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2위 사업자 홈플러스가 재무구조 악화 속에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홈플러스 최대주주 MBK가 그동안 강조해온 경영·관리 능력이 실제 현장에서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 이슈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의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홈플러스의 실적 개선을 위해 지난해 대표이사로 등판했지만 영업적자와 금융비용 부담이 지속되면서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영국 대형마트 기업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펀드 투자 만기를 앞두고 매각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김 부회장이 직접 경영에 나섰지만 뚜렷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단기간 내 실적 개선 가능성도 낮다는 평가다. 최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신용평가사들은 영업적자 지속과 금융비용 부담을 고려할 때 수익성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기평은 "단기간 내 수익성 반등을 통한 유의미한 수준의 현금창출능력 개선은 쉽지 않아 당분간 영업현금창출능력을 상회하는 투자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며 "저조한 잉여현금창출능력과 과중한 레버리지로 인한 높은 금융비용 부담으로 인해 중단기 내 재무구조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2024·2025 회계연도 3분기(2024년 3월~11월) 누적 영업적자는 1571억원, 총매출액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5%로 전년 같은 기간(1303억 원)보다 적자 규모가 증가하는 등 영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김 부회장을 비롯한 홈플러스 경영진은 점포 매각, 폐점 등의 수익성 제고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실적이 개선되고 있으나 전사적인 수익성 개선은 부족한 상황이다.
한기평은 "점포 구조 변화와 상위권 점포 재단장을 통해 오프라인 집객력을 높이고 부진 점포 효율화를 지속해 실적 개선을 노력하고 있다"며 "구조 변화가 완료된 일부 점포들의 실적 개선이 이뤄졌지만 전사 영업수익성 개선은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과중한 이자비용 부담으로 재무부담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짚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금액 7조2000억원 중 약 4조3000억원을 금융권에서 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도 이자 비용이 이를 상쇄하면서 현금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기평은 "지속적 점포 매각을 통해 인수금융을 상환하고 투자재원을 마련해 왔지만 최근 점포 매각 규모가 감소함에 따라 차입금이 재차 증가세로 전환됐다"며 "지난해 11월 말 순차입금은 5조312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94억원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홈플러스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MBK가 강조하는 경영관리 능력에 대한 시장 평가도 주목받고 있다.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과 연합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진행중인 MBK는 그동안 경영능력을 강조해왔다. 김광일 부회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MBK가 고려아연 인수에 성공하면 영풍이 아니라 MBK가 주도적으로 경영을 맡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영업 적자에 시달리는 영풍보다 MBK의 경영·관리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 홈플러스 회생절차 사태로 인해 경영능력에 의문 부호가 붙으면서, 고려아연 주주들을 설득할 명분이 퇴색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MBK는 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과 관련,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향후 잠재적 단기 자금 부담을 선제적으로 경감하기 위해 회생절차를 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유통업 특성상 대규모 매입대금을 월 1회 일괄 지급하는 반면 매출대금은 매일 들어오는 구조다. 이로 인한 자금 흐름의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해, 매입·영업대금 유동화 및 단기 기업어음을 발행해 운전자금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최근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단기 자금 운용에 차질이 예상되자 회생절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MBK는 이번 회생절차로 금융 부담이 줄어들면 현금 흐름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MBK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EBITDA는 올해 1월 31일 직전 12개월 기준 2374억원으로 지속적으로 플러스 흐름을 보여오고 있어 이번 회생결정으로 금융부담이 줄어들면 향후 현금수지가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점포 임차료를 부채로 잡은 리스부채를 제외하고, 운영자금차입을 포함한 홈플러스의 금융부채는 2조원 정도"라며 "금융부채 중 상당수는 감정평가기관들에서 평가한 4조7000억원에 이르는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하고 있어 부실화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