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을 뒤흔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사태 핵심 의혹은 '증자 직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왜 한화에너지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1조3000억원에 왜 샀느냐'다. 일각에선 '1조3000억원이 한화에너지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8일 열린 설명회에서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은 즉흥적으로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질문에 "시점상 보면 일리 있는 말들인데 한화오션 지분 매입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는 금방 결정한 게 아니고 오래 검토했다"며 "시점이 우연치 않게 붙었다"고 답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월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파트너스·한화에너지싱가폴이 보유한 한화오션 2237만5216주(7.3%)를 1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실제로 매입했다. 주식 매입 일주일 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 김동관 50% △차남 김동원 25% △3남 김동선 25% 등이 지분을 가진 개인회사다. 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한화에너지의 손자회사고, 한화에너지싱가포르는 한화에너지의 해외법인이다. 시장에선 '작년 최대 실적을 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금은 오너 개인회사에 흘러가고, 부족한 투자재원은 주주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 의혹에 대해 회사측이 공교롭게 시점이 겹쳤을 뿐 승계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정정한 증권신고서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화오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분 인수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은 23%에서 30%로 늘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이 한화오션을 인수한 2023년부터 직접적인 지분율 확대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한화오션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단순 제품 경쟁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종합 패키지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화오션의 10조원 규모 호주 함정 수주 실패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전략적 접근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한다. 두 회사의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하면 현재 진행 중인 폴란드·사우디아라비아·캐나다 잠수함 수주전도 밀릴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이러한 (한화오션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육해공 통합 솔루션을 제안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높은 신용등급과, 글로벌 네트워크 및 현지화 전략을 적극 활용해야만 수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오션 지분 인수 발표 시점을 지난 2월로 정한 이유에 대해선 "한화오션 주가는 트럼프 정부의 출범에 따른 미국 방산 시장 진출 가능성 등 여러 호재로 긍정적"이라며 "가격 상승 전에 신속히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