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히 명절만을 기다리던 캔햄 시장에 폭풍이 불어오고 있다. 더본코리아가 내놓은 캔햄 '빽햄' 때문이다. 국내산 돼지고기만을 사용한 점을 강조해 출시 초 이슈몰이를 했지만 이후 낮은 돼지고기 함량과 가격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실제로 캔햄 1위인 '스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캔햄이 빽햄보다 돼지고기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종원만 믿었는데
지난 2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백종원'에서 빽햄 9개로 구성된 설 선물세트를 홍보했다. 100% 한돈을 썼다는 점을 강조하며 5만1900원에서 45% 할인된 2만8500원에 판매한다고 알렸다.
이후 일부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빽햄의 할인가가 업계 1위 브랜드인 CJ제일제당의 스팸보다 비싼 데다, 돼지고기 함량도 낮다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빽햄의 돼지고기 함량이 85.4%인데 비해 스팸은 91.39%다.

백 대표는 이에 대해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생산단가가 높아 원가 차이가 많이 난다"며 "200g 기준 고기 함량 차이는 14g 정도인데 고기 원가로 따지면 100원이 안 되는 만큼 100원 아끼자고 고기 함량을 줄이겠느냐"고 해명했다.
백 대표의 해명에도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후 더본코리아는 자사 공식 온라인몰에서 빽햄 판매를 중단했고 한 달여 가 지난 지금까지 판매를 재개하지 않고 있다.
국산 캔햄 이렇게 많은데
일각에선 빽햄은 국산 돼지고기를 100% 사용하는 반면 스팸은 국산 돼지고기에 스페인산, 미국산, 캐나다산 등을 섞어 쓰기 때문에 동일한 기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하지만 주요 식품사들이 판매하는 캔햄들은 국산 돼지고기만 사용하고도 빽햄보다 돼지고기 함량이 높은 제품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등에서 판매되는 주요 캔햄 8종의 성분과 원산지를 조사한 결과 국산 돼지고기를 100% 사용한 캔햄이 절반인 4종에 달했다. SPC그룹의 '삼립 그릭슈바인' 캔햄은 100% 국내산 돼지고기 91.6%를 사용했고 사조의 '안심팜'도 국산 돼지고기 90%를 사용해 빽햄보다 함량이 높았다.

국산 돼지고기와 수입산 돼지고기를 섞거나 수입산 돼지고기만 사용한 제품들도 모두 빽햄보다 고기 함량이 높았다. 스팸에 이어 캔햄 2위 브랜드인 동원F&B의 '리챔'은 스팸과 마찬가지로 국산과 수입산을 섞어 사용했고 돼지고기 함량도 91.1%로 스팸과 거의 동일했다.
100% 수입산 돼지고기를 사용한 롯데웰푸드의 '로스팜'과 농심이 수입하는 '덴마크 튤립햄'은 돼지고기 함량이 각각 97%, 96%로 경쟁 브랜드들보다 월등히 높았다. 단가가 저렴한 수입산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대신 함량을 높여 고기 본연의 맛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가격 역시 수입산 돼지고기를 사용한 브랜드를 제외하더라도 빽햄이 높은 편이었다. 6일 현재 쿠팡에서 빽햄 200g 4개 가격은 1만8320원이었지만 사조 안심팜은 200g 4개 가격이 8920원으로 빽햄의 절반 이하였다. 삼립 그릭슈바인도 4개 1만원 이하로 구매가 가능했다. 앞서 논란이 됐던대로 45% 할인가를 적용해도 빽햄이 가장 비싼 셈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국산 돼지고기를 90% 이상 사용한 사조와 삼립 모두 캔햄 시장에서는 마이너 업체라는 점이다. 국내 캔햄 시장은 스팸이 점유율 50%를, 리챔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사조와 삼립은 모두 점유율이 1~3% 안팎으로, 백 대표의 말처럼 '후발주자라 생산단가가 높은'건 마찬가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사업이 주력인 백종원 대표가 식품 시장을 조금 쉽게 생각한 것 같다"며 "제조 규모에 따른 생산 단가 등의 이유는 소비자에게 양해를 구할 문제가 아니라 기업인이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