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여파가 확산하는 가운데 과거 MBK 인수 기업들의 경영 악화로 인한 투자 실패 사례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거액의 대출을 통한 무리한 인수, 이후 투자금 회수를 위한 핵심 자산 매각과 고배당 등으로 기업 가치와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MBK가 지난 2015년 7조원 대에 인수했지만 이후 재매각이 계속 미뤄지고 재무 부담이 산더미로 쌓이면서 대표적인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 왔다. 특히 최근 신용등급이 줄하락하며 위기에 몰렸는데 MBK 주도의 잇딴 자산 처분이 경쟁력 저하를 촉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M&A 과정에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은 후 차입금을 갚기 위해 홈플러스 보유 부동산을 순차적으로 유동화했다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MBK의 아픈 손가락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업체 네파 역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네파는 한 해 1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는 우량 아웃도어 브랜드였지만 MBK 인수 후 실적 악화에 빠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1054억728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 MBK 인수 시점인 2013년만 해도 한 해 1052억1500만원의 이익을 내던 회사였다.
특히 MBK가 네파를 인수했을 당시는 아웃도어 시장 침체가 시작되는 시기였고 신성장 동력을 위한 돌파구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에 집중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K는 2013년 당시 지분 94.2%를 9970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5000억원 가량은 특수목적법인(SPC)의 금융 채무로 조달했다. 이후 SPC와 네파가 합병하며 네파가 인수 금융 채무 원리금을 부담하게 됐다.
이에 따라 네파는 MBK 인수 이후 이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네파가 2023년까지 부담한 이자 비용만 2708억원에 달하며, 2013년 34%이던 부채비율도 2023년 231%로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고배당 정책을 시행했다. MBK는 인수 직후인 2013년 8월부터 배당을 시작, 2013~2021년까지 총 833억원을 받았다. 특히 순손실 등을 기록하며 실적이 좋지 못했던 2017~2021년에도 보유 우선주에 대해 주당 평균 4만7000원 수준의 배당을 총 204억원 집행하기도 했다. 이는 액면가 500원의 9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장기적 기업가치나 사업 경쟁력에 대한 고민 없이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하는 경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MBK가 2009년 1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철제 구조물 제조사 영화엔지니어링도 또 다른 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강구조물 시공능력 평가 6년 연속 1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었지만 무리한 해외수주에 따른 운전자금 소진, 원청기업의 플랜트사업 수익성 저하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2016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MBK는 결국 2017년 496억원에 연합자산관리(유암코)에 지분을 매각하며 손실을 봤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는 MBK식 기업경영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빚으로 기업을 인수하고 투자금과 빚을 갚다 보니 기업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