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사 자본 질을 개선하기 위해 손실흡수능력이 높은 자본인 기본자본 중심으로 구조를 개편한다. 이를 위해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을 의무 준수기준으로 도입한다. 동시에 현재 규제 권고 수준인 킥스 비율은 현행보다 10~20%포인트 가량 낮춰 보완자본 확충에 대한 부담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신 회계제도인 IFRS17의 안착을 위해 보험부채 평가기준 법규화 등 계리감독 선진화 로드맵도 추진한다. 그 동안 보험사들의 부담 요인이었던 비상위험준비금 제도 개선으로 배당과 납세 제약 요인도 없애기로 했다.
12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7차 보험개혁회의 논의 안건을 공개했다.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가 적립해야 하는 자본(요구자본)이 크게 증가했지만 자본규제는 변동이 없어 이에 대한 적정성을 재평가하고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기존 킥스 낮추고 '기본자본' 킥스 도입
새 회계제도와 킥스가 도입되면서 건전성 비율 유지를 위해 보험사들의 적립 필요자본이 크게 늘었다. 반면 금융당국이 설정한 감독기준(100%, 권고 150%)은 변하지 않았다. 기존(RBC) 제도와 같은 비율이라면 현행(킥스) 제도 건전성이 더 높지만 과거에 설정된 감독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자본증권 발행으로 보완자본 확충에 집중했고, 이자비용 등 재무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실제 지난해 보험사들의 자본증권 발행액은 약 8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72% 급증했다. 이로 인한 이자부담도 연간 1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감독기준 유지를 위해 상대적으로 수월한 보완자본(자본증권 발행 등) 중심으로 자본을 확충하면서 손실흡수성이 높은 기본자본(자본금, 이익잉여금 등) 킥스 비율은 하락했다. 신 제도 시행 후 1년 6개월 만인 지난해 9월말 기준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132.6%로 이전(2023년 3월말 145.1%)보다 12.5%포인트 떨어졌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의무 준수기준이 아니라 경영실태평가 하위 항목으로만 활용돼 상대적으로 자본의 질적 관리에 소홀해졌다는 게 금융당국 분석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기본자본 강화와 비율기준 합리화 등 '투트랙'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우선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의무 준수기준으로 도입하고 공시를 강화해 자본의 질을 개선한다. 보험업권 스트레스 테스트 진행 시에도 기본자본을 모니터링 대상으로 추가해 적극 관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과 유럽, 캐나다 등 보험부채 시가평가 기반 지급여력제도를 운영하는 해외 주요국은 일반과 기본자본비율 모두 직접 규제비율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에서도 은행권은 총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 기본자본비율을 규제비율로 운영 중이다. 금융지주들은 보통주자본비율을 배당 등의 근거로 삼고 있다.
후순위채 중도상환 요건(현행 킥스 비율)은 기존 제도와 현 킥스를 비교하고 타업권 사례를 감안해 15%포인트 내외(10~20%포인트) 인하를 고려하고 있다. 실무 TF와 계량영향평가 등을 거쳐 올 상반기 중 최종 방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개선 추진 시 킥스 비율을 활용하고 있는 다른 규제 기준도 조정한다. 가령 해약환급준비금 적립비율 기준도 일관성 있게 재조정하면 향후 납세와 주주배당 여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 분석이다.
보험부채 평가 법규화…비상위험준비금 개선
금융당국은 '계리감독 선진화 로드맵' 추진 방안으로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보험부채 평가기준을 법규화해 관리할 수 있도록 정비하기로 했다.
법규(세칙)는 평가기준과 방법론 주요 내용을 구체적·체계적으로 규정하고, 가이드라인은 법규 해설서와 이슈별 실무지침을 제시한다. 실무표준은 모범과 부적정 사례 등 실무 참고자료를 만든다.
실무표준 작성 주체에 대한 법규상 위임규정을 마련해 강행력을 부여, 민간 실무표준 실효성을 높이고 계리감독 검사와 내부통제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IFRS17 기준서 특수성을 감안해 기준서 해석 이슈가 발생하면 계리적 관점과 영향까지 고려될 수 있도록 질의해석 절차도 보완하기로 했다.

예상치 못한 대형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적립하는 비상위험준비금 제도 역시 손본다. 작년 3분기 기준 비상위험준비금 적립액은 12조2000억원으로 일반손해보험 시장 성장에 따라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킥스에서 대재해위험액 등을 측정하면서 일부 이중 규제 소지가 있고 환입기준 충족도 어려워 최근 쌓아둔 준비금을 활용한 사례가 없다. 도입 취지에 비해 적립 부담이 커지면서 적정 배당과 납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경험통계와 신 제도에서의 신뢰 수준 등을 고려해 적립한도를 재산출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적립한도는 약 3조8000억원, 준비금 적립액은 약 1조6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기순손실과 보험영업손실 발생 등 비현실적 요건을 삭제, 특정 손해율(110~140%) 초과 시 환입을 허용해 활용성을 높인다.
금융당국은 올 상반기 중 실무 TF와 스트레스 테스트,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연말 결신 시 개선방안 적용을 목표로 연내 보험업법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 제도에 걸맞은 고도화된 자본규제 체계를 마련해 보험사 자본의 질적 개선을 유도하고 후순위채 발행비용 등 보험사 건전성에 비해 과도한 규제자본 부담을 완화한다"며 "법정 준비금 정비로 기본자본을 건전하게 관리하는 선에서 자본 활요성을 높이고 납세와 주주배당 여력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