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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인수 10년'…홈플러스, 결국 '기업회생'

  • 2025.03.04(화) 16:56

신용등급 강등에 단기 자금조달 막힐 우려
선제적 조치…"기업 펀더멘털 문제 없어"
2015년 인수 당시 거액 차입금이 발목

그래픽=비즈워치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다.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지 10년 만이다. 홈플러스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빚 탓에 유통업계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며 성장이 크게 둔화한 상황이다. 결국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해 홈플러스의 재무 부담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용도 악화

홈플러스는 4일 서울회생법원의 결정에 따라 기업회생 절차를 개시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0시쯤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바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오전 10시 조주연·김광일 홈플러스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심문을 진행한 뒤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개시를 명령했다.

홈플러스는 이번 기업회생 신청에 대해 "최근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잠재적 자금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용등급이 낮아져 향후 단기자금 측면에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금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장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잠재적으로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섰다는 의미다.

앞서 한국신용평가(한신평)와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이자율 등에서 불리해져 단기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픽=비즈워치

현재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은 일반적으로 투기 등급으로 분류되는 'BB+'까지 다가서지는 않았으나 B등급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게다가 홈플러스의 단기사채 신용등급은 2020년 'A2-', 2022년 'A3+', 2023년 A3으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홈플러스의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 속도가 더뎌서다. 한신평과 한기평도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영업실적 부진의 장기화 △과중한 재무 부담 △중·장기 사업 경쟁력 약화를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로 홈플러스의 실적은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오프라인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서다.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오프라인 집객력은 떨어지는 반면 인건비, 임차료 등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홈플러스는 좀처럼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2021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에 133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후 2022회계연도(2022년 3월~2023년 2월) 2602억원, 2023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 1994억원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지난 2024회계연도에도 3~11월 9개월간 1571억원의 손실을 내며 전년보다 적자가 확대됐다.

문제는 홈플러스의 실적이 악화하면서 현금 창출력은 떨어지고 있음에도 재무 부담은 여전히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한 것이 발목을 잡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MBK의 실패

MBK파트너스는 2015년 9월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7조2000억원이라는 거액을 지불했다. 당시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M&A)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홈플러스가 당시 산하에 140개 대형마트와 375개 기업형 슈퍼마켓(SSM), 327개 편의점 등을 거느린 유통 대기업이었지만 유통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MBK파트너스는 대규모 차입을 통해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7조2000억원 중 4조3000억원은 은행의 선순위 대출을 통해, 7000억원은 상환우선주로 조달했다. 이는 MBK파트너스가 거액의 빚을 내서 홈플러스를 사들였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조달한 거액의 인수금융은 홈플러스의 발목을 잡았다. 오프라인 유통시장 정체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현금 유입이 줄어들었고 상환할 원금과 이자 비용 부담은 갈수록 커졌다. 실제로 홈플러스가 지급한 이자는 2021회계연도 2658억원, 2022회계연도 2028억원, 2023회계연도 3025억원으로 증가했다. 홈플러스의 부채비율도 2021회계연도 말 기준 663.9%에서 2023회계연도 말 기준 3211.7%까지 치솟았다.

서울회생법원이 4일 오전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에 대해 개시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서울 도심에 위치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결국 홈플러스는 20여 개의 점포 매각을 통해 인수금융을 상환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홈플러스의 점포 수는 126개로 줄었다. 현재 인수금융 잔액은 크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갚아야할 차입금이 남아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순차입금은 5조3110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지난해부터 SSM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분할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는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을 새로운 차입으로 메우는 리파이낸싱으로 버티는 중이다. 지난해 5월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30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가 빚 갚는데 허덕이느라 이커머스로 전환하기 위한 재투자마저 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커머스 투자가 늦어지면서 홈플러스는 오프라인에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홈플러스의 경쟁력을 계속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이커머스에서 뒤쳐진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매장을 '메가 푸드 마켓'으로 리뉴얼 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 투자금이 또 홈플러스의 재무 부담을 키웠다. 결국 MBK파트너스가 10년 전 홈플러스를 무리하게 인수한 것이 도리어 홈플러스의 경쟁력을 약화시킨 결과를 낳은 셈이다.

'선제적' 조치

이번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 조달이 막히면 '돌려막기'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 기업회생으로 협력업체가 줄도산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의 연간 거래액은 10조원에 달하는 데다, 이곳에 납품하는 업체들도 대기업부터 영세 농민까지 다양하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홈플러스의 대금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다만 홈플러스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의 펀더멘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명령한 점, 별도의 관리인 선임 없이 현재 홈플러스 공동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점 등이 이를 뒷받침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한 4일 오전 홈플러스 본사가 위치한 홈플러스 강서점의 모습. / 사진=정혜인 기자 hij@

홈플러스의 실적도 개선되는 추세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지난 1월 31일 기준 부채비율은 462%로 1년 전보다 1506% 개선됐다. 또 지난해 2월부터 올 1월까지 1년간의 매출액은 7조462억원으로 전년보다 2.8% 성장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를 밟기 시작하면서 채무를 순차적으로 변제하게 된다. 회생절차를 밟는 동안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되기 때문에 홈플러스로 들어오는 현금은 협력업체 대금 등 일반 상거래 채권을 갚는 데 먼저 사용된다. 임직원 급여 역시 정상적으로 지급되며 점포도 정상 운영된다.

홈플러스는 "잔여 계약기간 동안의 모든 임차료를 계상한 리스부채를 제외하고 운영자금 차입을 포함한 홈플러스의 실제 금융부채는 약 2조원 정도"라며 "현재 4조7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금융채권자들과의 조정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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