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6시 21분.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이재명 대통령 임기가 시작됐다. 오랜 탄핵정국 이후 새 정권이 들어섰지만 아직 부동산 시장은 안갯속이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롯해 문재인 정부와도 선을 그었지만 '공급 확대' 이외에 아직 구체적인 정책 방안들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즉 인위적인 집값 누르기 등 '수요 억제'를 통한 시장 개입 대신 '공급 확대'로 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는 방향을 내세웠다.
새로운 신도시 구상과 함께 노후 신도시 재정비에 속도를 내는 한편, 역세권·유휴부지 개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진입장벽을 낮춰 공급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1인·청년 맞춤형 주택정책을 확대해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공공주도 공급 방안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이를 위한 공공자금 투입 계획이나 실현 방안이 담긴 제도 등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주도의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공공자금 등이 투입돼야 한다"면서 "새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이나 제도 개선 내용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도한 규제보다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안정화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서울시 내 핵심지역 가격 상승이나 고분양가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분양가 산정 관련 추가 규제 등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규제 완화 일변도로 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똘똘한 한 채' 심해지는데…
당장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예년 수준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실질적인 주택공급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시장에서는 현재 서울 내 '똘똘한 한 채' 선호와 이에 따른 양극화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관련기사: [부동산공약 워치]③아무도 '집값 안정'은 말하지 않는다(5월29일)
서울 핵심지로 전국 수요가 몰린 데다, 재건축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감과 함께 올해 입주 및 공급물량이 제한적이어서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구체적인 세제 정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인 만큼 현재 상황에서는 올해 주택 구매 패턴인 똘똘한 한 채 선호, 상급지 갈아타기 전략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현 시장 상황에서는 정권과 무관하게 서울 주요 지역은 계속해서 집값이 오르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내리는 양극화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공급이 바로 이뤄지지 않는 만큼 당분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고가주택의 가격 급등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전방위적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양도소득세 중과를 폐지하고 보유세를 올리되, 거래세는 낮추는 쪽으로 전체적인 세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공약에서 "세금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한 만큼 세제를 손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 정권이 거대 여당을 둬 광범위한 입법권을 쥐고 있는 데다, 앞서 보수진영에서도 보유세(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 보유주택 가구수에 따른 차등과세를 가액기준 과세로 전환하는 '종합부동산세 개편' 추진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보유세 인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중과 부담을 졌던 다주택자 세금은 줄고 초고가 아파트 1채를 보유한 사람의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처럼 보유세가 강화되면 이를 버티지 못한 매도 물량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종부세 규제 강화를 버티지 못한 물량들이 대거 쏟아진 바 있다.
세 부담은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다를 것으로 점쳐진다. 또 보유세가 증가할 경우 임대료도 크게 오를 수 있어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실수요자라면 빠르게 움직이되, 대출 규제 등으로 오래 버틸 수 있는 체력을 준비해야 할 시기"라며 "다주택자 등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매매보다 입지, 수요층 구성, 규제 변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장기보유에 유리한 자산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양극화 해소 위한 '보완책'은?
양극화와 불균형이 지속할 것으로 예견되는 만큼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미분양 적체로 인한 지방 중소건설사 연쇄도산과 공사비·인건비 상승에 따른 수익 악화 등 향후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문제 해결이 선결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양지영 수석은 "똘똘한 한 채 선호로 서울 내에서도 강남 3구, 용산, 마포, 성동, 목동, 여의도 등 주요지역 아파트값만 오르고 있다"면서 "중산층 등 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도로, 학교, 편의시설 등 인프라가 함께 조성되는 '강북 뉴타운'과 같은 뉴타운 사업이 재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공급을 확대하고 공급 단절을 막기 위해) 건설업계 유동성, 수익성 악화 등을 타개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를 완화할 정책도 필요하다"며 "PF 부실 사전 정리, 보증지원 프로그램 강화, 인력 양성 등 안정화 방안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 외에도 다양한 건설 부동산 공약을 내놨다. 큰 틀에서 △건설경기 회복 △안전한 건설환경 조성 △노후 산업단지 리모델링 및 주거·문화공간 확대 △빈집 등 농촌 재생프로젝트 확대 △5극 초광역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및 3개 특별자치도(제주·강원·전북) 구현으로 자치분권 달성 △행정수도 세종 완성, 자족기능 갖춘 신도시 건설 등 지방성장거점 완성 △혁신도시 등 지역 전략산업 육성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