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이 에너지 전환 시대에 맞춘 새 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도시정비를 포함한 주택 사업 대신 차세대 에너지 분야와 첨단 산업시설 중심으로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안성 교량 붕괴와 평택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근로자 추락 등 사고가 잇따르면서 그해 4월부터 신규 토목·주택 수주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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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3조8965억원, 264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에 1조2401억원에 적자를 낸 후 1년 만에 다시 흑자를 냈지만 매출은 5.9%가 줄었다. 9조9752억원에 달했던 건축·주택 매출이 7조7607억원으로 22.2% 감소한 영향이다. 이 같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에너지 원천 기술 확보
현대엔지니어링은 5일 '기술 기반 에너지 밸류체인 핵심 역할자'를 목표로 사업 영역 확대에 나선다고 밝혔다. 올해를 새출발의 원년으로 삼고 기업의 신규 가치체계까지 수립해 상반기 내에 선포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내세운 핵심 경영 전략은 에너지 사업 확대다. 우선 원자력 분야에서는 원자로 핵심설비 설계 등 기술 확보를 목표로 역량을 강화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985년 원자력부를 신설한 이후 가동원전 114건과 부지조사 22건, 연구시설 및 핵주기시설 78건 등 총 240여건의 설계를 수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원전 기술사와 협력해 전문 기술기업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점진적으로 사업 참여 범위를 넓힌다.
최근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과 함께 미국 미주리 대학교에서 연구용 원자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핵심계통을 포함한 초기설계를 맡아 후속단계 수주까지 목표하고 있다. 이 연구용 원자로 사업은 20MWth(메가와트열)급 고성능 연구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미주리 대학교의 연구로는 이번 사업을 통해 생산 능력을 키운다.
아울러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시장에도 진출한다. 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가스처리시설과 쿠웨이트 알주르 LNG 수입터미널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축적한 설계·시공 경험을 앞세워 LNG 액화 사업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7월 호주 우드사이드 에너지(Woodside Energy), 현대글로비스와 LNG 액화 사업 개발 협약을 체결하는 등 시장 진입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태양광 발전소 사업을 필두로 재생에너지 분야의 수주도 늘린다. 이 회사는 지난 2024년 200MW 규모의 '힐스보로(Hillsboro) 태양광 발전소' 사업권을 인수해 2027년 말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새만금 육상 태양광 1구역 발전사업'을 수행했다.
올해는 세르비아에 총 1GW급 태양광 발전소와 에너지 저장 장치를 건설하는 '세르비아 태양광 발전소 사업'을 통해 신규 실적을 쌓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에너지 사업 확대를 위해 원자력, 수소, 탄소 저감 및 활용 등 분야에서 핵심기술 확보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예정이다. 특히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분야에서는 글로벌 유력 SMR 기술 기업과 기술 공동개발 및 전략 투자 협력을 검토한다.
수소 분야에서는 지난 1월부터 충남 보령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 구축 공사를 시작해 국산 수전해 기술 실증을 진행한다. 보령을 시작으로 제주 등 소규모 수전해 실증 사업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수전해 시스템을 표준화한다.
탄소 저감 및 활용 기술 확보에도 역량을 집중한다. 파트너십 체결 및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를 직접 포집하는 DAC(Direct Air Capture), CO₂ 액화 등 유망기술을 확보하고 단계별 실증을 추진한다.
아파트 대신 'AI 보금자리'
현대엔지니어링은 건축 사업에서도 특화 건설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산업건축물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제조업의 생산기지가 다변화하는 것에 맞춰 건축사업을 포트폴리오의 중심축으로 재편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완성차·배터리· 상업시설·물류센터·조선 등 기존 진출 산업 분야에서의 특화 건설기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연계 수주를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모아 계획·설계·시공·유지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확인하는 프리콘(Pre-Construction) 기반 영업으로 발주처 맞춤형 서비스를 내보여 후속 사업을 확보한다. 이를 통해 동일 공급망에서 유사 공정을 갖는 사업의 확보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현대엔지니어링의 기대다.
첨단 제조 공장에 적용하는 미생물과 먼지, 화학오염 등을 최소화한 시설인 클린룸(Clean Room) 등 핵심 공법의 수준도 높인다. 인공지능 전환(AX) 가속화에 맞춰 수요가 많아진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 초기 실적도 올해 확보한다.
친환경 모빌리티 확산을 위해 전기차 충전(EVC) 기반시설 사업도 확대한다. 지난 2022년 해당 사업 전담팀을 신설한 후 충전 시설 설치 및 운영, 유지보수 분야까지 영역을 넓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전기차 충전기 설치 대수를 3만2000기 이상으로 확대해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간다는 목표다. 지난해 기준 전기차 충전기 설치 대수는 9000기다.
다만 기존 주택 사업과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는 게 현대엔지니어링의 설명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올해는 미래를 여는 새로운 시작의 원년이 될 전망"이라면서 "지난 50여 년간 축적한 글로벌 수행 역량에 기술력을 더해 에너지 가치사슬(Value Chain) 전 단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