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지난 2015년 인수한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최근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MBK 경영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10년간 홈플러스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점포 등 알짜 자산은 매각하면서 기업 경쟁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하게 되면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핵심광물을 사실상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어 우려는 더 크다.

MBK가 홈플러스를 약 7조원에 인수한 것은 2015년 말이다. 인수금융 차입금만 4조원이 넘었다. 당시만해도 대형마트 시장이 건재했고, 부지와 건물 등 부동산 자산이 탄탄했다. 하지만 인수 이후 홈플러스 실적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고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점포 등 자산을 매각했다.
지난 2월 홈플러스 단기사채 신용등급 중 최하위권인 'A3-'까지 하락했다. 시장에서 단기사채 소화가 힘들어지자 MBK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을 결정했다. MBK 인수직전 2014년(2014년3월~2015년 2월) 2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던 홈플러스가 10년만에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MBK의 홈플러스 경영 실패 사례는 '자금을 끌어모아 투자를 하는 능력'과 '기업을 장기간 경영하며 그 가치를 끌어올리는 능력'은 완전히 별개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MBK·영풍 연합은 현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다. 지난 7일 법원이 영풍이 제기한 임시주총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에서 집중투표제를 제외한 다른 안건들에 대해 효력을 정지하면서다.
이번 달 예상되는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MBK·영풍 측이 당장 경영권을 확보하긴 어렵지만, 의결권이 많은 MBK·영풍 측이 이사회를 장악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이자 핵심 전략광물 상당수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고려아연 내부에선 MBK가 고려아연 기업가치를 훼손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제2의 홈플러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러한 의심이 나오는 배경에는 홈플러스, 네파, 딜라이브, 영화엔지니어링 등 MBK 경영 실패 사례가 자리잡고 있다. 사모펀드 특성상 MBK가 해외투자자의 이익회수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잇따라 가격 인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BK는 지난해 9월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와 그 이후 두 차례 장내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7.82%를 취득했다. 이를 위해 약 1조5000억원을 썼는데, 이 가운데 70%가 넘는 약 1조1100억원이 NH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이다. 과도한 차입금은 향후 고려아연 경영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MBK가 고려아연에서 수익화의 대상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은 세계1위를 지탱하고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MBK가 10년간 홈플러스 경영하면서 명백하게 보여준 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아닌 'MBK라는 펀드의 이익과 해외 투자자들을 위한 이익 회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