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만에 CI(기업 이미지)를 바꾼 대한항공이 또 하나의 굵직한 변화를 예고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에어부산의 분리 매각 가능성을 일축하며 저비용항공사(LCC) 통합의 중심을 '진에어'로 못 박은 것이다. 부산 지역사회가 기대했던 ‘에어부산 중심의 통합’ 구도는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진에어 남고 에어부산 사라진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에서 열린 '라이징 나이트(Rising Night)' 행사에서 신규 CI를 발표한 뒤 진행된 질의응답을 통해 에어부산의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대해) 생각한 적 없다. 에어부산도 한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진에어가 지금까지 에어부산이 부산에서 해오던 역할 이상으로 부산에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대한항공이 에어부산의 독립 운영 가능성을 배제하고, 진에어 중심으로 LCC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항공 산하에는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세 개의 LCC가 있다. 2020년 11월 시작된 두 항공사 간 기업결합 승인 절차가 4년가량 길어지면서 부산에서는 에어부산을 분리 매각하거나 통합 LCC는 부산을 거점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조 회장이 진에어 중심 통합을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 회장은 2023년에도 "통합 LCC 거점은 인천"이라고 선 그은 바 있다. 대형항공사인 통합 항공사와 통합 LCC 간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인천공항의 글로벌 허브 공항 역할을 강화하려는 전략에서다.
조 회장이 앞서 밝힌 방향성과 이번 발언이 맞물리면서, 대한항공의 LCC 통합이 당초 구상한 전략대로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덕도 신공항' 부산과 대한항공 셈법은
대한항공의 LCC 통합 방향이 사실상 정해진 가운데,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번 CI 공개 행사에 주요 내빈으로 참석했다. 가덕도 신공항 개항을 앞둔 부산시는 공항 활성화를 위해 대한항공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진에어 중심으로 LCC를 통합하더라도 부산이 항공산업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대한항공과의 관계 설정이 필수적이다. 대한항공 역시 가덕도 신공항이 개항하면 노선 전략을 조정해야 하는 만큼, 양측의 이해관계 조율이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조 회장은 "부산은 우리나라에서 제2의 도시이고, 제2의 공항으로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신공항이 개항하면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진에어의 운영 방향도 보다 구체화 됐다. 조 회장은 "진에어는 앞으로도 단거리 노선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관광 수요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취항하고 에어버스 A321neo 등 경쟁력 있는 기종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