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아! 손상차손"…'영업권' 부메랑 맞은 롯데하이마트

  • 2025.04.01(화) 07:20

2년만에 2646억원 영업권 손상차손 인식
영업권 1.6조에서 지난해 5700억원으로 축소
'실적 악화→영업권 손상→실적 악화' 악순환

그래픽=비즈워치

롯데하이마트가 지난해 2년만에 대규모 영업권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2023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6년만에 영업권을 손상 없이 보존했으나, 지난해 다시 실적이 뒷걸음질쳤기 때문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수년째 실적 개선 지연으로 영업권 가치가 하락하고 이 때문에 다시 실적이 악화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롯데하이마트의 영업권이 최대주주인 롯데쇼핑의 발목까지 잡으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웃돈 M&A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영업권에 대해 2647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2022년 4331억원의 영업권 손상차손을 인식한지 2년 만이다. 특히 롯데하이마트의 지난해 영업권 손상차손은 2018년 손상차손을 인식하기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영업권은 기업이 인수합병(M&A)을 할 때 경영 노하우, 인적 자산 등을 고려해 피인수기업의 실제 자산가치보다 더 얹어주는 웃돈을 말한다. 회계상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으로 분류된다. 국제회계기준(IFRS)은 매년 영업권의 손상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는데, 영업권을 상각한다 하더라도 실제 현금 유출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업외손실로 처리되기 때문에 순이익을 갉아먹고 회사의 실적을 악화시킨다.

롯데하이마트 한샘광교점. / 사진=롯데하이마트

롯데하이마트의 영업권은 롯데그룹이 2012년 이 회사를 인수할 당시부터 '폭탄'으로 평가 받았다. 영업권이 과도하게 책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하이마트가 대규모 영업권을 짊어지게 된 것은 두 번째 주인인 유진그룹에 인수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진그룹은 2008년 하이마트를 1조95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책정한 영업권은 1조7000억원 수준에 달했다. 이는 그만큼 하이마트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기도 하지만 비싸게 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후 유진그룹은 두 차례 상각을 통해 하이마트의 영업권을 1조6833억원까지 줄였다. 롯데그룹은 2012년 유진그룹으로부터 하이마트를 1조2450억원에 인수하면서 이 영업권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롯데하이마트는 롯데그룹에 편입된 이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그룹의 '효자'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롯데하이마트의 매출액은 롯데그룹에 편입된 2012년 3조2211억원이었으나 5년 후인 2017년 4조993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다. 영업권은 이렇게 회사가 잘 나갈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이 시기 롯데하이마트는 IFRS에 따라 매년 영업권 점검을 했고 손상 징후가 없었다.

'3분의 1' 된 영업권 

문제는 롯데하이마트의 실적이 악화하면서다. 실적 악화 탓에 현금 창출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감사인은 영업권 손실을 인식한다. 롯데하이마트는 2018년부터 영업권 손상차손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그 해 롯데하이마트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1% 감소하는 등 실적이 뒷걸음질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롯데하이마트가 인식한 손상차손은 524억원이었다.

이듬해인 2019년 롯데하이마트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보다 2.1%, 41.1%나 줄어들면서 1554억원에 달하는 영업권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롯데하이마트는 롯데그룹 편입 이래 처음으로 999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이후 롯데하이마트는 2020년 코로나19로 가전 수요가 늘면서 '반짝' 성장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3567억원에 그쳤다.

이에 롯데하이마트의 영업권 손상차손도 △2020년 700억원 △2021년 1348억원 △2022년 4331억원까지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2600억원이 넘는 손상차손이 발생하면서 2012년 1조6833억원에 달했던 롯데하이마트의 영업권은 지난해 기준 5729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래픽=비즈워치

손상차손은 영업외손익으로 반영돼 롯데하이마트의 순이익을 갉아먹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2021년 575억원 △2022년 5279억원 △2023년 354억원 △2024년 3054억원 등 4년 연속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롯데하이마트의 영업권 손상은 모기업인 롯데쇼핑(지분율 65.3%)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롯데쇼핑은 롯데하이마트의 영업권을 2012년 인수 당시 1조2827억원으로 반영하고 2016년 한 차례 상각한 후 2018년부터 손상 처리하기 시작했다. 롯데쇼핑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7년간 반영한 롯데하이마트 영업권 손상차손 규모는 779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롯데쇼핑은 롯데하이마트의 영업권에 대해 3311억원에 달하는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이 탓에 롯데쇼핑은 1년 만에 다시 순손실로 전환하기까지 했다. 롯데쇼핑이 인식한 롯데하이마트 영업권은 지난해 기준 1326억원에 불과하다.

롯데하이마트와 롯데쇼핑 모두 오프라인 경쟁력 약화로 재투자가 필요한 시점인 만큼 영업권 손상차손은 치명적이다. 영업권 손상이 순이익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 여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실적 회복이 우선

가전 시장의 업황이 둔화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롯데하이마트의 추가적인 영업권 손상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는 결국 롯데하이마트는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전략을 통해 실적 성장을 이룬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롯데하이마트는 경험형 매장을 강화하는 스토어 포맷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한샘과 협업해 가구·인테리어와 통합 전문 상담을 강화한 점포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기존 점포도 인테리어를 결합해 상담할 수 있는 점포로 전환할 계획이다. 취미, 모바일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과 연계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체험형 매장도 열 예정이다.

그래픽=비즈워치

이와 함께 롯데하이마트는 고객의 선택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해 PB와 해외 브랜드도 강화할 계획이다. 다음달 중에는 새로운 PB 브랜드를 공식 론칭할 예정이다. 이 브랜드는 고객 데이터를 중심으로 설계한 상품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해외 브랜드 역시 롯데하이마트가 수입부터 통관, 사후 서비스(A/S)까지 책임지는 형태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롯데하이마트는 이커머스에서도 고객이 이런 전략들을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일대일(1:1) 고객 맞춤형 큐레이션, '오늘 설치', '전문가 화상 상담' 등의 서비스를 온라인에서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 매출 성장과 이익 개선을 이끌어내기 위한 핵심 사업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올해 초 목표로 제시한 매출 2조3000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