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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법 제동에도…트럼프, 글로벌 10% 관세로 맞불

  • 2026.02.21(토) 11:39

상호관세 무효 판결 직후 대체 관세 강행
전 세계 대미 수출품 10% 일괄 부과
전문가 "한미 통상 전략 재정비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전 세계 대미 수출품에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같은 날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자 즉각 대체 수단을 꺼내 든 것이다. 사법부 제동에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다른 법적 경로를 통해 이어지는 모습이다.

대법원 판결이 트럼프 행정부에 적잖은 타격을 준 것은 사실이나, 이를 곧바로 한국에 유리한 신호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 정책이 일괄 부과에서 품목별·단계별 압박으로 더 정교하고 강경한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일괄 관세서 다층 압박 체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방금 집무실에서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글로벌 10% 관세에 서명했다"며 "수일 내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면서도 "IEEPA보다 더 강력한 수단과 권한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다. 122조는 국제수지 악화 등 비상 상황에서 대통령이 최장 150일간 15% 이하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의회 연장이 없으면 150일 뒤 자동 종료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5개월 동안 필요한 조사를 진행해 공정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추가 조치 가능성도 시사했다.

행정부는 동시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 조사 착수도 공식화했다.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차별적인 무역 관행에 대응해 보복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트럼프 1기 당시 대중 관세 전쟁의 근거였다. 무역확장법 232조와 관세법 338조 역시 대체 수단으로 거론된다.

글로벌 10% 관세가 시행되면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출국은 다시 관세 부담을 지게 된다. 한국은 지난해 상호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상태다. 이번 조치로 관세율은 형식상 10%로 낮아졌지만, 상호관세가 위법 판단을 받으면서 기존 투자 합의의 법적 지위와 재협상 여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날 6대 3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최종 판단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을 통해 "관세 부과 권한은 헌법상 의회에 있다"며 "IEEPA는 수입 거래를 규제할 권한을 부여하지만 관세 부과 권한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IEEPA에 근거해 부과된 상호관세와 중국·멕시코·캐나다 대상 '펜타닐 관세'는 법적 효력을 상실했다. 이미 징수된 관세의 환급 여부를 둘러싼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펜 워튼 예산모델은 트럼프 관세로 거둔 세수가 175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철강·자동차·반도체 등에 적용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는 이번 판결의 직접 대상은 아니다. 다만 상호관세 무효와 글로벌 관세 재부과가 맞물리면서 미국 통상 정책은 다시 격랑 속으로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환급 소송과 추가 관세 조사, 재협상 가능성까지 복합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상전쟁 2막은 더 복잡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곧바로 통상 환경의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형식은 달라졌지만 관세 압박이 보다 다층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관세 정책에 분명히 브레이크를 건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문제는 불확실성이 오히려 더 커졌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IEEPA에 근거한 일괄 관세 체계가 무너지면서 정책의 예측 가능성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며 "향후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등 다양한 조항을 동원해 품목별로 쪼개 적용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미 투자 합의와 관련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호관세가 위법 판단을 받았다고 해서 기존 MOU나 팩트시트를 원점으로 되돌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자칫 합의를 부정하는 신호로 비칠 경우 자동차 등 주력 수출 품목을 겨냥한 232조 관세 압박이 되레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 판결이 미국 측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 만큼 협상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조선 산업 협력이나 전략 자원 분야 등 미국이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 한국이 실리를 확보할 수 있는 지점을 정교하게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관세 환급 문제와 관련해서도 대응이 불가피하다. 김 교수는 "위법 판단이 내려진 이상 기업들은 환급을 요구하는 것이 원칙에 맞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적 절차를 밟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한국 기업만 따로 움직이기보다는 다른 국가 기업들과 보조를 맞추고, 외교 채널을 병행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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