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에 접어든 가운데 가파르게 늘어난 한화오션의 계약자산(미청구공사)이 관심받고 있다. 계약자산은 매출로 인식하지만, 아직 현금은 들어오지 않은 자산이다.
수년에 걸쳐 선박이 건조되는 업의 특성상 매출과 함께 계약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매출 대비 과하거나 증가율이 급증했다는 점에선 한화오션의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9월 기준 국내 빅 3 조선업체의 계약자산 규모를 보면 △HD한국조선해양 6조5429억원 △한화오션 4조4069억원 △삼성중공업 3조9147억원 등이다. 단순히 계약자산 규모가 크다고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매출이 커질수록 계약자산 규모가 커질 수 있어서다.
계약자산 규모를 올해 1~3분기 매출과 비교해 보면 업체간 확연한 차이가 보인다. HD한국조선해양은 매출(18조3768억원)의 35.6% 정도가 계약자산이었다. 삼성중공업은 54.3%, 한화오션은 58.5%에 달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계약자산 규모가 매출의 절반 이상 규모로 커진 것이다. 두 회사의 계약자산 규모가 HD한국조선해양에 비해 과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화오션은 계약자산 증가율도 가파르다. 지난 9월 한화오션의 계약자산(4조4069억원)은 작년 말과 비교해 75% 증가했다. 이 기간 삼성중공업의 계약자산 증가율은 작년 말과 비교하면 3.4% 느는데 그쳤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오히려 계약자산 규모가 감소했다.
최근 경쟁사 대비 계약자산 규모가 빠르게 늘어난 배경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수주의 시간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최근 신규 수주가 늘면서 계약자산도 늘어나고 있다"며 "한화가 삼성·현대보다 일감이 늦게 들어와 최근 들어 경쟁사보다 계약자산 규모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박이 인도되기 시작되면 계약자산은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9월 기준 한화오션은 4조4133억원의 미청구공사 중에서 64억원만 손실충당금으로 반영했다. 미청구공사 자산 중 0.1%만 부실화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선업계 가운데 한화오션의 계약자산에 눈길이 더 가는 또 다른 이유는 쓰라린 경험이 있어서다. 2016년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은 계약자산이 부실화되면서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였다. 부실화된 계약자산 탓에 흑자로 공시된 2008년과 2012년 실적이 적자로 뒤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당시 문제는 중도 파기된 계약이었고, 그마저도 선박이 인도되면서 일정부분 문제가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계약자산은 조선업 특유의 회계처리 방식으로, 미청구공사로도 불린다. 선박을 주문받게 되면 건조에 최소 3년에서 5년이 걸리는데, 공정률에 따라 매출을 나눠 인식한다. 선박 건조가 완료된 뒤 인도 시점에 선박대금이 50% 이상 지급되는 헤비테일(Heavy-tail) 입금구조에 따라 조선업계에 널리 쓰이고 있다. 문제는 공사비가 입금되지 않을 때다. 계약자산은 일단 매출로 인식하고 자산으로 분류하는데 약속한 시기에 공사비가 입금되지 않으면 돈을 떼일 가능성이 커진 '부실자산'으로 변하게 된다. 계약자산은 부실 '딱지' 붙으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그만큼 손실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