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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금감원 권고 무시·총회는 거수기...금투협 거버넌스 민낯

  • 2026.06.18(목) 07:30

[베일 속 금투협]⑤
금감원 "적립금 별도 안건 처리" 권고에도 통합 의결
총회 의결권 행사 회원사 중 88%는 협회에 위임해
"총회 견제 기능 약화…회장·이사회 권한 집중"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가 회원사 절대 다수의 무관심 속에 견제 없는 거버넌스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총회에서 대다수 회원사가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고 협회에 위임한다. 총회가 금투협 이사회와 집행부를 견제하기보다 형식적인 거수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투협은 금융감독원의 권고에도 적립금 처분 등을 별도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은 채 총회에서 일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회에서 회원사가 협회 이사회와 집행부를 견제하지 못한 결과다.

18일 비즈워치가 확보한 '2026년 금투협 정기총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13일 열린 정기총회에는 협회 정회원 407개사 가운데 231개사가 의결권 행사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 중 88%에 해당하는 204개사는 협회에 의결권을 위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결권을 행사한 회원사 10곳 중 9곳 꼴로 직접 행사 대신 위임을 선택한 것이다. 

금투협 정관에 따라 총회는 사업보고·결산은 물론 임원 선임·해임 등의 안건을 다루는 의사결정기구다. 그러나 회원수 대다수가 의결권 직접 행사를 포기하는 무관심 속에서 협회 이사회와 집행부 의중대로 안건을 처리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논란의 지점은 안건 처리 방식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2015년 금투협에 대한 기관제재 과정에서 적립금에 대해 총회에서 단순히 금액만 처리할 것이 아니라 적립 근거와 목적, 필요성 등을 충분히 논의하고 별도 안건으로 상정해 회원사의 승인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단독]'회비 꼬박꼬박 걷는데'…적립금 3800억 쌓아둔 금융투자협회(6월 11일)

하지만 올해 금투협 정기총회 안건을 보면, 적립금 처분은 '2025년도 사업보고서·결산보고서 및 수지차익처분계산서 승인의 건'에 포함해 일괄 처리했다. 금감원 권고와 달리 별도 안건 상정 없이 원안대로 의결한 것이어서 감독당국의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 외에도 금감원은 당시 "업무추진비 사용제한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고 2013년 결산부터는 업무추진비를 수지계산서 상 '사업비'에 포함시킴으로써 업무추진비에 대한 정보를 공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비즈워치가 확보한 금투협의 결산보고서에는 업무추진비를 따로 공시하지 않았다. 

금투협 총회가 형식적인 정족수를 충족해 의결했다고 해서 실질적인 견제 기능까지 작동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원사 대다수가 협회에 의결권을 위임하는 만큼 총회가 집행부를 감시·견제하는 장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최고경영자(CEO)는 "3월 주주총회 시즌과 겹쳐 협회 총회까지 직접 챙기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안건 대부분이 큰 이견 없이 통과되는 사안이다 보니 직접 참석하기보다 위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총회의 형식적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정관상 권한 구조도 회장과 이사회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금투협 정관(제23조)에 따르면 정관 변경, 임원 선임·해임, 자율규제위원 선임·해임, 사업보고 및 결산, 회원 제명, 협회 해산 등은 총회 의결사항이다. 다만 같은 조 2항은 총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일정 범위를 정해 이사회 또는 자율규제위원회에 위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투협 회장은 총회와 이사회의장을 맡는다. 결국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의 권한 일부를 회장이 이끄는 이사회에 위임할 수 있는 구조다. 회원사들의 무관심 속에 의결권 위임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는 회장과 이사회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투협은 금융투자회사 분쟁조정, 금융감독원 위탁 검사·조사, 금융상품 약관·광고 심사 등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공적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협회의 권한은 회원사에 막강한 입김으로 작용하기에 다른 회원단체와 달리 회원사들이 총회에서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다른 최고경영자(CEO)는 "회사마다 의결권 비율이 달라 누가 반대표를 던졌는지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대세에 반대 의견을 내기 쉽지 않은 분위기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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