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올해도 ‘칼바람’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하면서 롯데의 계열사 실적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이에 따라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는 칼바람을 맞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그런 만큼 업계에서는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의 거취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남 대표는 지난해 신 회장의 신임 아래 롯데하이마트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그러나 임기 만료를 앞둔 현재 성과가 미미해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한때 '효자'였는데
남 대표는 취임 첫해부터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롯데하이마트를 순식간에 롯데그룹 ‘효자’ 계열사로 만들어내면서다. 이익이 나지 않는 점포를 과감히 폐점한 결과다. 점포 효율화에 힘을 쏟은 남 대표는 취임 이후 1년간 56개의 오프라인 매장문을 닫았다. 적자 늪에 갇혀있던 롯데하이마트의 수익성도 한층 개선됐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하이마트의 영업이익은 82억원으로 2년 만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런 자신감의 배경엔 롯데슈퍼가 있었다. 지난 2020년 롯데슈퍼 수장자리에 오른 남 대표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2년간 직영점 146여 곳을 폐점하고 가맹점을 늘렸다. 이를 통해 2019년 1038억원 수준이던 롯데슈퍼의 영업손실을 2020년 201억원, 2021년 52억원, 2022년 40억원으로 점차 적자 폭을 줄여나갔다.
롯데하이마트에서도 같은 전략을 썼다. 그리고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남 대표는 실적 가속화를 위한 사업 전략도 새롭게 세웠다. 점포 재단장과 서비스 사업 강화, 자체 브랜드(PB) 리뉴얼, 이커머스 차별화가 주된 골자다.
하지만 올해에 들어서면서 남 대표의 전략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2.3% 감소한 1조800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1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줄었다.
성과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롯데하이마트의 입지가 애매하다는 점이다. 프리미엄 가전은 백화점, 중소형·가성비 가전은 이커머스에 주도권을 뺏겼다. 삼성과 LG 등 국내 가전 대기업들이 자사 제품을 자체 유통망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일각에선 남 대표의 구조조정이 되레 시장 점유율 하락을 부추겼다고도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38.7%였던 롯데하이마트의 가전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20%대로 떨어지면서다.
그러나 롯데하이마트 경쟁력이 줄어든 건 남 대표만의 문제로만 볼 순 없다는 의견도 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에 따른 가전 교체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이유도 있어서다. 물론 이에 따른 우려는 있다. 제품 판매 부진으로 제때 소진하지 못한 재고가 현금흐름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롯데하이마트의 3분기 재고자산 규모는 지난해 3432억원에서 3990억원으로 16.3% 늘었다. 재고자산 증가는 제품 매입 과정에서의 현금 유출과 보관·관리 비용 등으로 현금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롯데하이마트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년 새 46.7% 감소한 1251억원을 기록했다.안정이냐 쇄신이냐
업계에서는 롯데하이마트의 올해 실적이 남 대표의 연임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는 이르면 이달 말에 진행될 전망이다.
앞서 롯데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롯데건설 유동성 이슈, 지난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으로 두 차례 12월 인사를 단행한 것을 제외하면 통상 매년 11월 마지막 주에 정기인사를 시행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쇄신을 강조했다. 그런 만큼 현재 롯데 내부 곳곳에서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 계열사 대표이사 8명이 퇴진했고 14명이 교체됐다. 재작년 인사 때도 신 회장은 대표급 21명을 전격 교체했다. 2년 연속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여기에 지난 8월 롯데지주가 공식적인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면서 올해도 ‘신상필벌’ 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2년간 계열사 대표들이 대거 교체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줄곧 위기 극복을 강조했던 롯데가 올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인적 쇄신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계열사 대표들의 역량이 신 회장이 그린 내년 사업 밑그림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