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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는 중국차? 이사회 참견 못하는 이유

  • 2025.05.15(목) 11:21

중국 자본, 벤츠 지분 20% 가까이 가졌지만
독일 지배구조상 이사회 장악 사실상 불가능

베이징 벤츠 공장/사진=메르세데스-벤츠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42명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은 벤츠의 중국 입지를 보여준다. 사진의 맨 앞줄 한가운데에 선 시진핑 주석과 왕이 외교부장 사이에 선 CEO가 올라 셸레니우스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이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CEO 중에서 벤츠 회장이 주빈을 맡은 셈이다.

이 사진이 보여주듯 중국은 벤츠의 중요한 시장이다. 지난해 벤츠는 중국에서 68만대를 팔았다. 벤츠 전세계 판매량(198만대)의 34% 수준으로, 유럽과 맞먹는다. 올라 셸레니우스 회장은 지난달 열린 신차 설명회에서 중국에 대해 "자랑스럽게 고향이라고 부른다"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벤츠의 지주사인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중국은 중요하다. 지난 3월 기준 주요 주주를 보면 △베이징자동차그룹 9.98% △지리자동차 창업자 리슈푸 9.69% △쿠웨이트 국부펀드 5.57% 등이다.

이 같은 관계 탓에 일각에선 벤츠가 중국 회사라는 딱지가 붙는다. 자동차 종주국 독일의 최고급 브랜드가 저가의 중국 이미지로 오염된 셈이다. 온라인 공간에선 '짱츠'라는 비아냥도 듣는다. 

중국 자본이 벤츠의 단일 최대주주라는 점만으로 벤츠를 중국차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정할 수 없다. 벤츠 주주 지역별 분포를 보면 아시아 21.13%%, 미국 16.78%, 독일 제외한 유럽 16.44%, 독일 7.01% 등으로 다양하다. 

벤츠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사회 9명 중 7명이 독일 태생이다. 나머지 2명도 스웨덴과 스위스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벤츠 직원 출신이다. 중국 지역을 담당하는 올리버 톤 이사도 독일 출생으로 2007년부터 벤츠에서 일하고 있다. 국적과 상관없이 중국 자본이 추천한 이사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자본이 벤츠 지분 20% 가까이를 가지고도 이사회에 이사 한명도 넣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선 독특한 독일의 지배구조를 지목한다. 독일 상장기업은 업무집행기관인 경영이사회(management board)와 감독기관인 감독이사회(supervisory board)로 이원화됐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감독이사회 / 사진 = 회사 홈페이지 캡처

감독이사회의 힘은 막강하다. 경영이사회의 경영 상황을 감독하고, 경영이사회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벤츠가 중국차라고 하기 위해선 중국 자본이 벤츠 감독이사회를 장악해야 하지만, 지분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벤츠의 감독이사회는 총 20명으로 구성되는데, 독일법에 따라 주주와 직원이 각각 10명씩 추천한다. 중국 자본이 벤츠 지분 20%를 갖고 있더라도 감독이사회를 장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최근 판매 흐름을 보면 벤츠의 중국내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벤츠의 중국 판매량은 지난해 7% 감소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10% 줄었다. 특히 '벤' 차종의 판매량은 작년 20%, 올 1분기 39% 각각 감소했다. 이를 반영한 지난 1분기 벤츠 매출(332억 유로)은 전년동기대비 7.4% 줄고, 순이익(17억 유로)은 전년동기대비 42.8% 급감했다. 벤츠가 중국에서 무작정 잘팔리는 시절은 지나갔단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에 중국이 중요한 시장은 맞지만 경영상의 의사결정에 중국 자본이 입김을 넣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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