출연해 "주총 때 대략 주주 참석율이 80% 정도인데 완벽하게 실질적 지배력을 가져가려면 40% 이상의 지분은 확보해야되겠다"며 "34%로는 부족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조3000억원이라는 돈을 쓰고 한와오션을 제대로 키워서 초일류 종합방산업체의 하나의 디딤돌로 삼자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우연...예측 못한 게 실수"
또 다른 의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김승연 한화 회장의 세 아들의 개인회사인 한화에너지를 밀어주기 위해 지분 매입을 결정했는지다. 한화에너지는 이번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한화오션 지분을 팔면서 현금 1조3000억원을 확보했다.
우선 한화그룹은 지난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로부터 한화오션 지분 매입을 결정한 것과 지난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 열린 설명회에서 안병철 사장은 "한화오션 지분 매입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는 금방 결정한 게 아니고 오래 검토했다"며 "시점이 우연치 않게 붙었다"고 답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 매입과 유상증자가 우연히 겹치면서 승계 논란으로 번진 것에 대해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언더스탠딩에서 안 사장은 승계 논란에 대해 "예측 못한게 실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실수는 한와오션 지분을 지난 2월 가져올 때 승계관련 반응이 거의 없었다. 주가도 많이 올랐다. 저희 입장에도 크게 저의가 없구나 했다"며 "회사 일부에선 간격이 너무 붙어 있는거 아닌가하는 얘기는 있었지만 승계 구도와 연결될 줄은 생각 못했다"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증자규모를 줄인 만큼 한화에너지가 대신 1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승계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는 14일 국회에선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린다. 이 토론회의 주최는 경제개혁연대·참여연대와 함께 김남근·김성환·박주민·유동수·김승원·민병덕·박상혁·오기형·이소영·이정문·김남희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이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