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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원인 말 아낀 현대엔지니어링…본사 압수수색도

  • 2025.02.28(금) 14:45

주우정 대표이사 직접 나서 미디어 브리핑
"사망자 장례 부상자 치료 외에 생계비도"
도공·장헌산업 등 압수수색…사조위 '현장감식'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최근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청용천교 붕괴 사고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사상자들에 대한 장례와 치료 지원 등에 전념하는 한편, 정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파악한 사고 원인 등을 묻는 말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거듭 말을 아꼈다.

주 대표는 28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빌딩 별관에서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사고가 발생했다. 유가족과 부상을 입으신 분들, 상처를 입었을 가족분들에게도 사과 말씀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현대엔지니어링 주우정 대표이사/사진=정지수 기자

주 대표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피해자 지원 및 사고 수습에 나서고 있다"면서 "조속한 현장 수습과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기관의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 대표는 사고 피해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그는 "오늘부터 약소하지만 급하게 생계비가 필요한 분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300만원 정도를 지원할 것"이라면서 "이외에도 장례 지원과 부상자 치료, 심리상담도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주 대표는 사고 당시 현대엔지니어링 담당자들이 사망자와 부상자들의 가족을 만난 것과 별개로, 직접 모두 만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장 인근 민간 피해가 아직 접수되지는 않았지만 사고로 인한 충격, 도로 통제 등과 관련해 불편을 파악하고 이를 보상할 예정이다.

사고현장/사진=국토교통부

"안전조치 완벽 확인"…사고원인엔 말 아껴

지난 25일 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260-2 인근이다. DR거더 런칭(설치) 완료 후 런칭 장비를 후방으로 이동하던 과정에서 거더가 떨어졌다. 이 사고로 다리 위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10명이 추락해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관련기사 : '장비 철수하다가…' 사고 고속도로 교각, DR거더 연쇄 추락(2025년 2월25일)

이 사업 발주 및 감리는 한국도로공사다. 종합심사낙찰제로 발주돼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현대엔지니어링·호반산업·범양건영)이 공사를 따냈다. 종심제는 입찰 참가 건설사의 관리·기술역량 등의 수행능력을 종합평가하는 관급공사 발주방식이다. 최저가입찰의 부실공사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여전히 입찰가격과 전관 여부 등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공사비는 2053억원(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5억원)이며 공사기간은 2019년 12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총 84개월이다. 실질적인 현장 공사는 하도급업체로 선정된 DR거더 공법 특화 업체 장헌산업이 진행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박상준 건축사업본부장은 "협력업체(하도급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장헌산업이 회사의 적정 기준이 되는 걸 확인했다"면서 "공동이행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했으나 피해 보상에 대한 분담이 있을 것인지는 지금 단계에서는 말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 원인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이 거듭됐으나 주우정 대표는 계속해서 "수사 중인 사안"임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현장 작업자 안전조치 여부에 대해서는 "작업 전에 현장에서 모든 안전 장비를 점검한 후 위험성 평가까지 마친 뒤 작업자들을 투입했다"며 "안전모와 안전고리 착용이나 낙하방지망 설치까지도 완벽하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답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압수수색/사진=정지수 기자

현대엔지니어링 압수수색하고 사고조사위원회 구성

이날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에서는 경찰의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압수수색은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외에 도로공사 경북 김천 본사, 장헌산업 충남 당진 본사와 이들 회사의 현장 사무실 등 총 7곳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우정 대표는 "압수수색은 조사과정의 한 절차로 생각한다"면서 "조사기관에 적극 협조해 사고원인이 철저히 투명하게 밝혀지도록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현대엔지니어링은 안성 사고현장에서 대표이사 브리핑을 하려고 계획했다가 서울 본사로 장소를 옮겼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유사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를 구성·운영한다. 사조위는 이날 경기남부경찰청 주관 관계기관 합동 현장 감식에 참여를 시작으로 약 2개월간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운영 기간은 사고 조사 경과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사조위는 산·학·연 중심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했으며 투명한 조사를 위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관계기관 협의 등을 지원하고, 국토안전관리원은 간사 역할을 할 예정이다. 사조위는 총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됐으며 토목구조 전문가인 양은익 원주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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