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올리브영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데 이어 최근 자사주까지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지주사 CJ㈜와 합병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주사와의 합병 시 기존 주주, 즉 CJ그룹 오너 3세들은 더 많은 지주사 지분을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즉 CJ그룹의 다음 숙제인 '승계'를 위한 준비가 시작되는 셈이다.
늘어난 자사주
CJ올리브영은 최근 특수목적법인 한국뷰티파이오니어가 보유한 자사 주식 11.3%를 조기 인수하기로 했다. 지난해 4월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엑시트하며 CJ올리브영의 주식을 CJ올리브영과 한국뷰티파이오니어에 넘긴지 1년 여 만이다. 한국뷰티파이오니어는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은행이 만든 특수목적법인이다.
글랜우드PE는 지난 2021년 CJ올리브영에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형태로 4140억원을 투자하며 CJ올리브영 지분 22.6%를 확보했다. 하지만 CJ올리브영이 2022년 상장 작업을 잠정 중단하면서 글랜우드PE는 지난해 투자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CJ올리브영은 당시 글랜우드PE의 지분 전량을 자기주식으로 사들려고 했지만 거래가액이 7800억원에 달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이에 CJ올리브영은 우선 글랜우드 PE 지분의 절반인 11.3%만 자사주 형태로 사들였다. 나머지 절반은 한국뷰티파이오니어가 사들인 후 CJ올리브영이 이 지분을 3년 안에 되살 권리(콜옵션)를 얻었다. 사실상 CJ올리브영이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에게 자기주식 11.3%를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은 셈이다.
CJ올리브영은 이 콜옵션을 1년 만에 조기 행사하기로 했다.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CJ올리브영은 지난해 말 주식발행초과금에서 25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CJ올리브영이 자기주식 보유 규모를 늘리면서 시장에서는 CJ그룹이 올리브영을 상장하는 대신 지주사와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CJ올리브영이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한다면 발행주식 총수가 줄어들어 CJ올리브영 주주들의 지분율이 오르는 효과가 있다. 추후 CJ㈜와의 합병 시 CJ올리브영 주주가 그 대가로 받을 CJ㈜ 주식이 더 늘어나는 만큼 자사주 매입은 CJ올리브영 주주들에게 유리하다.
최대 실적에도 무배당
CJ올리브영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만큼 CJ㈜와의 합병 적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CJ올리브영의 지난해 매출액은 4조7895억원, 영업이익은 5993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23.9%, 30.1% 증가했다. CJ올리브영의 매출액은 2016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뒤 2021년 2조원, 2023년 3조원에 이어 지난해 4조원까지 파죽지세로 증가하고 있다.
덕분에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도 치솟는 중이다. 글랜우드PE가 CJ올리브영 프리IPO에 나섰던 2021년 당시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약 1조8000억원이었다. 지난해 글랜우드PE가 엑시트한 금액을 기반으로 추정한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3조45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시장에서는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상승할수록 기존 CJ올리브영 주주가 CJ㈜와의 합병시 받을 CJ㈜ 주식은 늘어난다.

CJ올리브영이 최대 실적을 매년 경신하고도 올해 배당을 하지 않기로 한 것 역시 합병설에 힘을 싣는다. CJ올리브영은 2019년 CJ올리브네트웍스 IT부문과 분할 설립된 후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배당을 해왔다. CJ올리브영이 전년 실적을 기반으로 지급한 총 배당금은 △2020년 57억원 △2021년 301억원 △2022년 301억원 △2023년 998억원으로 계속 늘었다.
하지만 CJ올리브영은 지난 2024년 총 배당금을 577억원으로 줄인 데 이어 올해는 아예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이익잉여금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익잉여금이 늘면 기업 순자산 가치가 늘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도 상승하게 된다.
약해진 상장 동력
CJ올리브영과 CJ㈜의 합병설은 오너 일가의 승계와 관련돼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자녀들이 지주사 CJ㈜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계열사가 CJ올리브영이기 때문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자녀들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지주사 CJ㈜ 지분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이 보유한 CJ㈜ 보통주는 각각 3.20%, 1.47%에 불과하다.

대신 이들은 CJ올리브영 지분을 다수 보유 중이다. 이선호 실장은 11.04%, 이경후 실장은 4.21%의 CJ올리브영 지분을 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간 CJ올리브영이 상장을 하고 이들 오너 3세들이 구주 매출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CJ㈜ 주식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치솟고 있어 지주사 CJ㈜와의 합병이 승계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합병안의 경우 지주사 CJ㈜가 CJ올리브영을 흡수합병하고 CJ올리브영 주주들은 올리브영 주식과 CJ㈜ 지분을 교환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들의 실질 지분율이 상승한 데다, CJ올리브영 호실적으로 기업가치가 커지고 있는 만큼 기존 주주들이 합병시 확보할 CJ㈜ 지분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합병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CJ그룹 관계자 역시 "CJ올리브영의 지속 성장을 위해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으나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