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사 회비를 주요 재원으로 운영하는 금융투자협회가 지난해 일반회계 기준 3800억원 규모의 적립금을 쌓아둔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자산운용사 등 회원사들로부터 걷은 회비가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적립금과 회비 규모 적정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5년 금투협의 적립금 적립금 사용에 대해 정기 총회에서 별도 안건으로 상정해 처리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적립금 사용 정보가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금투협은 10년 넘게 권고를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비즈워치가 확보한 금융투자협회의 비공개 재무제표에 따르면, 일반회계(금투협 본원 회계 계정) 적립금은 2025년말 기준 3800억31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일반사업목적준비금이 2121억6000만원, 기본재산이 1678억7100만원을 차지했다.
기본재산은 협회가 보유한 건물 가치를 포함한다. 관심은 이 보다 많은 일반사업목적준비금이다.
금투협은 지난해 일반회계와 연수회계에서 적자가 나자 적립금을 활용해 메웠다. 금투협의 지난해 일반회계(금투협 본원 회계 계정) 수입은 753억원, 비용은 794억원으로 40억45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금투협은 이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일반사업목적준비금에서 42억4500만원을 이입했다. 연수회계(금융투자교육원 회계 계정) 역시 7억6700만원 적자를 내자 연수사업목적준비금에서 이입했다. 다만 적자 보전에 끌어다 쓰는 금액은 전체 적립금 규모에 견줘 크지 않다.
오히려 금투협 운영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회원사 회비와 비교하면 적립금 규모가 상당하다. 금투협의 2025년 일반회계 수입 총액은 753억원이다. 그 중 회원사 회비 570억원, 사업수입 23억원, 사업외수입(이자·배당금 수입 등) 160억원 등이다.
회비는 회원사들의 영업 규모에 따라 걷는다. 금투협에 따르면 협회비 총액은 예산 규모를 기준으로 정한 뒤 회원사별로 조정영업수익 70%, 자기자본 30% 비율을 적용해 분담한다. 회원사들의 수익력과 자본 규모가 협회 재원 조달과 직결되는 구조다.
문제는 회원사들이 낸 회비를 기본 재정으로 하는 금투협이 수년치 회비에 해당하는 적립금의 성격과 사용처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정관에 따라 총회 의결을 거쳐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했다. 금투협 정관(56조)에 따르면 협회는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립금을 적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적립금의 운용은 회계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이미 금융감독원이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금감원은 2015년 금투협에 대한 기관 제재를 통해 회원사 회비로 운영되는 자율규제기구인 만큼 예산 편성과 집행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특히 적립금과 복지기금에 대해서는 총회에서 단순히 '금액'만 처리할 것이 아니라 적립 근거와 목적, 필요성 등을 충분히 논의하고 별도 안건으로 승인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올해 금투협 정기총회에서는 '2025년도 사업보고서·결산보고서 및 수지차익처분계산서 승인의 건'이 원안대로 의결됐다. 적립금 이입과 처분을 결산 안건 안에서 한꺼번에 처리했다.
금감원의 지적처럼 '충분한 논의'와 '별도 안건 승인'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인데 감독당국의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게다가 금투협은 2024년 사내근로복지기금 1억원을 출연했지만 재무상태표에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금투협으로부터 재무제표를 제공받고 정기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 조차 사내근로복지기금이 어느정도 쌓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최고경영자(CEO)는 "사실 협회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를 위해 사실상 강제로 협회비를 징수하는 느낌"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적립금을 4000억원이나 쌓아뒀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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