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패션 브랜드는 제품 준비만 하시면 됩니다. 해외 판매를 위한 나머지 활동들은 모두 무신사에서 하겠습니다."
무신사가 국내 패션 브랜드들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한류 열풍이 불어오고 있는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무신사는 K패션의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통해 2030년 해외 거래액(GMV)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함께 가겠다"
무신사는 10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글로벌 파트너스 데이'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K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 지원 방안과 솔루션 등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2021년 무신사에 합류한 박준모 대표가 처음 공식석상에 나서 글로벌 진출 전략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박 대표는 "오징어 게임과 같이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가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넷플릭스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와 달리 K패션은 안타깝게도 글로벌에 진출하기 위한 동반자가 없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해외에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선 파트너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서 "수많은 K패션 브랜드의 인큐베이팅을 통해 얻은 역량과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무신사가 그 역할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이 같은 자신감은 2022년 론칭한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의 성장세 덕분이다. 무신사에 따르면 글로벌 스토어의 거래액은 연평균 260%씩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 4월 기준 입점 브랜드 수는 2000여 개로 늘었다. 월간 활성 사용자(MAU)도 300만명에 이른다.경험의 차별화
이에 따라 박 대표는 올해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풀필먼트 서비스(MFS), 국내외 스토어의 입점 연동, 애플리케이션(앱) 통합이 핵심 키워드다. 한국에서의 구매 경험과 배송 속도를 글로벌에도 그대로 구현해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무신사는 먼저 국내외 고객의 주문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입점 브랜드사는 무신사의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시키기만 하면 끝이다. 이후 무신사는 비축해 둔 재고를 토대로 국내외 고객의 주문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

'물류 전진 배치' 시스템도 강화한다. 일례로 현재 일본의 경우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받기까지 열흘 가량이 걸린다. 이 때문에 무신사는 미리 브랜드 재고를 해당 국가에 가져다 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현지에서 바로 배송할 생각이다. 로컬과 같은 배송 속도로 한국 패션 브랜드를 받아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서비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해외로 진출하는 K패션 브랜드들에게 적용할 예정이다.
오는 8월부터는 국내외 스토어를 연동할 계획이다. 무신사는 플랫폼 유입 고객이 늘어나는 만큼 입점 브랜드 역시 4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스토어에서 판매되고 있는 브랜드는 2000여 개다. 이외에도 국내외 앱을 통합해 검색과 추천은 물론 콘텐츠 기능을 제공하는 등 해외 고객의 플랫폼 이용 경험도 개선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브랜드사가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하기만 하면 복잡한 해외 배송 절차들은 무신사에서 해결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물류는 자회사인 무신사 로지스틱스가 전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해외 진출 속도
무신사는 단기적으로 일본과 중국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연내 중국에 2~3개, 일본은 내년 초에 오프라인 매장 오픈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박 대표는 "일본과 중국은 K패션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큰 시장"이라면서 "중국은 상하이를 시작으로 늘릴 계획이고 일본은 도쿄, 오사카, 나고야 순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적인 해외 진출은 향후에도 이어진다. 내년 싱가포르와 태국, 중동에 이어 2027년부터 3년간은 미국, 캐나다, 호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온라인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오프라인 채널을 구축해 나간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 3조원의 해외 사업 규모를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다.

박 대표는 "현지에서 좋은 파트너사를 구해 함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한국에서 전개하고 있는 판매 방식을 해외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무신사의 최대 이점일 것"이라며 "온오프라인으로 나누어진 채널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는지 테스트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무신사가 글로벌 진출을 바탕으로 기업공개(IPO) 준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자금 조달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아직 국내와 해외 시장 중 어디에 상장할지는 확정하지 않았지만, IPO 준비는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면서 "조만간 주관사 선정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