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 4위 건설사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적자를 낸 이후 올해 첫 분기부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외형은 역성장했지만 잠재적 부실을 정리한 효과가 있었다. 이윤이 적은 건축·주택 현장의 매출 기여도가 낮아지면서 향후에도 원가율 개선이 기대된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월 갑작스레 터진 세종안성고속도로 붕괴사고와 관련한 비용을 1분기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붕괴사고 수습 등에 따른 비용이 연내에 더해지면 수익성에 다시 타격이 있을 수 있다. 더불어 사업 재정비에도 나서면서 신규 수주 실적에도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원가율 안정화' 외형 축소에도 이익률 개선
19일 현대엔지니어링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3조3668억원, 영업이익은 1042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7.8%, 2.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3.1%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0.5%포인트 높아졌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이유는 매출 감소와 더불어 판관비가 증가한 영향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주 추진 비용이 4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판관비는 작년 1분기 879억원에서 올해 1분기 1352억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감소한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 감소 폭은 크지 않았다. 지난해 1분기 95.2%에 달했던 매출원가율이 올해 같은 기간에는 2.4%포인트 낮아진 92.8%를 기록해서다. 판관비 급증에도 영업이익률은 끌어올릴 수 있던 배경이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은 건축·주택 부문의 매출원가율 개선이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 건축·주택 매출은 1조7904억원, 매출총이익은 1241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4% 감소했지만 매출총이익은 27.5% 증가했다. 매출이익률도 6.9%로 같은 기간과 견줬을 때 3.2%포인트 높아졌다.
다만 금융비용의 증가 등으로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9% 감소한 764억원으로 집계됐다.

붕괴 사고 비용 반영 아직…사업도 재정비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첫 분기 실적에서 선방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 추진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1000억원 대를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엔지니어링의 원가율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향후 현대엔지니어링에는 실적 불안 요소가 더해졌다. 지난 2월에 4명의 사망자가 나온 세종-안성고속도로 붕괴 사고다. 해당 현장 시공을 맡은 현대엔지니어링은 사고와 관련해 발생할 비용을 아직 반영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 사고원인 말 아낀 현대엔지니어링…본사 압수수색도(2월28일)
현대엔지니어링은 당분간 신규 수주도 축소될 전망이다. 안전 관리 등을 이유로 사업 재점검에 나서면서다. 이를 위해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지난달 30일 서울 계동 사옥에서 타운홀 미팅을 열고 주택과 인프라 사업 신규 수주를 중단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당장 이 회사의 1분기 신규 수주액도 2조5328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에 5조5756억원을 기록했으나 반토막이 난 셈이다.
실제로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분기보고서를 통해 국내 수주 전략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익성 있는 공사 선별 수주 △신사업 분야(모듈러 주택 등) 중점 추진 확대 △시장조사 전문화를 통한 전략 수주지역 선정 및 우량사업 선별 수주 등을 제시했다. 지난 3월 공시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는 '도시정비 사업 확대 및 수도권 중심 주택사업 추진'이 담겼으나 이번에는 빠졌다.
또 미등기 임원 중 주택사업부장과 주택수행실장, 엔지니어링사업부장이 이번 분기보고서 결산일 이후 임원 명단에서 제외됐다. 대신 안전품질지원실장과 재무관리실장이 추가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에너지 관련 사업을 키우는 데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 건설사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등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발맞춰 본격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글로벌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더 나은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기존에 운영하던 EPC(설계·조달·시공) 사업과의 시너지 및 추가적인 성장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