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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재수' 신성통상, 이번에는 성공할까

  • 2025.06.12(목) 07:00

가나안, 신성통상 주식 공개매수 추진
'2세 승계' 임박…지배력·경영권 강화
상폐 이후 오너가 배당 잔치 가능성↑

/그래픽=비즈워치

'탑텐', '지오지아' 등을 운영하는 패션기업 신성통상이 1년 만에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에 다시 도전한다. 그동안 염두에 두고 있던 '가업 승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성통상은 이번 공개매수에 성공해 2세로의 승계 절차를 마무리 짓고, 경영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생각이다.짜놓은 판

신성통상은 다음 달 9일까지 주식 2317만8102주(16.13%)에 대한 공개매수를 추진한다. 매수가액은 4100원으로 총 950억원 규모의 현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6월 상폐를 추진할 당시보다 78.3% 할증된 가격이다.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성공 가능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수가를 상향 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개매수의 주체는 최대 주주인 가나안과 2대 주주 에이션패션이다. 가나안은 신성통상 창업주 염태순 회장의 장남 염상원 이사가 82.43% 지분을 가지고 있다. 에이션패션의 경우 염 회장과 가나안이 각각 53.3%, 46.5%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사실상 오너 회사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래픽=비즈워치

이들 회사의 목표는 소액주주 지분 11.13%를 매수하는 일이다. 현재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을 비롯한 염 회장 일가의 합산 지분율이 83.87%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상폐를 위해선 대주주가 95%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100%가 아니더라도 자진 상폐를 추진할 수 있다는 소리다. 요건만 충족한다면 나머지 5%의 소액주주 지분은 강제로 사들일 수 있다.

이처럼 수백억원을 투자해서라도 상폐에 나서는 건 승계를 위한 밑그림이라는 관측이 많다. 1953년생인 염 회장의 나이가 칠순을 넘어선 만큼 2세 경영을 준비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특히 염 회장은 이전부터 유력한 후계자인 염 이사의 그룹 내 지배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과거 지주사격인 가나안의 보유 지분 전량을 양도해 염 이사가 신성통상을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를 만든 게 대표적이다.세 번은 없다

일각에선 오너가가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신성통상은 지난 2012년부터 '무배당' 기조를 이어왔다. 주주 반발에 따라 2023년 주당 50원을 배당한 게 전부다. 이마저도 당기순이익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여타 유통업계와 달리 인색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는 동안 배당의 원천이 되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은 크게 쌓였다. 올해 3월 말 신성통상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은 38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공개매수에 투입하기로 한 금액보다 4배 이상 많다. 이런 상황에서 신성통상이 비상장사로 전환된다면 이 자금은 고스란히 오너가에게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주주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픽=비즈워치

그럼에도 업계는 신성통상이 무리없이 상폐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한다.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선다 해도 포괄적 주식교환이라는 차선책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이는 상폐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지분을 가져올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80%가 넘는 등 여건도 충분하다. 포괄적 주식교환에 나선다면 신성통상은 가나안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상장을 폐지할 수 있다.

특히 그간 쌓아둔 자금 일부를 소액주주의 배당으로 사용할 가능성 역시 상폐에 속도를 내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새 정부는 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대주주인 가나안 입장에선 이번 기회를 놓치면 기존 판을 새롭게 짜야할 수도 있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분의 80% 이상을 가지고 있는 데다, 자사주 소각과 일반 주주에 대한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참에 상장 폐지를 통해 프라이빗한 기업으로 바꾸자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규정이 한순간에 바뀌기는 쉽지 않겠지만, 여러 외부 요인이 변화하면 대주주 역시 과거와 다른 패턴을 고려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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